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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정딸기 Nov 03. 2023

[비하인드 인터뷰] 당신이 어떤 브랜드에 빠져드는 이유

개인에게는 저마다 좋아하는 브랜드가 있다. 그리고 좋아하는 브랜드 중에서도 유독 애정이 가고, 눈길이 가는 브랜드가 있다. 그럼 당신이 브랜드에 빠져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브랜드 지식의 깊이에 따라 브랜드에서 보이는 게 있고, 보이지 않는 게 있다. 브랜드 초보 April(프릴)이 브랜드 전문가 Aileen(에일린, 브런치 작가)와 진행한 인터뷰. 용산 방문 이후의 비하인드를 공개한다.


깊이 있는 브랜드란?

April. ‘발품의 미학’을 준비하면서 벌써 40여 개의 브랜드를 방문하셨어요. 용산에서 돌아오는 길에 ‘맛집은 많지만 깊이 있는 브랜드를 느낄 수 있는 곳은 얼마 없었다’라고 하셨었는데, 그게 어떤 의미일까요?

Aileen. 용산 브랜드들의 음식이 대체로 맛있어요. 그렇지만, 맛과 컨셉을 넘어선 브랜드 가치가 느껴지는 곳은 많지 않았던 것 같아요. 어떤 브랜드가 보여지는 시각적인 요소를 넘어서 깊은 울림을 주는 순간은, 그 메시지가 지속적으로 쌓여온 일관된 역사가 있거나 깊이 있는 철학이 하나의 맥락에서 읽힐 때라고 생각하거든요. 근데 용산의 브랜드들은 특정 나라의 분위기는 잘 담았지만, 그 분위기 너머의 메시지가 잘 안 느껴졌달까. 메시지가 조금은 부족한 느낌이 들었어요.

예를 들면, <MTL 한남>에 비치된 굿즈 구성을 들여다보면, 내가 어떤 삶을 살아가고 있는가라는 ‘삶’의 키워드가 떠올라요. 판매되는 책도 모두 ‘삶’이라는 키워드로 연결되어 있고, 그냥 컵이 아닌 리유저블 컵, 그냥 스트로우가 아닌 리유저블 스트로우. 삶에 대한 깊은 묵상과 연결되는 인센스, 비건과 논비건 모두 불편할 일 없는 메뉴 구성, 모든 요소들이 삶을 존중하는 태도가 느껴졌어요. 하지만 용리단길의 브랜드에서는 어떤 나라의 이미지는 강렬하게 느껴지지만, 이미지 외의 메시지나 지향하는 바를 느끼긴 다소 어려웠던 것 같아요. (MTL 한남의 자세한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깊이보기] MTL 한남:신선한 일상을 위한 공간)

April. 그중에서 <쌤쌤쌤>을 ‘메시지를 느낄 수 있는 브랜드’로 꼽으셨는데, 그 브랜드의 어떤 점이 인상 깊으셨나요?

Aileen. 매장 입구에 ‘since 2021’이라는 표현이 있어요. ‘since’면 오래된 브랜드여야 할 것 같은데, 굉장히 최근인데도 그 표현을 사용한 지점에서 유구한 역사를 가져보겠다는 포부가 느껴지는 것 같더라고요. 매장(브랜드)을 만든 사람의 의지가 보였달까. 또, 웨이팅을 시작할 때부터 식사가 끝나 계산을 할 때까지 손그림 같은 표지판과 직원들의 친근한 배려를 계속 느낄 수 있었는데, 식사 메뉴가 미국 가정식이라는 점이랑 연결돼서 ‘샌프란시스코의 정’이라는 키워드가 자꾸 떠올랐어요. 이렇게 브랜드가 사람 같은 의지나 느낌으로 다가올 때, 브랜드가 인격같이 느껴지면서 메시지가 들리는 것 같아요. 그런 점이 브랜드에 애정을 갖게 하는 이유인 것 같아요. (쌤쌤쌤의 깊이를 더 느끼고 싶다면? [용산보기] 세계가 만나는 길, 용리단길(1))


맛집과 깊이 있는 브랜드의 차이가 있을까요?

April. 맛집과 깊이 있는 브랜드가 무슨 차이인지 잘 모르겠어요. 맛집도 브랜드가 될 수 있고 브랜드가 맛집일 수도 있는 것 아닌가요?

Aileen. 맛집은 맛이 있으면 돼요. 나에게 맛있고, 보편적으로 많은 사람에게 맛있다고 평가받으면 맛집이라고 하죠. 그런데 깊이 있는 브랜드는 ‘깊이가 느껴지는 요소’들이 추가적으로 있는 것 같아요. 쌤쌤쌤 사례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인격체로 느껴지는 운영자의 생각이 느껴지는 요소라든지, 제품의 구성, 인테리어, 로고, 슬로건 등을 통한 브랜드의 스토리와 메시지가 나에게 울림을 주는가. 브랜드가 지향하는 가치가 있는가요. 예를 들면, ‘맛있는 매장’보다는 ‘맛있는 음식으로 전하는 전문성=자신감’, 혹은 ‘건강한 재료로 만든 맛있는 음식=건강함’ 같은 메시지요. 이런 메시지를 브랜드 요소에 어떻게 담아냈는지로 브랜드의 깊이와 철학을 느낄 수 있어요.

April. <북천>에 갔었을 때 저희가 맛집과 브랜드의 차이에 대해서도 얘기를 나눴었잖아요. 그럼 북천은 맛집이었나요?

Aileen. 네! 맛있었잖아요?! ‘확장 이전한 가게, 웨이팅 있음, 사람 많음, 맛있음’ 이런 맛집에 어울리는 키워드가 떠올랐어요.

April. 같이 방문했던 오드리(Audrey)의 코멘트가 ‘제품이 차별화됨으로써 브랜드로 거듭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차별성이 도드라질수록 더 강력한 인상을 남기게 되는데 북천의 돈가스가 그랬다’였어요. 저도 북천의 돈가스가 독창적 소스, 뛰어난 맛으로 차별점이 있었다고 생각하고요. 돈가스를 좋아한다면 이거 먹으러 올 만하다 싶은 맛이었는데, 북천의 제품적 차별성은 브랜드 요인으로 부족한가요?

Aileen. 지금 그 설명을 요약하면 결국 맛집에 대한 설명인 것 같아요. 브랜드를 만드는데 제품의 차별성은 필수적이지만, 제품의 차별성을 뛰어넘는 가치(를 전달하는 메시지)의 유무가 맛집과 브랜드의 차이인 것 같습니다. (브랜드가 되기 위해 뭐가 필요한지 궁금하다면? [깊이보기] 맛집과 브랜드의 차이는 무엇인가요?)


요식업에게 브랜드 철학이란

April. 그래도 차별성이 도드라질수록 더 강력한 인상을 남기게 된다는 말에는 전 공감이 됐었거든요. 혹시 그렇게 차별성을 강조해서 인상에 남은 브랜드는 없으셨나요?

Aileen. 차별성이라기보다 컨셉이 정말 강했던 곳인데, <도토리>가 좀 인상적이긴 했어요. 자기네 캐릭터가 도드라지도록 계속 반복해서 보여줘요. 인테리어, 메뉴, 굿즈 등 모든 곳에 그 캐릭터가 있어요. 시각적인 컨셉이 너무 디테일해서 ‘하나도 놓치지 않겠다’, ‘컨셉에 미쳐보겠다’라는 느낌이 드는 매장이에요.

방문했을 당시 오드리의 질문이 기억나요. ‘알바생도 이미지 보고 뽑은 걸까요?’ 도토리의 직원들이 여자 남자할 것 없이 이미지가 동글동글하고 따듯했거든요.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직원들의 통통한 볼살(?)이나 동그란 선이 싱그럽고 귀여운 이미지였고, 목소리와 말투도 동글동글했어요. 그래서 운영하는 사람들도 이 이미지에 맞춰 뽑나라는 생각이 들었죠. 그런 것처럼 디테일하게 일치된 컨셉이 인상에 남는 것 같아요.

April. 그럼 도토리에서는 브랜드 철학을 느끼지 못해서 아쉽다는 생각은 안 드셨나요? 사실 저는 철학이라고 하면 무겁고 진중한 느낌이 드는데, 도토리처럼 산뜻하고 귀여운 카페가 그런 철학을 가져야 할까 하는 생각이 들거든요.

Aileen. 브랜드 철학이 없다고 브랜드가 아닌 건 아니에요. 그러니 딱히 아쉽지 않기도 하죠. 다만, 브랜드 철학을 갖출지는 브랜드의 선택에 달렸습니다.

브랜드 철학을 갖 출 수 있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고 생각해요. 브랜드에서 철학이 프릴이 생각하는 것만큼 무겁지만도 않구요. 

가상으로 예를 들자면, 도토리에서 요거트를 유기농으로만 써서 건강한 음식을 제공하겠다는 철학이 있다고 해볼게요. 그럼 매장에 유기농을 쓰는 이유를 밝혀 놓고, 매장에 들어온 사람들에게 유기농의 장점을 어필하는 메시지 카드를 줄 수도 있고요. 혹은 건강함이란 키워드의 이벤트를 열어서 고객이 참여하게 할 수도 있겠죠. 철학은 전달하고 싶은 '가치'를 메시지로 전달하는 것에서 시작해요. 그리고 메시지가 얼마나 진중한가보다는 얼마나 오래 일관성을 가지고 지켜가는지가 중요하고요. 이런 철학이 느껴지는 브랜드를 만나면 응원하고 싶어지고, 애정을 갖게 되는 건 저만의 경험은 아닐 것 같아요.


+ 브랜드 초보 April의 후기

저는 브랜드와 일반 매장의 차이가 무엇인지도, 브랜드를 만드는 요소가 무엇인지도 아직 잘 모르는 브랜드 초보입니다. 인터뷰를 하면서도 브랜드에 철학이 꼭 있어야 하는 건지, 철학이 없으면 브랜드가 아닌 것인지 많이 헷갈렸어요. 이 인터뷰를 통해 브랜드에 철학이 어떤 것인지, 내가 좋아하는 브랜드에는 어떤 메시지들이 있었는지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결국 사람들이 브랜드를 인격체처럼 느끼고, 진심으로 아끼게 되는 게 브랜드 철학의 덕이 아닌가 생각했습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저와 같은 브랜드 초보분들에게도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과 함께 글을 마칩니다☺️


P.S. 인터뷰는 한 편 더 남아있어요! 브랜드를 알아가는 초보 프릴의 다음 이야기도 기대해 주세요.



더 자세한 글을 읽고 싶다면?

> '브랜딩 초보를 위한 브랜드 산책'을 읽어보세요! 

- 교본문고 :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12907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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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품의 미학' 전체 브랜드 리스트 : https://kko.to/73lffol4N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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