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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난나 씨 Jul 20. 2020

어쩌다보니 시골, 어쩌다보니 동거 #21

: 돈과 행복의 상관관계

: 이미지 펌, 구글 이미지: 



시골 촌구석에서 보내는 인생이 괴로워보여.


엄마가 말했다. 아직 호적상으로는 엄마아빠 밑에 있기에 내 몫의 재난지원금을 보내달라는 요청에 엄마는 긴 메시지로 답을 해왔다. 무조건 이야기를 거부하고 꼴보기 싫다고 화만 내던 엄마가 처음으로 마음을 보인 것이다. 그 마음이 너무나 절절해 엄마 가슴에 꽂은 비수의 깊이만큼 내 가슴에도 독이 퍼졌다. 


 '넘 가슴아프고  마음 아프다. 궁핍하게 사는모습도, 좋은데 가서 분위기잡고 외식한번 못하고 시골 촌구석에서 보내는인생이괴로워보여. 매일 쪼들리게 살면서 멋있게 살아볼수 없잖아. 앞으로 더힘들고 어려울텐데 생각만해도 눈물나네. 다른딸들은 가정꾸미고 행복하게사는 모습보니까. 

가슴 한구석에 대못 박고 또 한구석에 다른 대못 박고 엄마는 힘드는구나. 내가 죄가많은가 생각드네. 너가선택했다하지만 후회할때도 있는거야. 마음이 힘들면 이야기해.' 


... 


순간 눈물이 왈칵 나와서 밖으로 나갔다. 닌나 씨가 왜그러냐고 물었다. 엄마랑 톡하느라, 하자 아- 하며 혼자만의 시간을 주었다. 무척이나 파란 하늘 아래 앉아 한참동안 엄마의 메시지를 곱씹었다. 기껏 잘 살아보겠다고 뛰쳐나와서 이런 못난 모습이나 보여주다니 자괴감이 들었다. 마지막 문장에서 엄마는 내가 집으로 돌아오기를 바라고 있었다. 


엄마의 말처럼 난 잘못된 선택을 한 것일까. 생각들이 꼬리를 물다 근본적인 질문에 직면했다. 


나는 불행한가?  


그런데 아무리 곰곰 생각해봐도 나는 안행복하지 않았다. 텅빈 잔고를 걱정하는 것 외에는 웃을 일도 많았고, 실제로 하루 몇번씩 행복하다고 말하고 있었다. 아침에 눈을 뜨면 발라당 누운 귀여운 개님이 미소짓게 만들고, 닌나 씨가 내려주는 커피 한 잔에, 지금처럼 파란 하늘에 행복했다. 


테라스에 앉아있으면 파란 하늘과 구름이 시시각각 변한다. 저 구름은 푸들을 닮았네, 고래를 닮았네 시덥지 않은 대화가 오가기도 하고 조용히 시간이 흐르기도 한다. 하늘과 눈을 맞추는 순간은 너무나 평온해 깊은 위안을 준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나만의 뿌리를 내릴 시간을 준다. 


반대로 엄마에게도 물어보고 싶었다. 

"엄마는 돈이 많아서 행복해?" 


우리집은 잘 사는 편이다. 아빠는 사업을 하고, 경기도에 아파트 한 채, 차 두 대를 가진 전형적인 중산층이다. 노후도 나름 탄탄히 대비되어 있어, 자식으로써 큰 부담은 던 셈이다. 


엄마는 내가 아는 사람 중 가장 다정한 사람이다. 어렸을 때는 매일매일 친구들이 부러워하는 도시락을 싸줬으며, 생일이면 친구들을 불러 상다리가 부러져라 파티를 열어주었다. (그 땐 맥도날드가 없던 시절...) 잔소리도 없고, 심부름도 시키지 않는다. 그 흔한 설거지도 시키지 않았다. 나중에 시집가면 할텐데, 벌써부터 이런거 하면 나중에 고생한다고 했다. 


하지만 내가 아는 엄마는 늘 걱정에 시달렸다. 남편걱정, 자식걱정, 친척걱정 - 엄마는 행복하냐고 물으면 너네가 잘 됬으니 행복하지 혹은 잘 되야 행복하지 라고 답했다. 못배웠다는 컴플렉스는 일생을 쫒아다니며 엄마를 힘들게 했다. 엄마의 행복 요소는 거진 외부에 있었고, 남들의 시선은 행복을 측정하는 잣대가 되기 일쑤였다. 


요즘 엄마랑 아빠는 그닥 사이가 좋지 않다. 둘 사이 벽이 생겼는데 어느 누구하나 이야기 할 생각을 하지 않는다. 말해서 뭐해, 서로 말이 통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엄마는 아빠가 밉다고 하면서 늘 해오듯 옷과 식사를 챙겨준다. 셋이 함께 밥을 먹는데 같은 공간에서 따로 있는 듯한 기분을 받았다. 집에서 나올 때 엄마가 혼자 거실에서 티비를 보는 모습이 어찌나 작아보이던지... 계속 잔상이 남았다. 




 어떤 사람을 선택할지 말지 결정하기 전에,
내가 어떤 사람을 만나 행복해 질 수 있는 사람인지 알아야 한다.

... 그와 나는 몇 평짜리 아파트에서, 무슨 차를 굴리고, 한달에 얼마씩 저축해 몇 년 뒤에는 어떤 집에서 살 것인지에 대해서는 이야기 했지만, 정작 어떤 음악을 듣고, 어떤 작가의 글에 열광하며, 어떤 상상을 할 때 가장 행복해지는지에 대해서는 한번도 듣지 못한채로 결혼했다.  by 곽정은 '내 사람이다' 중  


:  달처럼 둥근 닌나 씨와 - :


주말엔 뭐하냐고 묻자 아빠는 거실에서 넷플릭스 보고 엄마는 그냥 있다고 한다. 같이 보면서 얘기 좀 나누라고 하자 별로 할 말이 없단다. 나라면 절대 견디지 못할 것 같다. 영화 하나 보고 나면 둘이 한시간 쯤은 거뜬하게 토론을 하는 닌나 씨와 나이다. 


엄마는 마음에 1도 들지 않는 남자와 사서 고생을 하러 뛰쳐나간 딸이 안쓰럽고, 난 자신의 마음을 돌아보는데 서툰 엄마가 안쓰러웠다. 


고생을 안해봐서 아직 철이 없어서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커다란 집에서 허공에 메아리를 치느니, 작은 밥상 앞에서 마음 맞는 사람과 복작복작 이야기를 나누는 편이 지금의 내게는 더 맞는 행복인 것이다. 


요즘 닌나 씨와는 돈이 생기면 무엇을 할지 상상하면서 리스트를 만들고 있다. 강아지 미용시키기, 바다보기, 나무 깍는 목공용 칼 사기, 읽고 싶은 책들, 치킨 쟁여놓기 등 소소하기 그지없지만 둘 다 눈이 반짝반짝 신바람이 난다. 


만 하루를 고민하다 엄마에게 답변을 보냈다. 


'...(중략) 그래도 엄마. 엄마는 듣기 싫고 인정하기 싫겠지만, 시골 생활은 엄마가 생각하는 것처럼 나쁘거나 괴롭지 않아. 비록 화려하지는 않아도 소소한 행복과 평화로움을 느끼며 살고 있어. 엄마 걱정보다 맛있는 것도 많이 먹고! 행복의 요소는 사람마다 다른 거니까. 여기에서의 삶은 나를 인간적으로도 많이 성숙하게 했다고 생각해. ...' 


무엇이 정답인지는 모른다. 저마다의 행복이 다르고, 가치관이 다르니 우선은 내가 행복하다 느끼는 길을 선택하고 나아가다보면 각자 나답게 행복한 삶을 공유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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