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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리 AIRY Jan 17. 2022

지원사업 마무리, 텀블벅 프로젝트, 배송

한 달 넘게만의 일기

 우여곡절이 많았다. 이런저런 일정을 맞춰보니 텀블벅을 2주밖에 열지 못한다는 생각에 조바심이 나기도 했다. 하지만 조바심이 나는 이유는 꼭 텀블벅을 여는 기한이 짧아서만은 아니었다. 100만 원도 채울 수 있을까 자신이 없었다. 생각보다 실물 책을 제작하는데 비용이 많이 들었다. 텀블벅 후원 목표 금액을 채우지 못하면 제작비 충당에 엄청난 무리를 해야 할 판이었다.

 다행히 일정이 예상보다 빨리 맞춰져서 11월 29일 월요일에 열려고 계획했던 텀블벅 프로젝트를 내친김에 11월 26일 금요일에 시작했다. 우려와 달리 텀블벅이 열린 지 1-2분 만에 300,000원짜리 고액 후원을 세 분이 해주셔서 금방 100만 원을 채웠다. 4,801,004원. 목표 금액 2,500,000원의 192%였다. 121 분의 후원자들에게 감사드린다.  12월 12일 일요일에 프로젝트를 마감했다. 첫 텀블벅 프로젝트를 마쳤다.

  끝은 아니었다. 배송을 직접 할 자신이 없었다. 나는 왜 이렇게 자신 없는 게 많은 것인가? 그런데 일은 벌이고. 아무렴 해치웠으니 된 것 아닐까? 자신 없었지만 잘 해냈어! 배송에 자신이 없는 건 매일 6시간 정도 과외를 하며 진이 빠지는 이유도 있지만, 무엇보다 집에 배송 작업할 공간이 마땅치 않았다. 쓰리룸에서 살고 싶다. 너무 많은 옷이 문제다. 이제는 잘 입지도 않은 옷을 정리 처분하지 못해 공간을 많이 차지하고 있다.

 이 와중에 서울문화재단 지원사업을 마무리해야 했다.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만들어진 책이기 때문에 결과보고서를 작성해야 했다. 정산 및 성과보고서를 작성하기 위하여 짬나는 시간에 아슬아슬하게 은행 업무를 보기도 했다. 도무지 머리가 아파 사업설명서를 읽어도 모르겠어서 재단에 전화와 메일로 문의를 하며 일을 처리해 나갔다.

 텀블벅 프로젝트도 마찬가지였다. 심사 승인이 나기까지도 많은 종류의 준비 서류를 준비하고 절차를 밟아야 했는데, 그때도 메일로 문의를 계속할 수밖에 없었다. 처음부터 짜잔 완성-하면 좋겠지만, 설명서를 읽는 일이 어느새 너무 어려운 일이 되었다. 예전에는 전자기기를 사도 설명서부터 꼼꼼히 읽어봤는데. 이젠 어려운 수학 공식을 알아야만 이해할 수 있는 문제를 푸는 기분이다. 내가 홀로 설명서를 완전히 이해해서 일을 척척 해나가면 좋겠지만 통 정보들이 머리에 들어오지 않는다.

 하지만 나의 요령이 생겼다. 누군가의 말에도 용기를 얻었다. "문의 창구가 괜히 있는 걸까?" 몇 번의 음원 발매와 CD와 LP 제작 및 입고, 각종 아트워크 의뢰 등에서 느꼈지만 막상 상황을 맞고 부딪혀서 죄송하지만 관계자 분들을 귀찮게 하면 어느새 일을 마칠 수 있겠다 싶다. 마치 수학 선생님께 질문과 질문을 거듭하여 차츰 문제를 이해하고 결국 풀어내는 것과 같다. 하다못해 "사업설명서 35쪽에 문의하신 관련 정보가 있습니다"와 같은 정보라도 얻을 수 있는 것 아닌가? (문의 담당자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공상온도의 배송대행 서비스를 이용했다. 책과 향 제품이 나오는 날이 달라서 배송이 조금 늦어졌다. 오늘이나 내일 배송이 시작될 예정이다. 공상온도에 배송을 하는 김에 내 수중에 남은 수량의 책을 공상온도에 위탁판매 신청하고 싶다는 말씀도 전했다. 신청서를 채워서 보내드리면 된다. 1월 22일에 있을 서울 레코드 페어에 재미공작소 부스에서도 책 <그리고 일기가 남았다>를 위탁 판매하기로 했다.

 슬슬 위탁판매를 준비해야겠다. 독립 책방에 입고 문의를 해야지 생각만 하고 아직도 못 알아봤다. 한번 날 잡고 알아봐야겠다. 생각만 한 것에 비해 공상온도와 재미공작소, 맞배집에는 바로 위탁판매를 하게 되어 만족스러웠다. 작은 것에 괜히 만족스러워하는 습관은 기분을 괜스레 좋게 한다. 그래, 그래서 그렇다.

 어제는 최고액을 후원해주신 두 팀께 약속했던 후원 선물을 직접 전달해드렸다. 책+향 50ml+식사와 대화. 두 팀 다 상수 슬런치에서 만나 대화를 나눴는데, 정말 꿈과 실패에 대한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그리고 어디로 튈지 모를 정도로 더 다양한 이야기도 나누었다. 직접 전달해드리는 만큼 책에 사인도 해드렸다. 텀블벅 프로젝트 쪽지로 싸인본을 원하시는 분들이 몇 있었는데 배송대행을 시킨 상황도 있지만 이래저래 애매해서 싸인은 나중에 직접 마주하게 되면 해드리겠다는 양해의 말씀을 구하며 답장을 드리기도 했다.

 그동안 꿈을 많이 꿨다. 지금 애인과 옛 애인들이 번갈아 나왔다. 오랜만에 하는 연애가 꿈에도 영향을 미치나보다. 많이 싸운다. 엄마한테 말했더니 나에게 많이 싸우라고 했다. 솔직하지 않은 것보다 솔직하게 서로 잘 싸우면 좋지 않을까 한다고. 그런데 싸울 때마다 무지 힘들다.

 어제 최고액 후원자 한 분과 대화를 하다가 힌트를 얻었다. 후원자 분께서 본인의 이야기를 하셨는데, 내 사례에 적용해본 것이다. 내가 언제 버튼이 눌리는지에 대해 생각해보는 계기가 될 수도 있겠다 싶었다. 이 관계가 오히려 실마리를 푸는 열쇠(실마리를 푸는 열쇠가 있나?)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오늘 오전에 여느 월요일 오전처럼 신경정신과에 다녀왔다. 최근 1년간 메말랐던 눈물이 연애를 하니까 도로 많아지는 것 같다고 말씀드렸다. "안전하기 위해서 자극을 차단하고 한정된 곳에서만 있다가 새로운 관계를 맞이하니 각종 자극이 생겨서 그러시는 것 같네요. 그런데 이제 그럴 필요도 있는 것 같아요."라고 하셨다. 게다가 어제 내가 생각했던 것과 똑같은 말씀마저 하셨다. "화나는 감정은 자연스럽고 괜찮은 거예요. 그런데 내가 언제 왜 화가 치미는지 생각해보면 좋을 것 같아요."

 싸울 때는 너무 힘들어서 머리도 안 돌아간다. 예전에는 싸울 때 거의 항상 다다다다 쏘아대는 스타일이었던 것 같다. 다다다다에 지쳤을 옛 애인들에게 그에 대해서는 초큼 죄송하다. 그런데 작년을 기점으로 나는 관계에 갈등이 생기면 무척 힘들어서 시간이 필요한 쪽이 되었다. 그런 사람이 됨으로써 과거 연인 중에 싸울 때 시간을 잠시 두길 원했던 사람을 이해할 수도 있게 되었다.

 시간을 두고 잠시 다른 일에 집중하면 저절로 상황과 마음이 정리된다. 그리고 시간을 두는 동안 타인과의 대화 시간이 있다면 지금 스트레스받는 내용이 아닌 전혀 다른 이야기를 나누다가도 배움을 얻고 내 관계에서 적용하려는 습관이 생긴 것 같다.

 이렇게 지냈다. 벌써 2022년 1월의 절반이 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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