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으로 들어가는 길로 차가 들어서자 기다렸다는 듯이 막내가 마당에서 뛰어나왔다. 차가 들어오는 것만 보고도 짖어야 할 차인지 아닌지 구별하는 녀석들의 코에 찬사를 보낸다. 꼬리를 흔들며 차옆으로 다가오는 막내 때문에 천천히 운전대를 몰고 마당으로 들어서자 꼬리를 흔들어 대며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어쩔 줄 몰라하는 마루가 눈에 들어왔다. 비와 눈을 피해 지붕 아래쪽으로 집이 옮겨져 있었다. 옛날 재례식 화장실로 사용했던 창고 문쪽에서 초코가 앞발을 들고 방방 뛰어 댄다. 나를 반기는 녀석들의 엄청난 환영에 두 녀석들의 묶여있던 줄부터 풀어주었다.
목줄이 풀린 마루와 초코는 나를 보자 반갑다며 발을 들고 꼬리를 흔들어 대던 것과는 반대로 냅다 밖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마당을 넘어 우물을 지나 큰 도로 까지 달려 나갔다. 두 녀석은 고삐 풀린 망아지 마냥 헐레벌떡 어쩔 줄 모르고 천방지축 뛰어다녔다. 그에 비해 막내는 두 녀석을 바라보다가 내 주위에 머물러 꼬리를 흔들어 댔다. 막내는 겁이 많아 절대 멀리 가는 녀석이 아니었다. 그래서 목줄을 풀어놓아도 걱정이 안 되는 강아지다.
시골집을 지키는 세마라 강아지들은 주인이 내려오는 날만을 목놓아 기다리며 시골집을 지키고 있다. 일주일치의 물과 식량을 자동급식할 수 있도록 해놓지만 사료는 많이 줄지 않는다. 주말 동안 먹는 고기맛 때문에 맛없는 사료를 즐겨 먹을 수 없을 것이다. 배고프지 않는 한 사료를 거들떠보지 않는 녀석들이다. 윗집에서 간간히 맛있는 고기를 주고 가니 이미 음식맛에 길들여져 버린 개들이다.
목줄이 풀린 기념으로 마실을 나간 두 녀석이 잠시후 돌아왔다. 그사이 막내는 가져온고기를 먼저 얻어먹고 있었다. 이름을 부르자 두 녀석은 꼬리를 흔들어대며 나에게 반가움을 표시했다. 그리고 내가 주는 고기를 야금야금받아먹었다. 먹을 것이 다 떨어진 것을 알자 다시 두 녀석의 달음박질이 시작됐다. 달음박질이라고 하지만 동네 마실을 다니며 영역표시를 해야 하기 때문에 바쁜 것 같다. 못만난 친구들에게 안부를 전하고서야 한참만에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지금은 겨울철이라 집 가까이 밭들이 모두 경작을 멈춘 상태이다. 밭으로 뛰어다니는 녀석들을 보더라도 동네 어르신들의 잔소리는 듣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농번기가 되면 녀석들은 주말에도 풀어놓을 수 없게 된다. 지금이 두 녀석에게는 마음껏 뛰어다닐 수 있는 시기이니 그대로 두는 수밖에 없다. 한참을 들어왔다 나갔다 하던 녀석들이 집으로 돌아왔다.
동네 한 바퀴를 돌기 위해 밖으로 내가 나섰다. 당연히 기다렸다는 듯이 세녀석이 나를 따라 나왔다. 녀석들은 나보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보조를 맞춰 걸어 나갔다. 당연히 내가 어디로 가는지 이미 알고 있는 녀석들이다. 내가 가는 방향이 마루가 가고 싶은 길일 것이다. 마루가 앞장서 쭉 걸어 나갔다. 초코는 내 주위에서 가장 가까이 따라왔다. 막내는 두 녀석이 가는 길을 쫓아갔다. 염소를 키우는 목장가까이 오자 개들이 달리기 시작했다. 전생에 염소 치기 녀석들이었는지 아니면 사냥개의 본성이 남아 있는 것일까. 내가 부르자 다시 길을 나섰다. 자동차가 다가오자 마루는 재빨리 밭으로 피하고 초코는 나를 향해 다가왔다. 막내는 더 우왕좌왕하다가 밭으로 쏜살같이 도망쳤다. 차가 지나가자 마루가 먼저 길을 나섰다. 모통이를 돌 때쯤 내가 방향을 틀어 집으로 내려갔다. 그러자 개들도 다시 집으로 방향을 틀었다. 앞서가던 마루는 아무도 뒷 따라오지 않자 잽싸게 뛰어 내려왔다.
집으로 돌아와 마루 문을 열어 두니 녀석들이 마루에 자리를 잡았다. 지난주의 잔여물이 남아서 인지 마루가 개냄새로 가득했다. 청소를 하지 않고 그대로 간 것이다. 비는 내리고 질퍽한 마당을 돌아다닌 녀석들 때문에 난장판이 되었지만 그래도 마냥 좋아하는 녀석들 때문에 밖으로 내볼 수가 없었다. 마루 바닥 청소를 몇 번을 했는지 모른다.
모처럼 녀석들의 목욕을 시켰다. 초코는 어디 똥통에서 굴렀는지 변냄새로 가득했다. 다행히 목욕하는 내내 얌전했다. 마루와 막내는 방 안으로 들어와 잠을 자려고 했다. 사람 곁에서 자는 것이 개들도 안정감이 드는 것인지 자꾸 사람 곁으로 주인 곁으로 다가온다. 목욕을 시켜서 망정이지... 초코는 집을 지켜야 하는 사명을 가지고 있는지 마루에서 잠을 청한다. 개들도 사람도 시골의 고요한 밤이 일찍 찾아왔다.
시골집을 지키는 세 마리 강아지들 때문에 주말이면 시골로 자동차를 몰고 달린다. 개들이 좋아하는 닭고기를 삶아 차에 싣고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