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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충우돌 왕초보의 식당 운영기 - VII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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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두부 가게 매출이 우상향 중입니다. 평일에도 170은 가볍게 넘어서네요.(제가 인수하기 전 이 식당의 매출은 100을 조금 넘기는 정도였습니다) 잘 안되는 날도 있지만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변화는 단골들이 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일단 가게를 깨끗히 유지하는데 온 힘을 기울였습니다. 식당이 깨끗한 건 당연한건데 무슨 말이냐고요. 일하는 공간에 익숙해지면 가게가 더러운지 아닌지 주인은 실감을 잘 못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망한 가게들은 하나같이 지저분하지만 정작 그들은 그 사실을 모른다고 하네요. 자신을 객관화해서 볼 수 있는 것, 메타인지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됩니다.


또 한 가지는 제가 손님들과의 소통을 일관되게, 일원화했다는 것입니다. 소비자의 눈 높이에서 식당을 바라보기 위해 노력하고 있죠. 손님들은 같은 클레임을 다른 사람에게 두 번 하는 것을 가장 싫어합니다. 그래서 저는 손님이 절대 두 번 말하지 않도록, 이미 한 번 들어온 클레임은 이모님에게 충분히 설명을 듣고 테이블을 찾아갑니다.


인간은 무슨 일을 하든 그 일이 오래 되면 능숙해지고 익숙해집니다. 이것이 기계적인 일이면 장점이 되지만 사람을 상대하는 일은 그렇지 않은 것 같아요. 사람은 기계가 아니라 감정을 가진 존재니까요. 그래서 잘되는 식당은 자신과 자신의 식당을 객관화해서 바라볼 수 있는 능력이 뛰어난 것 같습니다. 손님의 입장에서 바라볼 수 있으면 개선점도 보입니다. 그래서 조금씩 성장하는게 가능한 것이죠.


적어놓고 보면 뻔한 말 같지만 실제로 식당을 해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습니다. 하루 하루 손님을 응대하다보면 일하는 사람 입장에서 조금 더 편한 방법을 궁리하게 마련이거든요. 그래서 저는 일하는 사람이 조금 불편하더라도 손님이 편한 방법을 찾으려고 애쓰는  중입니다. 어쩌면 이 작은 차이 하나가 지금의 매출을 이끄는 가장 큰 이유일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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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렵사리 구한 보조 셰프가 출근 당일 8시 46분에 못 온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가게가 난리가 났습니다. 덕분에 평소엔 같이 일할 일이 없던 셰프와 점덕이 언니가 함께 일하다 결국 사단이 났구요. 간만에 주방에서 큰 소리가 나도 어쩔 수가 없습니다. 식당은 사람, 사람, 사람이 전부입니다.


우리 식당은 저녁이 되면 혼밥의 성지가 됩니다. 이유는 아직도 확실치가 않습니다. 그런데 제가 이분들을 유심히 바라보다 아이디어를 하나 냈습니다. 혼밥족들에게 가장 필요한 게 뭔지 알아냈기 때문입니다. 저는 네이버에서 하나에 920원 하는 스마트폰 거치대를 5개 샀습니다. 혼밥족의 국룰은 유튜브 보면서 밥을 먹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식당 사장들은 장사가 안되면 저마다 담배 피는 장소가 따로 있습니다. 빡빡이 셰프는 담배를 피우지 않지만 근처 가게 사장님들은 점심 무렵이 지나면 계단 계단마다 자기만의 장소에서 너구리 한 마리가 됩니다. 오늘도 저는 그런 너구리들을 만날 때마다 인사를 합니다. "요즘 장사 참 안되죠?" 너구리가 말합니다. "그러네요. 진짜 불경기는 불경기인가 봐요." 여러분이 만일 판교를 지나다가 너구리굴을 만난다면 이렇게 생각하십시오. 아, 저기가 바로 그 순두부 식당이 있는 너구리 골목이구나 하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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