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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kas Dec 04. 2020

하지 못한 말

나에 대하여

해야 할 말들과 하지 말아야 할 말들이 있다.


말은 한 번 뱉으면 다시금 주워 담을 수 없기에, 더욱 조심해야 하고 주의를 기울어야 한다. 나 역시 항상 말을 함에 있어서 조심하려고 노력하는 편이지만, 내 감정은 종종 나의 이성을 넘어서버리고, 공격적이고 자기 방어적인 말들로 서로의 비무장지대를 넘어버리고 만다. 사려 깊지 못한 내가 뱉어버린 말들은 얼마나 많은 사상자들을 내었을까


그래서, 카톡 기능 중 '나와의 채팅'은 여러모로 쓸모가 많다.


내가 또다시 수많은 상대방들에게 국지 도발을 시도하기 전에, 나만의 섀도복싱을 할 수 있는 공간이 되어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상대방에게 하고픈 말이 있을 때, (주로 카톡을 이용할 때) 그러다 감정이 치솟아 오를 기미가 보이면 미리 '나와의 채팅'에 나의 말들을 적어놓는다. 그리고 다시 한번 읽어본다. 이번엔 또 어떤 괴물이 내 머리에서, 내 입에서 태어났을까. 확실히 끔찍하고 힘도 무지막지하게 센 괴물이다.




나는 이 괴물을 '나와의 채팅'이란 공간에 가두어 놓는다. 마치, 크레타의 왕 미노스가 반인반우(半人半牛)의 괴물, 미노타우로스를 절대 빠져나갈 수 없는 미궁에 가두어놓듯 말이다. 그러고 나면, 나는 내 감정을 조금은 절제하고 내 말을 정제하여 상대방에게 전하게 된다.  


하지만 이건 내 본심이 아닐 테지. 내가 정작 하고 싶은 말은 아니니까. 내 본심은 건강하고도 쿨한 모습과는 거리가 멀 것이고, 오히려 서투르고, 날이 잔뜩 서 있을 테니까


이렇게 내 미궁 속에 가두어놓은 수 십 수 백 마리의 미노타우로스들을 보고 있자면, 조금은 섬뜩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래도 난 내 미궁을 마음에 들어했다. 날 것의 나를 솔직하게 바라볼 수 있었으니까.
쓰는 즉시 바로 1이 없어지니까. 바로 나의 말을 읽어주는 곳은 여기 이 공간밖에 없을 테니까.


그래서 나는 어제도 오늘도 전해지지 않을, 수많은 '괴물'들을 가두어 놓는다. 상대방과 나, 서로를 지키기 위한 것임을 믿고 계속 가두어 놓는다.


앞으로도 이런 작업은 한동안 계속될 것 같다.



다만, 조금은 더 성숙해지기를, 나의 말들이 조금 더 따뜻함을 가지기를 진심으로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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