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뉴스 영상이 내 시선을 붙들었다. 부산의 대학생들이 AI로 100% 제작한 홍보 영상이 국내 최대 규모의 ‘서울영상광고제’에서 금상을 수상했다는 소식이다. 화면 속 영상은 1950년대 전쟁의 상처가 남은 부산의 판잣집 풍경에서 시작해, 화려한 불빛이 일렁이는 현대의 디자인 도시로 매끄럽게 전환된다. 광고 전문가들이 만들었다고 해도 손색없는 이 결과물을, 학생들은 노트북 한 대와 AI 도구만으로 완성해 냈다. 예전 같으면 막대한 자본, 전문 인력, 그리고 고가의 장비가 있어야만 가능했을 연출이다. 하지만 이제 그 모든 물리적 제약은 AI 앞에 어떠한 핑계도 되지 않는다.
이 사건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명확하다. 이제 ‘얼마나 화려한 그래픽을 구사하느냐’는 더 이상 프로와 아마추어를 나누는 기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AI는 제작 비용과 기간을 혁신적으로 줄여주었고, 이는 곧 누구나 전문가급 결과물을 낼 수 있는 ‘기술의 민주화’를 불러왔다. 영상 속 한 학생은 “인서울 대학을 추구하기보다 나만의 특별한 경험을 쌓고 싶었다”라고 말한다. AI는 지역적 한계나 인프라의 격차마저 무력화시킨다. 이제는 ‘어디서 배웠느냐’보다 ‘무엇을 표현하고 싶은가’가 실무에서 더 큰 경쟁력이 되는 시대가 온 것이다.
학생들이 주목받은 이유는 단순히 AI를 잘 다뤄서가 아니다. 전쟁의 폐허와 현대의 디자인 도시를 ‘성장과 치유’라는 관점으로 엮어낸 그들의 기획력 때문이다. 나의 꾸준한 질문, “기술은 충분한데 무엇을 만들 것인가?”에 대한 답이 여기 있다. 기술이라는 도구가 상향 평준화되어 모두의 손에 쥐어졌을 때, 마지막까지 변별력을 만드는 것은 결국 설계자의 ‘시선’이다. AI는 ‘어떻게(How)’를 완벽하게 해결해 주지만, ‘무엇을(What)’과 ‘왜(Why)’는 여전히 인간의 몫으로 남겨두기 때문이다.
이제 기술이 없어서, 혹은 장비가 부족해서 못 한다는 변명은 통하지 않는 시대다. 도구는 이미 평등해졌다. 서울광고제에서 금상을 거머쥔 지역 대학생들의 성과는 우리에게 묻는다.
“그래서, 당신은 들려줄 이야기는 뭔가요?”
잘 만드는 능력은 AI에게 맡겨도 좋다. 하지만 무엇을 만들기로 했는지, 그 선택의 책임과 무게는 오직 우리에게 있다. 결국 AI 시대의 진검승부는 기술이 아니라, 설계자의 지독한 기획력에서 결정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