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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고 유감

나는 '퍼스널 브랜딩'이 냉정하게 말해 시장에 자신을 얼마에 팔 수 있느냐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추천하는 사이트가 크몽과 숨고다. 자신의 재능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 플랫폼 사이트다. 그런데 이 두 사이트가 비슷한듯 다르다. 과연 무엇이 얼마나 어떻게 다를까.


먼저 크몽은 자신의 재능과 경력을 자세히 소개하도록 되어 있다. 그 과정이 생각보다 엄격해서 나 역시 두 세번의 승인 반려를 받고 겨우 입점했다. 수수료는 20%, 40%를 받는 날강도 같은 사이트들이 많으니 나름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 정산과정도 정확하고 깔끔하다.


숨고는 비슷한 재능 제공 사이트지만 과정이 다르다. 프로필이 있긴 하지만 소비자들이 '필요한 것'을 적으면 '입찰'의 과정을 거친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2~3000원을 내야 한다. 즉 이 사이트는 공급자가 아닌 소비자의 편의에 맞춰져 있다. 그런데 매번 10대 1 이상의 경쟁을 거쳐야 하니 자연스럽게 단가 싸움이 된다.


게다가 숨고는 필요한 재능을 등록해두면 그에 맞는 일감들이 수시로 뜨는 시스템이다. 하루에도 10번 이상씩 그것을 확인하고 일일히 나의 경력을 새로 타이핑해서 넣어야 한다. 그것을 자동화하면 또 돈을 받는다. 좀 과하게 표현하자면 숨고는 야바위판 같다. 



'브랜드 경험'이란 용어가 있다. 사람들이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받는 과정에서 어떤 경험을 하느냐로 브랜드의 경쟁력을 가늠하는 말이다. 기분 좋게 밥을 먹고 나오는 식당도 있지만 디테일한 불편과 불친절 때문에 다시 가고 싶지 않은 식당도 있게 마련이다. 그런 의미에서 크몽은 잘 가꾸어진 카페 같다. 숨고는 불친절한 시골 장마당 같다.


크몽이 완벽하다는 말은 아니다. 하지만 크몽은 나의 경력을 상세히 기술하도록 되어 있고 그것을 원하는 사람들이 정해진 가격에 따라 신청하는 구조다. 하지만 숨고는 프로필보다는 가격으로 경쟁하는 사이트다. 그 사람이 누구며, 어떤 경력을 갖고 있는지, 어떤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지 비교할 여유가 없다. 경쟁이 심하다보니 툭하면 입찰 마감이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솔직히 조금 불쾌하더라도 싸게 서비스를 이용하고 싶다면 숨고를 선택하는게 맞다. 하지만 나라면 싼 가격에 일단 입찰 받고 나서 이런 저런 이유를 들어 가격을 올릴 생각을 하게 될 것 같다. (실제로 그런 케이스가 많다고 한다) 서비스 하나에도 그것을 만든 사람의 가치관이 그대로 드러나는 것 같아 씁쓸하다. 환불 방법을 몰라 지금은 쓰지만, 충전금액이 사라지면 숨고는 아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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