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대행사에서 일하는 A씨는 "업무 특성상 택시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며 "야근도 많아 밤 10시를 넘겨 퇴근하고 택시를 탈 일도 많은데 연초부터 택시가 안 잡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A씨는 카카오택시 앱을 주로 이용하는데 택시가 잡히지 않으면 그때부터 타다, 우티 등 다른 앱들을 총동원해 재시도한다. A씨는 "모든 앱을 써봐도 심야에는 택시가 거의 안 잡힌다"고 토로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어느 정도 진정세에 접어든 올해 초부터 이와 같은 심야시간대 택시 승차난이 새로운 문제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서울시는 지난 4월, 개인택시 부제를 해제하고 심야 전용 택시를 확대하는 등 급증한 심야 택시 수요 대응책을 시행하고 있지만 여전히 코로나19 이전보다 5천 대가량이 부족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서울시는 새로운 대책을 내놓았는데 구조적 문제 해결 노력 없이 소비자들에게 부담을 전가한다며 논란이 되고 있다.
기본요금 1,000원 상향
거리, 시간 요금도 인상
서울시는 지난 1일 '심야 승차난 해소를 위한 택시요금 조정계획(안) 의견청취안'을 서울시의회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르면 서울시는 내년부터 택시 기본요금을 현행 3,800원에서 4,800원으로 1,000원(26%) 인상할 방침이다. 현행 서울시 택시 기본요금은 지난 2019년 2월 3,000원에서 800원 인상된 이후 같은 수준을 유지해왔다.
기본거리도 현행 2km에서 1.6km로 400m 짧아짐과 동시에 거리 요금 기준은 132m당 100원에서 131m당 100원으로, 시간 요금 기준은 31초당 100원에서 30초당 100원으로 각각 조정한다. 서울시는 최근 고물가 상황을 고려해 택시운송 비용을 보전하면서 중/단거리 승차 거부를 완화하기 위해 기본요금을 인상한다는 입장이다.
심야 할증률, 시간 확대
실질적으로 20% 올라
여기에 더해 심야 할증 체계도 개편된다. 현행 자정부터 다음 날 오전 4시까지 적용되었던 심야 할증 시간 범위를 전날 22시부터 다음 날 오전 4시까지로 2시간 연장한다. 현재 일률적으로 적용되는 20% 할증률도 23시~02시에는 40%, 이외 시간은 20%가 적용되어 탄력적으로 운영될 계획이다. 현재 심야 할증이 없는 대형/모범택시도 심야시간대 할증 요금이 적용되어 기본요금보다 1,300원 비싼 7,800원으로 오른다. 기본요금 역시 6,500원에서 7,000원으로 인상된다.
서울시는 오는 12월부터 심야 할증 요금 개편안을 적용하며 기본요금은 내년 2월 인상할 계획이다. 이때부터 심야 택시 기본요금은 최대 5,300원까지 오른다. 서울시에 따르면 심야 탄력요금제 도입 및 기본요금 인상에 따라 현행 10,698원인 1건당 평균 운임이 12,766원으로 올라 실질적인 인상률은 19.3%가 될 전망이다.
근본적 문제 해결 의지 없어
"공급 부족하니 수요 줄인다"
택시 이용자들은 택시 기사들이 수요가 많은 지역에서만 손님을 태우는 '골라잡기'가 심야 택시난의 근본적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A씨는 "한 택시 기사는 유동 인구가 많은 홍대, 강남, 이태원 위주로 왔다 갔다 하고 강북 지역은 아예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며 "실제로 미아 방면으로 가는 택시를 잡으려고 했는데 반대편 강남 방향으로 내려가는 택시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네티즌들은 "택시 요금 인상으로 해결될 문제였다면 아무 불만 없었을 것", "택시 플랫폼 독점 구조랑 승차 거부하는 택시 기사들부터 때려잡아야지", "당장 우버랑 타다만 풀어도 해결될 문제임", "택시 안 잡힌다니까 택시비를 올려서 수요를 줄여버리네. 누구 머리에서 나온 생각인지는 몰라도 참 대단하다" 등의 반응을 보이며 분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