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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미나이 2.5 프로 무료 개방

기술 민주화인가, 선택된 능력의 사전 배치인가

by AI러 이채문




1. 구글의 무료화 선언, 무제한 지능에 대한 욕망


기술은 언제나 무상으로 주어지는 듯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철저한 계산과 전략이 깔려 있다. 구글이 공개 일주일도 지나지 않은 최신 AI 모델 ‘제미나이 2.5 프로(Gemini 2.5 Pro)’를 무료로 개방한 사실은 단지 소비자 친화적 조치가 아니다. 이는 ‘지능’이라는 자산이 어떻게 상품화되고, 어떻게 배포되며, 어떻게 인간의 가능성을 선별해 나가는지를 드러내는 거대한 실험의 서막이다.


제미나이 2.5 프로는 정교한 추론 능력과 논리적 사고, 맥락 이해, 결론 도출이라는 고차원적 사고 기능을 갖춘 모델이다. 구글은 이 모델을 "가장 지능적인 AI 모델"이라고 소개하며, 기존 유료 사용자에게만 제공하던 것을 모든 사용자에게 무료로 개방하였다. 다만, 그 사용은 제한적이며 확장된 기능은 유료 사용자에게만 허용된다.


169216_184737_214.png 출처: Google


이는 무상 제공과 제한 사용이라는 이중 구조 속에서, ‘능력’이 어떻게 차등적으로 배분되는지를 보여준다. 누구나 접속할 수 있지만, 누구나 동일한 결과를 얻을 수는 없다. 이처럼 제미나이 2.5 프로의 무료 개방은 단순한 기술 배포가 아니라, 능력의 선별적 확산이라는 철학적 질문을 품고 있다.




2. AI는 '능력의 기계'인가, '결정의 대리자'인가


제미나이 2.5 프로의 핵심은 ‘추론’이라는 능력에 있다. 이 모델은 단지 데이터를 요약하거나 문장을 생성하는 수준을 넘어, 질문에 대한 근거를 파악하고, 복잡한 문제에 논리적으로 접근하며, 상황 맥락 속에서 결정을 내린다. 여기서 우리는 물어야 한다. AI는 과연 인간의 능력을 확장하는 도구인가, 아니면 인간을 대신해 능력을 행사하는 새로운 존재인가?


구글이 강조하는 ‘생각하는 모델’이라는 수식어는 단지 기술적 업그레이드를 넘어, 존재론적 전환을 암시한다. ‘생각한다’는 행위는 전통적으로 인간 고유의 영역이었다. 그러나 제미나이 2.5 프로는 그 능력을 구조화된 알고리즘 안에 담아내며, 인간과 유사한 형태로 작동하는 결정을 제공한다. 이때 AI는 수동적 도구가 아니라, 독립적인 판단을 내리는 ‘행위자’로 간주될 수 있다.


철학자 한나 아렌트가 구분한 '노동(labor)'과 '행위(action)'의 개념으로 본다면, AI는 점점 더 후자의 영역으로 넘어오고 있다. 단순히 인간의 명령을 수행하는 존재가 아니라, 복잡한 판단을 내리고 인간 대신 결정을 제시하는 ‘능동적 행위자’로 작동한다. 제미나이 2.5 프로는 바로 이러한 존재로 설계되었다.


하지만 모든 사용자에게 이 능력이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무료 사용자는 제한된 입력과 출력 범위 내에서만 이 AI와 상호작용할 수 있다. 반면 유료 사용자에게는 훨씬 더 넓은 ‘컨텍스트 창’이 제공된다. 이는 곧, AI가 제공하는 능력의 범위가 사용자의 경제적 지위에 따라 달라진다는 현실을 보여주는 셈이다.




3. 결론: 능력의 공공화인가, 제약된 민주화인가


제미나이 2.5 프로의 무료 개방은 분명 기술의 민주화를 상징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것은 전면적 개방이 아닌, 철저히 제한된 형태의 배포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AI 기술이 만들어낸 ‘능력의 위계화’이다. 능력은 이제 더 이상 천부적이지 않다. 그것은 접근권(access)의 문제이며, 비용의 문제이며, 플랫폼이 허용한 정도에 따른 사전 배분의 문제이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 기술은 민주적이되, 능력은 선택적으로 귀속된다. 모두에게 AI가 열려 있어도, 진정한 의미에서 그것을 활용할 수 있는 사용자는 일부에 불과하다. 결국 제미나이 2.5 프로의 무료화는 기술의 평등이 아니라, 기술을 가장한 계층 구조의 강화일 수 있다.


이 모델의 등장은 한 가지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우리가 AI에게 부여한 능력은 결국 누구의 것인가?" 인간은 여전히 주체인가, 아니면 능력의 유통만을 감시하는 관리자에 불과한가? 능력이란 더 이상 개인의 잠재성을 뜻하지 않는다. 그것은 플랫폼이 제공한 조건 아래, 일정량 소비 가능한 ‘임시 권능’으로 변화하고 있다.




마무리: 추론의 시대, 인간은 무엇을 할 수 있는가


기술은 인간을 보조하는 수단이었으나, 이제는 인간의 결정 자체를 대체하려 한다. 제미나이 2.5 프로는 ‘지능의 민주화’를 슬로건으로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능력의 시장화’를 실현하고 있다. 기술은 모두에게 열려 있으나, 능력은 유료로 팔린다. 이는 곧 인공지능이 새롭게 그리는 권력의 지형도이다.


우리는 묻게 된다. 기술은 해방인가 통제인가? AI는 인간의 가능성을 확장하는 존재인가, 아니면 선택된 이에게만 능력을 부여하는 디지털 신권력인가? 제미나이 2.5 프로의 무료 개방은 이 질문에 대한 복합적 단서이며, 기술과 철학이 충돌하고 융합하는 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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