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말고 무엇을 갖고 있는가
어느날 문득 마음에 남는 페이스북 포스팅을 보며 정지우 작가님의 글을 처음 만났다. 이후 페북을 작가님 글을 보려고 들어갈 정도로 점차 글에 스며들었다. 특히 하루의 행복을 기어코 찾아내는 그의 글은 나 자신을 많이 돌이켜보게 해 주기도, 앞으로 나아가게 해 주기도 했다.
간간히 글모임이 있는 것 같았으나, 도서산간에 사는 나에겐 강건너 구경일 뿐이었다. 그러다 코로나 시절 온라인 글모임 공지가 떠서, 운좋게 처음으로 글모임에 들어갈 수 있었다. 작가님, 그리고 거기서 만난 글동료와의 글쓰기 세상은, 천상 이과생인 나에게 그야말로 또 다른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같은 세상이었다.
거기서부터 나는 홀로 끄적였던 대나무숲 글의 범위를, 정제하고 내보이는 글로 넓혀가기 시작했다. 글모임이 끝나고도 브런치스토리에서 계속 글을 잇고, 맨날 떨어져도 공모전마다 글도 내보고, 작가님을 중심으로 만나게 된 글벗들과 뉴스레터 발행, 책모임 등 점점 글세상을 키워갔다. 점점 앨리스 세상이 더 편안해졌다. 그러다가 곧 출간될 ’그 일을 하고 있습니다.‘ 라는 근사한 책에 공저로 참여하게 되는 감사함도 얻게 되고, 또 귀인들 덕분에 곧 독특한 컨셉의 나만의 책을 세상에 내놓을 준비 중이다.
이 모든 시작점이 정지우 작가님이다. 그런데 글은 가까우나, 실물을 한번 보지 못했던 한을 어제 풀었다. 화제의 신간 ‘돈 말고 무엇을 갖고 있는가’ 를 출간하고, 제주에 북토크를 하러 와주신 덕분에 드디어 실물을 영접하게 되어서 몹시 신기하고 신났다. 일터 근처 송당에 이리 귀여운 책방이 있다는 걸 알게 되서 좋았고, 함께 한 이들도, 편안한 웃음도, 그 모든게 이 가을과 어울렸던 동화같은 오후였다. 작가님이 나를 작가님이라 칭하니 굉장히 낯설고 어색하다.
돌이켜보면, 두려움과 고민 끝에 글쓰기 모임 신청서를 전송했던 그 날이 내 삶을 변화시킨 것 같다. 내 글친구들과 글세상은 ’두려움‘을 택하니 만나게 된 게 맞다. 그리고 난 인생 중년기에 뒤늦게 만난 이 새로운 세상이 지금도 설렌다. 나는 돈 말고 뭘 갖고 있나 했더니만, 글을 가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