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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균 Apr 01. 2016

오늘은 그런 밤입니다.

달이 밝게 빛나는...

꽃이 피기도 전

날아가 버린 봄날에

봄을 원망하랴

피지 못 한 널 원망하랴


그저 봄을 잡지 못 한 내 탓이고

널 불러 보지도 못 한 내 잘못이려니


밝게 핀 모습 한번 그려보다

봉우리속 외롭게 눈물 흘렸을

네 모습 차가이 눈에 밟혀

한없이 하염없이

네가 있던 자리만을 맴돈다


이따금 나오는 작은 탄식은

방향을 잃어 사그라졌고

하염없이 서성이던 그 자리엔

오늘도 여전히

봄은 오지 않았다

지난 봄, 수많은 생명들이 피기도 전에 사라져 버렸던 날. 그날 이 후 봄은 겨울보다 싸늘한 계절이 되어 버린 것만 같습니다. 차가운 물 속으로 싸늘히 잠겨버린 수많은 꽃잎들은 여전히 그 속에서 여린 손끝을 꼭 잡고 따뜻한 봄바람을 기다리고 있을테지요. 시간이 흘러 또 한번의 봄을 맞이하는 오늘. 여전히 우리곁엔 꽃을 피우지 못하고 떨어져 버리는 어여픈 꽃망울들이 있습니다. 우린 무엇이 그리도 바빠 떠나가는 봄의 뒷자락을 잡고 기다려 달라 말 한마디 하지 못했을까요. 왜 그들 곁에서 따스한 봄바람이 되어주지 못했을까요.


 달빛마저 환하게 비추는 오늘, 봄 하늘을 마주하는 얼굴엔 씁쓸한 미소만이 배어있습니다. 색색의 꽃들을 수놓는 봄을 마주 하면서도 마음 한 구석엔 여전히 차가운 서리가 맺혀있는것만 같습니다. "4월은 가장 잔인한 달"이라는 시의 한 구절 처럼, 봄을 맞이하는 순간은 어쩌면 가장 죽음에 가까운 순간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3월도 채 일주일이 남지 않았습니다. 어느새 봄을 알리는 노래들이 하나 둘 씩 봄을 재촉하듯 울려퍼지고 있네요. 조금 급한 나무들은 벌써 벚꽃을 가득 머금고 봄을 맞이하고 있다고 합니다. 우리의 계절처럼 그들의 마음에도 다시 봄이 올 수 있기를,  떨어진 꽃잎이 봄바람에 하늘 높이 날아갈 수 있기를 밤 하늘에 바래봅니다.


그리고

 오늘 봄이  왔다고, 이젠 마음껏 너희의 꽃을 수놓으라고 그들의 자그마한 손 꼭 잡아주고 싶은 오늘은 그런 밤입니다.

오늘 밤 하늘엔 달이 밝게 빛나고 있습니다.




  오늘 봄이 왔다고
이젠 마음껏 
너희의 꽃을 수놓으라

 자그마한 손 꼭 잡아주고 싶은

 오늘은 그런 밤입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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