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으로 둘러 쌓인 마을이라 아랫마을로 가서 버스를 타거나 아니면 진등고개를 넘어서 타야 하는 두 경우가 있었다. 아랫마을로 가서 타는 버스는 하루에 4번 있었다. 진등고개는 차는 많았지만 무서움을 각오하고 가서 타서 했다. 버스에서 내려서 10분 이상 걸어야 집이 나오는데 가는 길에는 다 공동묘지이다. 군부대 근처라 사격장이 있고 연못이 하나 있고, 산 중간을 가로질러 가야 했다. 공동묘지를 지나야 해서 늘 간을 졸이며 다녔다. 버스 정류장에 내리면 집이 한채가 있고 중간은 다 산과 산 사이 길이라 무섭기 짝이 없다.고개를 넘어 오면 구멍가게를 하던 친구 집이 있고 3분 거리에 우리 집이 있었다.
오른쪽은 공동묘지 왼쪽은 밭이었다. 길가에 묘지가 있어서 지나가야 할 때는 낮이건 밤이건 잽싸게 지나가야만 했다. 언덕 위에 집이 있어서 한눈에 마을이 내려다보였다. 학교 갔다 와서 엄마가 없으면 언덕 위에서 소리를 크게 지르면 엄마가 소리를 듣고 오시곤 했다.
주로 감자와 옥수수 농사를 지었고 집 주변에는 많은 과일 나무들이 있었다. 뒤뜰에는 앵두나무와 고야라고 해서 자두보다 작은 열매인데 맛은 새콤달콤 여름이면 아직도 먹고 싶다. 대추나무는 오래되어서 마당 양쪽으로 있어서 빨랫줄을 매서 빨래를 널었다. 호두나무 복숭아 뽕나무 여름이면 요긴하게 간식거리가 많았다.
5월이면 뒤뜰에 작은 앵두나무에서 앵두가 익으면 맛난 것은 다람쥐도 알아서 얼른 우리가 따 먹기도 전에 씨만 남기고 먹어 치워서 다람쥐랑 내기를 하며 먹어야 했다.
논과 밭 사이에 뽕나무가 있어서 오디가 익으면 우리도 먹고 뱀도 먹는지는 모르지만 밤에 뽕나무 아래를 지나다 보면 뽕나무에서 뱀이 떨어져 자지러지게 놀라기도 했다. 한 발자국 가면 뱀이 나오는 곳에서도 씩씩하게 자랐다. 지금이야 보기 드문 것들이야 놀라고 호들갑을 떨지만, 그 당시만 해도 친구들과 뱀을 잡아서 친구에게 던지고 장난을 치며 놀았다.
개구리가 나오면 개구리를 잡아 해부도 해 보고 재미 삼아 개미 똥구멍을 빨아먹기도 했다. 시큼한 맛으로 기억한다. 반딧불을 잡아서 똥구멍에서 나오는 불빛이 얼마나 강한지 실험도 해보고 진달래가 피면 진달래를 간식으로 찔레꽃이 피면 찔래 줄기를 씹어 먹기도 하고 풀 중에서도 껌처럼 씹는 풀도 있어서 씹어 먹고 아카시아가 나면 아카시아꽃을 먹고 줄기로는 친구 동생 머리를 돌돌 말아서 곱슬머리 파마를 해주며 서로 신나서 웃었다.
곱슬머리 파마도 제대로 하면 진짜 미용사가 되기라도 한 것처럼 어깨에 힘을 주기도 했다. 모든 것이 추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