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차 시장은 판매자와 소비자 간 상호불신이 팽배해 전형적인 '레몬 시장'으로 꼽힌다. 중고차 딜러들은 자신이 판매하려는 매물의 이력과 하자를 알고 있지만 이를 정직하게 공개하는 경우가 드물어 소비자가 매물 상태를 직접 판단해야 한다. 허위 매물이나 바가지, 침수차를 무사고 매물로 속여서 팔거나 심한 경우 고객을 붙잡아 구매를 강요한 사례도 적잖게 올라온다.
한편 현대차그룹은 지난 2020년부터 중고차 시장 진출을 공식화했다. 기존 중고차 딜러들은 대기업 진출을 결사반대하는 와중에도 소비자들로부터 신뢰를 회복하려는 노력을 일절 하지 않았고 결국 소비자 여론은 대기업 편으로 완전히 돌아섰다. 오는 1월부터 현대차, 기아의 인증 중고차 판매가 본격화되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사업을 준비 중인지 살펴보았다.
까다로운 매물 선정 기준
품질 테스트만 200가지
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는 경남 양산에 약 9천 평 규모의 통합 중고차 물류 기지 '하이테크 센터' 개소를 준비 중이다. 기존 양산 출고센터를 전면 변경한 것으로 내년부터는 하이테크센터에서 중고차 진단 및 정비를 전담할 예정이다. 여기에는 판금 및 도장, 차량 광택 등의 내외관 상품화 과정도 포함된다.
앞서 현대차는 차령 5년 이내, 누적 주행거리 10만km 이내의 자사 차량 중 200여 가지의 품질 테스트를 통과한 매물만 골라 '인증 중고차'로 판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이테크 센터에서는 연간 1만 5천 대 판매를 목표로 하며 경기도 안성과 수원에서도 부지를 매입, 판매 거점을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통합 판매 거점 준비 중
최대 한 달 시승도 가능
한편 기아는 현대차의 하이테크 센터와 같은 '리컨디셔닝 센터'를 준비 중이다. 리컨디셔닝 센터는 수도권에서 우선 개소되며 중고차 진단 및 상품화, 품질 인증은 물론 전시, 시승 등의 고객 체험까지 올인원으로 담당할 예정이다. 여기에는 전기차 전용 워크베이 등 첨단 진단 장비도 도입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기아는 엔카의 홈서비스와 비슷한 '선 구독 후 구매' 프로그램을 시행할 계획이다. 고객이 원하는 중고차를 시승해 본 후 최종 구매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는 점은 엔카 홈서비스와 같으나 시승 기간은 홈서비스(최대 1주일)보다 긴 한 달까지도 가능하다. 최종 구매 시에는 한 달 치 구독료가 면제되는 혜택도 주어진다.
시장 점유율 제한
당장 큰 변화 없다
아울러 현대차와 기아는 온라인 판매 플랫폼도 구축해 인증 중고차 사업 완성도를 업계 최고 수준으로 높일 계획이다. 정보의 불균형이 심했던 중고차 시장에 긍정적인 변화가 예상되는 만큼 소비자들의 기대가 크지만 아쉽게도 기존 중고차 업계를 완전히 뒤엎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기존 업계와의 상생을 명분으로 중소기업벤처부가 현대차그룹의 점유율을 제한했기 때문이다.
오는 1월부터 4월까지는 현대차와 기아 각각 5천 대 범위에서 시범 판매를 허용하며 5월 1일부터 2024년 4월 30일까지는 현대차 2.9%, 기아 2.1%로 제한된다. 2024년 5월 1일부터 2025년 4월 30일까지는 현대차 4.1%, 기아 2.9%로 소폭 상향될 예정이다.
높은 금리도 장애물
장기적으로 지켜봐야
업계 관계자들은 점유율 제한 외에도 현대차그룹을 가로막을 요소가 한 가지 더 있다고 본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재 경기가 불안정하고 금리도 높아 중고차, 신차 불문하고 차를 사려는 소비자들이 크게 줄었다"며 "단지 대기업이라는 이유만으로 중고차 시장 점유율이 급격히 늘어날 것 같지는 않다"고 전망했다.
다른 관계자는 "일단 현대차그룹의 진출이 시장 분위기를 바꿔놓는다는 데에 더 의미를 둬야 할 것 같다"면서도 "허위, 미끼 매물이 대폭 줄어들 것이라는 기대가 크며 장기적으로 중고차 시장 문화가 바뀔 수 있다"는 긍정적인 예상을 내놓기도 했다.
네티즌 반응 살펴보니
"결국 자업자득이다"
마지막으로 네티즌 반응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이제는 믿고 살만하겠지? 그동안 중고차 딜러들 횡포가 심했다", "스스로 자정 활동 1도 안 하고 대기업 쫓아내라고 떼쓰더니 꼴좋다", "시장점유율을 고작 저 정도로 제한하면 악덕 딜러들 다 쫓아내기에는 역부족인데.. 최소 70%까지는 올려야 하지 않을까?" 등의 댓글이 이어졌다.
반면 "신차 품질도 형편없는 현대차가 중고차를 직접 맡는다니.. 중고차도 급발진 나지 않을까?", "수입차 브랜드 인증 중고차도 고객을 속이는데 현대차라고 정직하게 할까?", "현대기아 신차도 못 믿는 사람들이 중고차 시장 진출은 환영이라니 웃기네", "최소한 허위 매물이나 강매는 사라질 텐데 잘 된 거 아닌가?"와 같은 반응도 찾아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