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O가 브랜드를 다 잡아먹을거라는 착각
2026년 초, 이커머스 업계에는 익숙한 공포가 다시 퍼지고 있다. ChatGPT의 주간 활성 유저가 9억 명을 돌파했고, Perplexity는 인앱 결제를 도입했으며, Google은 AI Mode에 쇼핑 기능을 연동했다. AI가 소비자의 쇼핑 여정에서 첫 번째 접점, 이른바 프론트를 장악하면 소비자가 굳이 브랜드 사이트를 방문할 이유가 없어진다는 논리다. "자사몰이 죽는다"는 예언이 세 번째로 등장한 것이다.
수치만 놓고 보면 이번에는 진짜처럼 보인다. OpenAI는 2025년 9월 ChatGPT 안에서 바로 결제까지 완료할 수 있는 Instant Checkout을 출시했고, Stripe와 공동 개발한 Agentic Commerce Protocol이라는 거창한 이름까지 붙였다. Glossier, SKIMS, Spanx 같은 유명 D2C 브랜드가 런칭 파트너로 이름을 올렸고, Etsy 주가는 당일 16% 급등했다. Google은 2026년 1월 NRF 리테일 쇼에서 Universal Commerce Protocol을 발표하며 Shopify, Etsy, Wayfair, Target, Walmart과 손을 잡았다. Perplexity는 PayPal과 제휴해 미국 전체 유저에게 즉시 구매 기능을 열었다. AI 플랫폼들이 일제히 커머스 전쟁에 뛰어든 것이다.
그런데 이 공포에는 선례가 있다. 정확히 같은 구조의 예언이 과거에 두 번 있었다. 첫 번째는 2010년 전후, 포털이 웹을 죽인다는 예언이었다. Google이 트래픽의 관문을 독점하니 자사 웹사이트는 의미가 없다는 논리였다. 두 번째는 2017년 전후, 마켓플레이스가 브랜드를 삼킨다는 예언이었다. Amazon 점유율이 40%를 넘어서니 50%는 시간문제라는 것이 업계 컨센서스였다. 두 예언 모두 당시의 데이터가 뒷받침하는 것처럼 보였고, 업계 전문가들의 확신에 찬 지지를 받았으며, 결과적으로 두 번 다 틀렸다.
틀린 것도 모자라, 각 예언이 등장한 바로 그 시기에 자사몰과 D2C 채널은 역사상 가장 빠르게 성장했다. 포털 공포가 절정이던 시기에 Shopify 스토어 수는 5배로 늘었고, Amazon 공포가 절정이던 시기에 D2C 시장은 2,400억 달러 규모로 커졌다. 위기의 서사와 현실의 데이터 사이에는 언제나 거대한 간극이 있었다.
2010년 8월 17일, 테크 미디어의 대명사 Wired가 도발적인 커버스토리를 발행했다. 편집장 Chris Anderson과 저널리스트 Michael Wolff가 공동 집필한 그 기사의 제목은 "The Web Is Dead. Long Live the Internet"이었다. 기사의 핵심에는 한 장의 차트가 있었다. 웹의 인터넷 트래픽 점유율이 약 50%에서 23%로 급락하는 그래프였다. Anderson의 주장은 명쾌했다. 앱과 폐쇄형 플랫폼이 열린 웹을 대체하고 있으며, 브라우저를 열어 개별 웹사이트를 방문하는 시대는 끝났다는 것이다.
이 선언은 당시의 현실과 정확히 맞아떨어지는 것처럼 보였다. Google이 상품 검색의 절반 이상을 독점하고 있었다. 소비자가 무엇을 사려고 할 때 가장 먼저 하는 행동이 Google에서 검색하는 것이었으니, 브랜드가 아무리 멋진 웹사이트를 만들어도 Google이라는 관문을 통과하지 못하면 아무 의미가 없었다. 웹사이트는 Google의 검색 결과 페이지 아래에 묻히는 존재로 전락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Wired의 차트에는 치명적인 속임수가 있었다. 발행 당일 Boing Boing의 Rob Beschizza가 즉시 지적한 바와 같이, 그 차트는 비율을 보여준 것이지 절대량을 보여준 것이 아니었다. 웹 트래픽의 절대량은 폭발적으로 늘고 있었다. 다만 비디오 스트리밍이 더 빠르게 늘어나면서 상대적 비중이 줄어든 것뿐이었다. 비율의 하락을 절대적 죽음으로 치환한 전형적인 통계의 오용이었다.
실제로 일어난 일은 정반대였다. Google의 상품 검색 독점이 무너지기 시작한 것이다. Jumpshot 데이터에 따르면 Google의 상품 검색 점유율은 2015년 54%에서 2018년 46%로 하락했다. 같은 기간 Amazon의 상품 검색 점유율은 46%에서 54%로 역전됐다. 그 뒤로 분산은 더 가속화됐다. 2021년에는 미국 소비자의 74%가 상품 검색을 Amazon에서 시작했고, 2024년에는 Gen Z의 43%가 상품 검색을 TikTok에서 시작하면서 Google과 Amazon 모두를 제쳤다. 하나의 포털이 모든 것을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채널로 트래픽이 쪼개진 것이다.
이 분산의 최대 수혜자는 브랜드 자사몰이었다. Shopify 스토어 수는 2012년 약 4만 2천 개에서 2016년 37만 5천 개로 약 5배 증가했다. 2020년에는 175만 개, 2025년에는 550만 개를 넘어섰다. 소셜 커머스가 새로운 트래픽 소스로 부상하면서 미국 소셜 커머스 시장은 2024년 906억 달러 규모로 성장했고, TikTok Shop은 2021년 9억 달러에서 2024년 332억 달러로 37배나 폭증했다. YouTube는 쇼퍼블 라이브스트림과 영상 내 상품 태그를 도입했고, Instagram의 광고 매출은 2018년 62억 달러에서 2024년 669억 달러로 10배 이상 뛰었다.
여기서 결정적으로 중요한 패턴이 있다. 이 새로운 채널들은 자사몰을 대체한 것이 아니라, 자사몰로 트래픽을 보내는 파이프라인이 됐다는 점이다. 소셜 미디어에서 발견하고, 브랜드 사이트에서 구매하는 흐름이 자리잡았다. 포털의 독점이 깨질수록, 브랜드가 자기 목소리로 소비자에게 직접 닿을 수 있는 경로는 오히려 더 다양해졌다. "웹이 죽었다"는 선언이 나온 바로 그 시점이, 브랜드 웹사이트 역사상 가장 폭발적인 성장의 시작점이었다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2017년은 미국 리테일 업계에 "Retail Apocalypse"라는 이름이 붙은 해였다. 연간 1만 2천 개 이상의 오프라인 매장이 문을 닫았다. Credit Suisse는 2022년까지 미국 쇼핑몰의 25%가 폐쇄될 것이라 예측했다. CNBC는 "Amazon이 다음에 파괴할 소비자 산업"이라는 기사를 내보냈고, Kiplinger는 "Amazon이 파괴할 43개 기업"을 리스트로 정리했다. 같은 해 예일 법학저널에 Lina Khan의 논문 "Amazon's Antitrust Paradox"가 실리며 Amazon의 시장 지배력은 학술적 담론의 영역까지 확장됐다.
당시 Amazon의 미국 이커머스 점유율은 약 34%였고, 40%를 향해 빠르게 올라가고 있었다. LinkedIn에서는 "Amazon is going to kill your brand"라는 문구가 바이럴됐다. 업계 컨센서스는 "50%를 넘기는 건 시간 문제"였다. 포털 시대의 Google처럼, Amazon이 이커머스의 유일한 관문이 되면 브랜드가 독립적으로 존재할 이유가 사라진다는 것이 핵심 논리였다.
Amazon의 실제 궤적은 그 예측을 배반했다. 점유율은 상승세를 이어가다 2021년 코로나 팬데믹이라는 이례적 상황에서 41.8%로 정점을 찍었다. 그리고 거기가 끝이었다. 2024년에는 37.6%로 하락했고, 2025년에는 약 35.7%까지 내려갔다. "50%를 넘긴다"는 예측은 완전히 빗나갔다. 전체 미국 이커머스 시장은 2019년 약 6,000억 달러에서 2024년 1조 1,900억 달러로 거의 두 배 커졌기 때문에 Amazon의 절대 매출은 늘어났지만, 시장을 독식하겠다는 서사는 무너진 것이다.
이 시기에 정확히 반대 방향으로 폭발한 것이 D2C 시장이었다. Shopify의 매출은 2015년 2억 500만 달러에서 2024년 89억 달러로 43배 성장했다. 시가총액은 IPO 당시 20억 5천만 달러에서 2025년 약 2,000억 달러로 대략 100배가 됐다. Shopify를 통한 총 거래액(GMV)은 2015년 77억 달러에서 2024년 2,923억 달러로 뛰었고, 누적 GMV는 1조 달러를 돌파했다. 2025년 기준 Shopify는 미국 이커머스의 약 14%를 차지하게 됐다.
이 기간에 탄생하고 성장한 D2C 브랜드의 면면은 "마켓플레이스가 모든 것을 삼킨다"는 서사에 대한 가장 강력한 반증이다. Warby Parker는 2010년 출범해 연매출 약 7억 7,100만 달러 기업으로 성장했다. Dollar Shave Club은 2016년 Unilever에 10억 달러에 인수됐다. Glossier, Allbirds, Gymshark 같은 브랜드들이 모두 Amazon 공포가 절정이던 시기에 자사몰을 중심으로 급성장했다.
가장 상징적인 사례는 Nike다. 2017년 Nike는 "Consumer Direct Offense" 전략을 선언했고, 2019년에는 Amazon에서 완전히 철수하는 결단을 내렸다. D2C에 집중한 결과, Nike의 직접 판매 매출 비중은 2023 회계연도 기준 43.6%까지 올라갔다. Amazon이 모든 브랜드를 삼킬 것이라는 예언이 나온 바로 그 시점에, 세계 최대 스포츠 브랜드는 반대 방향으로 움직인 것이다. 그리고 그 선택은 옳았다.
미국 D2C 이커머스 시장 전체의 규모는 2024~2025년 기준 약 2,130억~2,400억 달러에 이르며, 이는 2019년 대비 178% 성장한 수치다. Amazon 공포가 브랜드를 죽인 것이 아니라, 오히려 브랜드의 자립을 촉발한 셈이다.
두 번 틀렸으니 세 번째도 반드시 틀린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 예언이 반복적으로 실패하는 데는 구조적인 이유가 있다. 전 세계, 전 산업에 걸쳐 하나의 유통 형태가 40%를 넘은 적이 거의 없다는 사실이다.
가장 먼저 Amazon의 궤적을 보자. 미국 이커머스에서 약 40%를 전후해 정체와 하락을 경험했다. 팬데믹이라는 유례없는 외부 충격이 있었던 2021년조차 41.8%로 간신히 40%를 넘겼을 뿐, 이후 빠르게 37%대로 돌아왔다.
중국의 Alibaba는 이 패턴을 더욱 극적으로 보여준다. 2015년 중국 이커머스의 78%를 장악하고 있던 Alibaba의 점유율은 2021년 52%, 2024년 41%로 급락했다. 독점에 가까운 위치에서 출발했음에도 40%대로 수렴한 것이다. 그 자리를 Pinduoduo가 7.2%에서 19%로, Douyin(틱톡 중국판)이 라이브커머스를 앞세워 빠르게 채워갔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쿠팡은 한국 이커머스의 약 39.7~40%를 차지하고 있고, 네이버 쇼핑은 20~27%를 점유한다. 측정 방법에 따라 다르지만 쿠팡 단독으로 이미 40%라는 천장에 도달한 상태이며, 두 플랫폼을 합쳐도 절대 다수를 형성하지는 못하고 있다.
다른 산업으로 눈을 돌려도 패턴은 동일하다. 호텔 업계에서 OTA(Booking.com, Expedia 등)는 온라인 호텔 예약의 약 50~55%를 점유하고 있지만, 호텔 직접 예약이 약 45%를 꾸준히 유지하고 있으며 Skift Research는 2030년까지 직접 예약이 OTA를 역전할 것으로 전망한다. 음식 배달에서는 DoorDash가 앱 시장의 60~67%를 차지하지만, 배달앱이라는 채널 자체가 전체 레스토랑 주문의 약 27%에 불과하다. 오히려 2023년 기준 레스토랑 고객의 40%는 제3자 앱이 아닌 레스토랑 자체 웹사이트를 통해 주문했다. 심지어 오프라인 쇼핑몰이 전성기를 구가하던 1980~90년대에도, 쇼핑몰과 백화점은 일반 상품 소매의 약 35%, 전체 소매의 약 14%를 차지하는 데 그쳤다. 소매의 절반을 넘은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왜 40%일까. 이 천장은 우연의 일치가 아니라 경제적 균형점의 반영이다. 하나의 유통 채널이 시장의 40%를 넘어서면, 다음 고객을 확보하기 위한 한계 비용이 한계 수익을 초과하기 시작한다. 이미 해당 채널에 자연스럽게 끌리는 소비자는 대부분 흡수한 상태이고, 나머지 소비자를 끌어오려면 점점 더 많은 마케팅 비용과 할인이 필요하다. 동시에 플랫폼의 수수료가 올라가면서 입점 브랜드의 이탈이 가속화된다. 소비자의 다양성 선호 또한 하나의 채널에 대한 집중을 자연적으로 억제한다. Alibaba가 78%에서 시작해 41%로 수렴한 것은, 이 천장이 위에서 내려오는 것이 아니라 아래에서 끌어당기는 중력 같은 힘임을 보여준다.
이 구조적 한계는 기술의 문제가 아니다. Google이 20년간 시도해도, Amazon이 물류를 혁신해도, Alibaba가 중국 전체를 디지털화해도 깨지지 않은 천장이다. AI라는 새로운 기술이 이 천장을 돌파할 것이라고 믿으려면, AI가 인간의 쇼핑 동기 자체를 바꿔야 한다.
40%라는 천장이 왜 존재하는지 더 깊이 들어가려면, 인간이 쇼핑을 하는 근본적인 동기를 살펴봐야 한다. 1982년 마케팅 학술지에 발표된 Hirschman과 Holbrook의 논문 "Hedonic Consumption"은 소비 행위를 두 가지 차원으로 구분했다. 하나는 실용적(Utilitarian) 소비이고, 다른 하나는 쾌락적(Hedonic) 소비다. 1994년 Babin, Darden, Griffin은 이 구분을 더 정밀하게 체계화했고, 이후 수십 년간 이어진 연구들이 이 프레임워크를 지속적으로 확인해왔다.
쉽게 말하면, 실용적 쇼핑은 "필요한 것을 빠르게 사는 쇼핑"이다. 건전지가 떨어졌으니 건전지를 산다. 정수기 필터 교체 시기가 됐으니 같은 모델의 필터를 주문한다. 여기서 쇼핑은 과업이다. 목표가 명확하고, 가격을 비교하고, 스펙을 따지고, 가장 효율적으로 결제하는 것이 최선이다. 반면 쾌락적 쇼핑은 "나한테 어울리는 걸 찾는 쇼핑"이다. 뭘 사야 할지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탐색하고, 발견하고, 상상하고, 쇼핑이라는 행위 자체를 즐긴다. 패션, 뷰티, 인테리어, 선물, 취미 용품이 대표적이다.
190개 연구를 메타분석한 Vieira 등의 2018년 논문에 따르면, 쾌락적 가치는 소비자 만족과 충성도에 결정적으로 연관되어 있으며 실용적 가치와 분리할 수 없는 관계에 있다. 여러 소비자 연구에 따르면 쾌락적 동기의 쇼핑이 전체 소비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Deloitte의 ConsumerSignals 조사에서도 2025년 1월 기준 미국 소비자의 73%가 한 건 이상의 충동적·쾌락적 구매를 했다고 응답했다. 의류, 외식, 엔터테인먼트, 홈 데코, 뷰티, 개인 관리 용품 등 재량적·쾌락적 카테고리를 합치면 필수재를 제외한 소비의 압도적 다수를 차지한다.
마켓플레이스는 실용적 쇼핑에 최적화된 기계다. 스펙을 비교하고, 가격을 따지고, 빠르게 결제하는 것. 여기서는 압도적이다. Amazon이 도서에서 압도적이지만 패션에서 약한 이유, Alibaba를 잠식한 Douyin의 카테고리가 정확히 뷰티와 의류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것은 편의성의 한계가 아니라 쇼핑 동기의 구조다.
마켓플레이스는 쾌락적 쇼핑에 부딪히면 구조적으로 불리해진다. "뭘 사야 할지 탐색하면서 쇼핑 자체를 즐기는" 소비자에게 마켓플레이스의 효율성은 매력이 아니다. 표준화된 상품 리스팅, 가격 순 정렬, 별점 시스템은 "이것 아니면 저것"이라는 비교의 틀을 강제한다. 탐색의 즐거움, 브랜드 세계관에 대한 몰입, 큐레이션된 컬렉션을 통한 발견은 마켓플레이스의 구조에서 원천적으로 제공하기 어렵다.
AI 쇼핑 어시스턴트는 이 문제를 더 심화시킨다. AI의 작동 방식은 질문하고, 후보를 압축하고, 결정하는 것이다. "이 조건에 맞는 최적의 상품 3개를 추천해줘"라는 요청에는 탁월하지만, 이 과정은 탐색의 경험을 설계에 의해 제거한다. 브랜드 사이트가 제공하는 몰입적이고 감정적인 쇼핑 환경, 즉 큐레이션된 컬렉션, 에디토리얼 콘텐츠, 브랜드 스토리텔링, 커뮤니티는 플랫폼이 규모의 경제로 복제할 수 없는 것들이다.
이것이 마켓플레이스가 실용적 쇼핑의 대부분을 먹고 나면 성장이 멈추는 이유다. 그 지점이 바로 40%다. 여기에 수수료 경제학이 겹치면 이 천장은 더욱 견고해진다.
이론적 분석이 아무리 설득력 있어도, 실제 데이터가 이를 확인하지 못하면 공허한 주장에 그친다. 다행히도, 혹은 불행히도, AI 커머스의 현실을 보여주는 데이터는 이미 충분히 축적됐다. OpenAI의 Instant Checkout이 출시부터 폐기까지의 전 과정을 남김없이 보여줬기 때문이다.
타임라인은 이렇다. 2025년 4월 28일, ChatGPT에 쇼핑 기능이 도입됐다. 상품 카드에 이미지, 가격, 리뷰, 구매 링크가 표시됐고, 무료 유저를 포함한 모든 사용자에게 제공됐다. 이 시점에서 ChatGPT의 주간 활성 유저는 5억 명이었다. 2025년 9월 29일, Instant Checkout이 정식 출시됐다. 채팅 안에서 결제까지 완료할 수 있는 기능으로, Stripe와 공동 개발한 Agentic Commerce Protocol 위에 구축됐다. 미국 내 Etsy 셀러를 대상으로 먼저 시작했고, Shopify 연동은 "곧 출시"로 예고됐다.
결과는 처참했다. Shopify 대표 Harley Finkelstein이 투자자 컨퍼런스에서 직접 확인한 바에 따르면, Shopify의 수백만 판매자 중 AI 체크아웃 도구를 실제로 연동한 곳은 약 12곳에 불과했다. 복수의 애널리스트는 ChatGPT 내 구매 전환을 "near-zero"로 묘사했다. OpenAI는 미국 각 주의 판매세를 징수하거나 납부하는 시스템조차 구축하지 않았는데, 이는 거래량이 시스템 투자를 정당화할 수준에 도달하지 못했음을 뜻한다.
2026년 3월 6일, The Information의 보도에 따라 OpenAI가 Instant Checkout을 완전히 폐기한 사실이 확인됐다. 대신 Instacart, Target, Expedia 같은 서드파티 앱으로 구매를 전달하는 방식으로 전환했다. TD Cowen은 이를 "놀라운 인정(a stunning admission)"이라 평했다. 흥미롭게도 이 뉴스에 Expedia 주가는 8%, Tripadvisor는 13% 상승했다. 시장은 AI가 직접 거래를 처리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 거래 플랫폼으로 트래픽을 보내는 역할에 머물 것이라는 판단을 즉각적으로 가격에 반영한 것이다.
학술적 데이터도 같은 결론을 가리킨다. 함부르크대학교와 프랑크푸르트 경영대학의 공동 연구팀이 973개 이커머스 사이트(연간 총 200억 달러 매출)를 12개월간 분석한 결과, ChatGPT 레퍼럴 트래픽은 전체 세션의 약 0.2%에 불과했다. Google 오가닉 검색의 약 200분의 1 수준이다. 더 심각한 것은 양의 문제만이 아니라 질의 문제였다. ChatGPT를 통해 유입된 방문자의 구매 전환율은 Google 검색, 이메일, 제휴 링크를 통한 유입보다 오히려 낮았다. Visibility Labs가 94개 이커머스 사이트를 분석한 결과에서도 ChatGPT는 47만 4천 달러의 매출을 생성한 반면 비브랜드 오가닉 검색은 3,210만 달러를 생성해, 그 비율은 1.48%에 그쳤다.
Perplexity와 Google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Perplexity는 2024년 11월 Pro 구독자 대상으로 "Buy with Pro"를 출시한 뒤 2025년 11월 PayPal 연동으로 전체 미국 유저에게 확대했으며, 5,000곳 이상의 판매자가 연동돼 있다. 그러나 Perplexity의 총 사용자 기반은 2,200~4,500만 MAU로, 미국 AI 시장에서 6.2%에 불과하다. 쇼핑 거래나 전환에 관한 구체적 수치는 공개된 적이 없는데, 이것 자체가 의미 있는 시그널이다. Google은 Universal Commerce Protocol을 발표했지만, Google AI Overviews가 이미 상위 페이지의 클릭률을 58% 낮추고 있으며, 이커머스 검색 중 AI Overviews가 트리거되는 비율은 4%에 불과하다.
미국 소비자의 34%만이 AI가 자신을 대신해 구매하는 것에 편안함을 느낀다고 응답했고, Forrester 데이터에 따르면 AI 답변 엔진 안에서 구매를 완료하는 것은 모든 연령대에서 가장 채택률이 낮은 사용 사례였다. ChatGPT의 주간 활성 유저는 2026년 2월 기준 9억 명에 도달했다. 9억 명의 유저와 사실상 제로에 가까운 구매 전환 사이의 간극은, 트래픽과 거래 의도가 근본적으로 다른 것임을 이보다 더 명확하게 증명하기 어렵다.
AI 쇼핑이 자사몰을 위협할 수 있는지를 판단하는 데 있어 가장 강력한 반증은, 트래픽의 절대 강자인 Google과 Meta가 수십 년간 커머스에 도전하고도 실패했다는 사실이다. AI가 거대한 트래픽을 무기로 커머스를 정복할 것이라는 서사가 성립하려면, 같은 무기를 가진 선배들이 왜 실패했는지를 먼저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Google의 커머스 도전은 24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2002년에 Froogle이라는 이름으로 시작한 무료 가격 비교 도구가 시작이었다. 소비자가 상품을 검색하면 여러 소매업체의 가격을 보여줬지만, 쇼핑 목적지가 되지는 못했다. 2007년 Google Product Search로 리브랜딩했지만 여전히 소매업체로 링크를 보내주는 데 그쳤다. 2012년에는 유료 모델로 전환한 Google Shopping을 출시했는데, 이 결정은 EU로부터 24억 유로의 반독점 벌금을 초래하면서도 커머스 지배력 확보에는 실패했다.
더 본격적인 시도는 Google Express였다. 2013년 출시된 이 서비스는 Amazon 스타일의 온라인 종합몰을 지향했다. 6년간 운영됐지만, TechCrunch의 표현대로 "소비자의 인식 속에서 독립적인 쇼핑 목적지로 자리잡는 데 실패했다." 2019년 폐지됐다. 그 다음이 Buy on Google이었다. Google 검색 결과에서 바로 구매까지 완료할 수 있는 네이티브 체크아웃 기능이었는데, 이것마저도 "이탈 속도에 도달하지 못했다"는 Google 자체의 인정과 함께 2023년 9월 폐지됐다. 2026년 1월 발표된 Universal Commerce Protocol은 AI 에이전트를 통한 커머스라는 새로운 포장을 입었지만, 본질적으로는 24년간 반복된 시도의 연장선이다.
Google이 커머스에서 실패한 구조적 이유는 명확하다. Google의 핵심 비즈니스 모델은 광고다. 소비자를 소매업체로 보내고 그 과정에서 광고비를 받는 것이 Google의 이익 극대화 경로다. Google이 직접 거래를 소유하면 광고주인 소매업체와 경쟁 관계가 되어 핵심 수익원을 훼손한다. Marketplace Pulse가 정확히 짚었듯이, "쇼핑은 Google을 통과하지만, Google 위에서 일어나지는 않는다." Google의 커머스 담당 부사장조차 2021년에 인정했다. "우리는 소매업체가 아니고, 마켓플레이스도 아니다."
Meta의 실패는 규모의 논리가 커머스에서 왜 작동하지 않는지를 더욱 극적으로 보여준다. Meta는 월간 활성 유저 30억 명 이상을 보유한, 인류 역사상 가장 많은 사람이 매일 사용하는 플랫폼이다. Facebook에서의 커머스 시도는 2011년 무렵부터 시작됐고, 2019년에는 Instagram Shopping Checkout이 출시됐다. 2020년에는 마크 저커버그가 직접 엔지니어 1,000명을 커머스 기능 개발에 투입했다. 2021년 1분기 기준 월간 활성 Shop이 100만 개, 월간 방문자가 2억 5천만 명이라는 숫자를 내세웠다.
그러나 애널리스트 Faisal Masud가 지적한 것처럼, Meta가 밝히지 않은 것은 "고객이 실제로는 아무것도 구매하지 않았다"는 사실이었다. 소매업체들은 복잡한 설정, 부재한 주문 관리 시스템, 급증하는 고객 불만에 시달렸다. 그리고 2025년 6월, Meta는 완전히 방향을 바꿨다. 2025년 8월까지 Facebook과 Instagram의 네이티브 체크아웃을 전면 철수하고, 모든 쇼핑 고객을 브랜드 웹사이트로 리다이렉트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Meta Shops는 "향상된 상품 갤러리"로 재정의됐다. 피드에서 발견하고, 구매는 자사몰에서 하는 구조다.
PYMNTS의 애널리스트 Karen Webster는 이 현상의 핵심을 정확히 짚었다. AI 언어 모델은 물류를 갖고 있지 않다. 소비자를 매장으로 보낼 수는 있지만, 상품이 언제 도착하는지, 배송비가 얼마인지, 반품은 어떻게 하는지를 보장할 수 없다. 이 문제는 Google 24년, Meta 30억 MAU, 그리고 이제 AI 9억 유저 모두가 공유하는 구조적 한계다. 플랫폼은 주목을 생성하지만, 거래를 소유하고 고객 관계를 유지하고 구매 후 경험을 책임지는 것은 브랜드의 몫이다. 이 분업은 기술이 아니라 커머스의 본질에서 비롯된다.
40%의 천장과 쾌락적 쇼핑 동기라는 구조적 요인 외에, 자사몰을 향한 브랜드의 이동을 촉진하는 또 다른 강력한 힘이 있다. 마켓플레이스 수수료의 끊임없는 상승이다. 이 요인은 이론적 논증이 아니라 브랜드의 손익계산서에 직접 찍히는 숫자의 문제이기 때문에, 어떤 서사보다도 강력하게 행동을 바꾼다.
Amazon 셀러가 Amazon에 지불하는 총비용은 2016년 매출의 약 33%였다. 2022년에 이 수치는 50%를 넘어섰다. Marketplace Pulse의 분석에 따르면 이 비용은 크게 세 가지로 구성된다. 카테고리별 판매 수수료(referral fee)가 평균 약 15%, FBA(Fulfillment by Amazon) 물류 수수료가 20~35%, 그리고 이제는 상품 노출을 위해 사실상 필수가 된 광고비가 최대 15%다. 일부 셀러는 매출의 60~70%를 Amazon에 지불하고 있다고 보고한다. 2024년 기준 Amazon의 셀러 수수료 수입은 1,500억 달러를 넘어섰는데, 이 금액만으로도 Fortune 25 안에 들어갈 규모다.
더 심각한 것은 이 수수료가 매년 올라간다는 점이다. Amazon은 2024년 3월 입고 배치 수수료(inbound placement fee)를 신설했고, 4월에는 저재고 수준 수수료(low-inventory-level fee)를 도입했다. 2024년 Amazon 셀러의 65%가 FBA 비용 증가 때문에 상품 가격을 인상했다. Marketplace Pulse의 요약은 정곡을 찌른다. "매년 Amazon 셀러는 매출 대비 더 많은 수수료를 지불한다. 이 증가는 셀러가 더 많은 서비스를 이용해서가 아니다. 같은 서비스가 더 비싸지거나(FBA), 피할 수 없게 된 것(광고)이다."
이 수수료 구조가 만들어내는 마진 차이는 극적이다. Amazon 상위 셀러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10% 미만이다. 반면 Shopify를 통한 자사몰 판매에서 브랜드는 통상 22~35%의 마진을 확보한다. D2C 브랜드의 매출총이익률은 50~70%에 달하는 반면, 마켓플레이스를 통한 판매는 20~30%에 그친다. 한 브랜드의 분석에 따르면, D2C 채널과 마켓플레이스 채널의 공헌이익 차이가 221만 달러에 이르렀는데, 이는 10~20명 규모의 팀을 운영할 수 있는 금액이다.
여기서 자기 강화적 순환이 발생한다. 브랜드가 마켓플레이스에서 성공할수록 더 많은 수수료를 지불하게 되고, 더 많은 수수료를 지불할수록 자사몰 투자의 경제적 정당성이 커진다. 매출의 절반을 플랫폼에 내는 브랜드에게 자사몰은 선택지가 아니라 생존 전략이 된다. 이 메커니즘이 40%의 천장을 더욱 견고하게 만드는 또 하나의 축이다. 마켓플레이스의 점유율이 올라갈수록 수수료가 올라가고, 수수료가 올라갈수록 브랜드의 탈출 동기가 강해지며, 브랜드가 탈출할수록 마켓플레이스의 점유율 상승이 둔화되는 것이다.
AI 플랫폼이 커머스에 진입한다면 같은 경제적 압력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트래픽을 수익화하기 위해 수수료나 광고비를 부과해야 하고, 그 부과가 시작되는 순간 브랜드의 자사몰 이동 동기는 더 강해진다. 이것은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비즈니스 모델의 근본적 모순이다.
첫째, ChatGPT는 주간 활성 유저 9억 명에 도달했지만, Shopify 연동 판매자는 약 12곳이었고 구매 전환은 사실상 제로였으며, 출시 5개월 만에 Instant Checkout을 완전 폐기했다. 인류 역사상 전례 없는 규모의 AI 사용자 기반이 커머스 지배력으로 전환되지 않았다.
둘째, 40%의 천장은 Amazon(37~40%), Alibaba(78%에서 41%로 수렴), 쿠팡(약 40%), 호텔 OTA, 음식 배달앱, 심지어 오프라인 쇼핑몰까지 모든 유통 채널에서 관찰된다. 이것은 특정 기술이나 특정 기업의 한계가 아니라, 인간이 쇼핑하는 동기의 이중 구조에서 비롯된 거의 보편적인 현상이다.
셋째, Google은 24년간, Meta는 엔지니어 1,000명과 30억 MAU를 투입하고도 커머스를 정복하지 못했다. 두 회사 모두 네이티브 체크아웃을 시도했다가 철수했다. 트래픽의 지배력과 거래의 소유는 근본적으로 다른 역량이라는 것이 역사적으로 증명됐다.
세 번의 예언에 걸쳐 패턴은 동일하다. 지배적인 새로운 플랫폼이 등장하고, 거대한 트래픽을 생성하고, 전문가들이 브랜드 웹사이트의 죽음을 예언하고, 브랜드는 오히려 직접 채널에 투자를 늘리고, D2C 시장은 역대 최대 규모로 성장한다. 포털 시대에 Shopify 스토어는 5배로 늘었다. Amazon 공포 시대에 Shopify 시가총액은 100배가 됐고 D2C 시장은 2,400억 달러에 이르렀다. 글로벌 D2C 시장은 2024년 5,830억 달러에서 2033년 2조 7,500억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 이유는 구조적이고 반복적이다. D2C는 퍼스트파티 고객 데이터를 제공한다. 서드파티 쿠키가 사라지는 시대에 이 데이터의 가치는 더욱 커진다. D2C는 마켓플레이스의 표준화된 템플릿에서는 불가능한 브랜드 경험 통제를 가능하게 한다. D2C는 50~70%의 매출총이익률을 확보해 Amazon의 10% 미만 영업이익률과는 비교할 수 없는 단위 경제학을 제공한다. D2C 고객은 이메일, SMS, 로열티 프로그램 같은 자사 채널을 통해 재구매를 유도할 수 있기 때문에, 마켓플레이스에서 치열한 가격 경쟁 속에 일회성으로 끝나는 고객보다 생애가치가 높다. 미국 소비자의 55% 이상이 브랜드 웹사이트에서 쇼핑할 때 더 강한 유대감을 느낀다고 응답했고, 약 60%가 독점 혜택을 위해 브랜드와 직접 거래한다.
Meta가 네이티브 체크아웃을 철수하고 쇼핑 고객을 브랜드 사이트로 돌려보낸 결정조차 이 논제를 암묵적으로 인정하는 것이다. BigCommerce는 이렇게 정리했다. 쇼핑 고객이 브랜드 웹사이트로 리다이렉트되면, 고객과 더 직접적인 관계를 구축할 기회가 브랜드에게 주어진다고.
AI는 트래픽 채널로서는 의미 있게 성장할 것이다. ChatGPT 레퍼럴 트래픽은 전년 대비 52%씩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트래픽과 거래 의도 사이의 구조적 간극, 40%의 천장, 쾌락적 쇼핑 동기, 그리고 플랫폼 수수료의 역설이라는 네 가지 힘은 AI라는 기술로도 바뀌지 않는다. 이 힘들은 검색 엔진이 바뀌어도, 마켓플레이스가 커져도, AI가 추천을 해줘도 바뀌지 않았다. 그것은 기술의 영역이 아니라 인간이 쇼핑하는 동기의 구조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이다.
포털이 지배할 때도 자사몰은 살아남았다. 마켓플레이스가 모든 것을 삼키겠다고 했을 때도 살아남았다. 절반의 쇼핑은 효율이 아니라 경험으로 결정된다. 이 사실은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변하지 않는다. 세 번째 예언도 틀릴 것이다. 같은 이유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