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십결(囲碁十訣)>에서 인생의 나침반을 꺼내 들다.
지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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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물경속(愼勿輕速) : 속단하여 경솔히 빨리 두지 말고, 신중하게 두어나가라.
벌써 일곱 번째의 가르침인데, 참 바둑의 십계명이라고 하면서 뭐 이리도 당연하고 뻔한 이야기들만 애매모호하게 늘어놓느냐고 어리석은 하수의 생각을 벗어나지 못하는 분이 아직도 계실지 모르겠습니다. 열 가지 가르침을 모두 정리하게 되면 다시 느끼게 되겠지만, 늘 우리 인생과 생활 곳곳에 있는 가르침들은 새삼스럽거나 우리가 전혀 듣지 못했던 비밀스러운 필살기가 아님을 깨닫게 됩니다. 정작 중요한 것은 깨닫게 해주는 깨침의 수단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계기로 무엇을 어떻게 깨닫는가 하는 점입니다.
이번 가르침에서는 얼핏 속도에 대한 경계를 키워드로 삼는 듯 보입니다. 바둑에서 이른바 ‘가벼이 빠르게 둔다’는 것의 의미는 ‘손이 빠르게 나간다’라고 표현합니다. 다시 말해, 머리로 생각한 것을 손으로 바둑돌을 짚어 옮기는 그 단순한 동작이 바둑을 두는 행위일진대, 생각하자마자 그것을 바로 실행에 옮겨버리는 것을 말하는 것입니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어느 사이엔가 그 반대말로 느리게 두라고 하지 않고 신중하게(愼) 두라고 하는 말은 그 말의 위상이 달라 다시금 생각을 정리하게 만듭니다. 빠르다의 반대라면 천천히 두라는 것인데 천천히 두라고 하지 않고 속뜻에 해당하는 ‘신중히 두라’라고 합니다. 이것은 역으로 유추하면, 경솔하게 생각하고 빨리 두는 것은 신중하지 않다는 논리로 정리가 됩니다.
컴퓨터가 나오고 인터넷으로 바둑 대국이 가능하게 되면서 훨씬 편리해진 방식만큼이나 바둑돌을 직접 바둑통에서 꺼내어 바둑판에 두는 것보다 클릭 한 번으로 바둑돌의 착점이 가능한 시대가 되어버렸습니다. 그래서 컴퓨터나 과학의 발달만큼 바둑이 훨씬 더 늘었을까요? 대부분의 바둑 고수들은 바둑을 공부하는 방법이나 방식에는 여러 도움이 되지만 정작 대국을 함에 있어 아마추어들이 인터넷 바둑을 두는 것에 손이 너무 빠르게 나간다고, 그러한 방식이 바둑을 느는데 하등의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입을 모아 지적합니다.
다시 말해, 머릿속으로 처음 든 생각을 그대로 옮기는 것과 수 읽기와 형세판단 등을 충분히 하고 난 뒤에 여러 가지를 감안하고 나서 이루어지는 신중한 착점이 바둑실력향상을 위한 한 수라는 것이죠. 당연히 이것저것 생각하고 두지 않느냐고 하는 하수들이 적지 않겠지만, 그들의 변명이 맞다면 ‘아차!’ 싶어 하는 순간이 바둑을 두면서 나온다는 것 자체가 그 상황과는 모순이라고밖에 설명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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