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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화 Apr 06. 2024

불안을 먹고 사는 그녀

불안감에서 안정감으로 향하는 일련의 과정을 체험하고, 그녀는 다시 불안을 향해 나아간다. 그래야만 살아있음을 느끼는 그녀다.


어릴 때부터 불안 속에 살아왔던 게 그리도 싫었으면서 이제는 익숙해진 탓에 그 불안을 떨쳐낼 수 없다. 떨쳐내려 온갖 수단을 동원해 보았지만 헛된 수고다. 그렇게 그녀는 오늘도 가족이라는 울타리를 벗어나 무엇을 찾아 헤맨다. 그 무엇이 무엇인지도 모르면서 찾아 나서겠다고 신발끈을 동여맨다. 다시는 절대 풀지 않을 것처럼 말이다.


불안에 떠는 그녀는 욕조 속 바람 샌 오리풍선과도 같다. 안정감에 묻혀있는 그녀는 호수아래 숨 참으며 가끔 아가미를 뻐금거리는 변형된 물고기나 다름없다. 일시적 결론으로 무엇을 택할지 그녀는 자신을 너무도 잘 아는 게 문제다. 그녀는 자신을 감출 수도 속일 수도 없다. 너무 솔직해 가끔은 그런 부질없는 심장을 쿡 움켜쥐고 싶을 정도다. 한시라도 세상 속에서 눈감고 살면 안 되겠냐고 자신을 타일러도 본다. 통하지도 않을 말을 수천번 되뇌지만 결국은 뻔한 노릇이다. “내가 그렇지 뭐” 그녀의 입버릇은 늘 자신으로 향해있다. 남 탓을 해도 될 텐데, 제발 그러기를 그토록 아버지가 타일러봤지만 그렇게 생겨먹은 그녀는 아버지와 판박이니 유전자를 물려준 아버지도 한계가 있지 않을까. 그녀의 행보에 대해 궁금해하는 이들이 수두룩하지만 또 그렇지만도 않다. 혼자만의 착각이니라.


뻐근한 척추를 늘려보며 굳어버린 뼈를 우두둑 소리 내 본다. 그리고 한걸음 불안 속으로 또 걸어 들어간다. 포근하게 뒤에서 앉아주고 싶어 하는 엄마의 팔을 밀쳐내고 울면서 떠난다. 그녀는 안다. 자신의 엄마를 너무도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그 팔의 온도를 그 누구보다도 처절하게 느껴보고 싶어 한다는 것을. 가시 돋친 이 몸뚱이를 놔두고 제발 누구 하나 자신의 팔을 잘라 엄마의 품속에 두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본의와 타의 사이에 있는 그녀는 이럴 때만 타의가 편하다.


오늘도 햇살을 맞으며 낯선 얼굴들 사이에 자신을 던져둔다. 모질게 오늘도 밀어 넣고 처량하게 내일도 밀어 넣고 그 끝이 안정감이 될 때까지 밀어 넣는다. 그리고 잠시 멈추었다가 가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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