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수입차 시장에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만년 1위를 고수하던 벤츠 E클래스는 난데없는 추락에 5위까지 떨어졌고, E클래스를 이어 2위를 달리던 BMW 5시리즈 역시 제대로 된 성적을 내지 못했다. 그럼 그들을 밀어낸 자동차는 무엇일까? 지난 6월 수입차 판매량 왕의 자리에 오른 자동차는 다름 아닌 테슬라 모델 3였다. 여기에 더불어 얼마 전 출시된 모델 Y도 뒤를 이어 상위권에 안착한 점이 매우 인상적이다.
한국 소비자들은 대체 왜 이렇게 테슬라를 고집하는 걸까? 현대차에선 테슬라 대항마 아이오닉 5를 출시했으며, 다른 제조사들 역시 수많은 전기차들을 출시하고 있지만 여러 평가에서 테슬라의 아성을 넘어서기는 어려워 보인다. 하나하나 따지고 보면 테슬라는 오히려 장점보단 문제가 더 많은 브랜드라고 할 정도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테슬라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무엇인지 알아보자.
벤츠 제치고 테슬라 1위!
메르데세스-벤츠 E클래스가 5위까지 떨어졌고 테슬라 모델3와 모델Y가 수입차 톱5에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우선 테슬라 모델3(2884대, 전년대비 2.6%↑)가 지난 6월 가장 많이 판매된 수입차 1위 자리에 올랐다. 수입 베스트 셀링카에 선정된 것은 앞서 3월에 이어 두 번째다.
이와 더불어 모델Y(1972대)도 3위를 기록했다. 입항 여부에 따라 월 판매 순위가 요동치는 모습을 보이고 있긴 하지만 꾸준히 판매량 순위는 높았다. 대체로 모델3 혹은 모델Y 한 종류만 몰아서 판매되던 이전과 달리 모델3와 모델Y 모두 순위권에 들며 브랜드 판매 순위도 3위를 달성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
1등은 폭스바겐 티록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는 6월 수입 승용차 신규등록대수가 2만6191대로, 전년 동월 대비 4.2% 감소했다고 밝히면서 6월 베스트셀링 모델은 1029대 팔린 폭스바겐 T-Roc 2.0 TDI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6월 테슬라 모델 3의 신규 등록 대수는 5월보다 2천758대가 증가한 2천884대라고 밝히면서 테슬라는 5월 모델 Y를 3천328대 판매하며 수입차 판매 1위에 오른데 이어 이번 6월에는 모델 3로 1위를 차지했다고 발표했다. 어떻게 서로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는 것일까?
6월 수입차 판매량
진짜 1위는 테슬라 모델3!
사실 테슬라 모델 3가 6월 판매량 1위가 맞다. 수입차협회 통계에서 찾아볼 수 없는 업체가 있는데 바로 ‘테슬라’이다. 테슬라는 한국 수입차 협회에 등록되어 있지 않아 공식 판매량이 안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판매량은 국토교통부의 차량 신규 등록 대수 자료를 통해 우회적으로 알아봐야 한다.
테슬라코리아는 2017년 한국에 진출했다. 한국수입차협회 관계자는 회원사들의 판매량만 집계하는 것이 원칙이고 일반적으로 회사측이 먼저 신청을 접수해야 협회가입절차가 진행되는데 테슬라는 아직 신청서를 내지 않았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수입차협회와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서 발표한 테슬라의 판매량 집계가 달랐고 순위도 달라진 것이다.
전기자동차의 대중화
전 세계적으로 화석 연료가 아닌 전기를 동력으로 하는 전기자동차 생산량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전기 자동차의 대중화를 이끄는 요인은 현재 온실가스에 대한 경각심이 증가하는 추세이고 전기차는 소음과 진동이 적고, 유지보수 비용이 적다는 인식이 있기 때문이다.
배터리 문제 해결
전기자동차가 대중화되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배터리 문제였다. 배터리는 무겁고, 비쌌으며, 주행거리는 짧았다. 테슬라는 이른 시기부터 배터리 R&D에 많은 투자를 했다. 테슬라가 가진 특허의 70%가량이 배터리 관련 특허다. 또, 독특한 배터리 연결 방식과 충전 인프라 보급에도 신경을 많이 썼다.
특허 공개
2014년에 일론 머스크는 테슬라가 기술적으로 앞서 나가는 것은 특허 보유와 상관없으며 가장 뛰어난 기술자를 끌어오고 그들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데 달렸다고 말했다. 그리고 보유 중인 모든 특허는 선의로 사용하면 누구나 자유롭게 쓸 수 있다고 발표했다.
이 발표는 더 많은 기업을 전기자동차 시장에 뛰어들게 하려는 전략이었다. 전기차 시장은 아직까지는 전체 자동차 시장에서 미미한 수준이기 때문에 더 커지려면 전기충전소가 많아지고 배터리 기술이 함께 발전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더 많은 기업이 함께 해야 했기 때문이다.
반자율주행 기능 ‘오토파일럿’
테슬라 차량을 시승해보면 꽤 편한 주행감을 보여준다. 특히나 오토파일럿 시스템은 꽤 높은 정확도를 보여주고 있다. 주행 중 D 드라이브 모드에서 한 번 더 내리면 속도를 자동으로 조절하여 한 번 더 기어 변속기를 내려주면 오토 파일럿 모드가 실행된다. 테슬라의 오토파일럿 운행거리에 대한 데이터는 총 주행거리 48억 km에 자율 차선 변경 20만 회, 운행 국가 50개국로 전 세계에서 모여지는 데이터를 토대로 주행이 가능하다.
소프트웨어 차별화
사람들은 테슬라 모델들을 보고 농담으로 아이패드에 자동차를 붙였다고 하기도 한다. 차량의 대부분 기능을 태블릿 같은 터치스크린으로 컨트롤하고, 지속적인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차량을 개선하기 때문이다. 과거에 모델X의 문이 닫히는 속도가 느리다는 지적이 있자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속도를 올린 적도 있고 차량에 문제가 발생하면 데이터를 전송해서 원격으로 수리를 하기도 한다. 완전자율주행이나 가속 성능 향상 등의 옵션을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로 구매할 수도 있다.
특별한 마케팅전략
기존의 전기자동차들은 보통 친환경적이고, 가격이 합리적이라는 강점을 내세우면서 귀여운 초소형 전기차를 많이 만들었다. 하지만 테슬라는 첫 모델인 테슬라 로드스터부터 유려한 디자인과 짧은 제로백 등을 장점으로 내세웠다. 그리고 기존 내연기관차보다 뛰어난 차로 포지셔닝을 했다.
이런 전략을 통해 최첨단 기술을 사용하는 고급 자동차 브랜드로 브랜드 이미지를 만들었고 지금 ‘테슬라’를 생각했을 때 떠오르는 세련되고 미래지향적이고 혁신적인 이미지를 생각해보면 매우 성공적인 마케팅이었다. 그렇게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한 후에는 보급형 차량도 출시하고 있다.
테슬라는 오프라인 영업점 없이 소비자가 온라인으로 직접 주문해야 하고, 이렇다 할 마케팅도 없었던 것을 고려하면 이례적인 돌풍이었다. 이렇게 소비자들은 테슬라에 열광하고 테슬라는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데 과연 아무런 문제가 없을까?
품질 문제
신차를 구입했음에도 마감이 엉성하다거나 단차가 맞지 않는다는 불만, 유리단차가 맞지 않는 것 같아 소음을 호소하면 테슬라는 ‘원래 그렇다는 식’으로 답변을 했다거나, 서비스센터 예약이 꽉 차 있어 수리하는 데만 2달 이상 걸렸다는 불만도 찾아볼 수 있다.
품질 논란은 국외에서도 끊이지 않는다. 지난 25일 미국 시장조사기관 JD파워의 초기품질지수 평가에서 테슬라는 30여 개 브랜드 중 가장 낮은 점수를 받았다.
에프터서비스(AS) 문제
경기도 안산에 사는 박모(남)씨는 이달 중순 테슬라 모델3 신형을 구입했다. 최근 떠오르는 전기차라 기대가 컸지만 일주일 만에 주행 중 터치스크린 화면이 꺼지는 사고를 겪었다. 답답함에 서비스센터를 직접 방문하려 했지만 대기자가 많아 접수조차 불가능했다. 대차 서비스도 수량이 6대 뿐이라 힘들다는 안내를 들었다.
부실한 애프터서비스(AS)를 지적하는 소비자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테슬라는 국내에 따로 딜러망을 두지 않은 채 온라인 판매만 하고 있는데다, 서비스센터 수도 절대적으로 부족해서 차량 고장에 제대로 대처를 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서비스센터는 서울 강서와 성남 분당 두 곳뿐이고 외부 공인 정비소인 ‘바디샵’ 역시 5곳인데 부산의 한 곳을 제외하면 모두 수도권에 밀집되어 있다.
손해배상 문제
테슬라가 차량 인도 후에는 어떠한 배상 책임도 지지 않고, 오로지 온라인 주문 수수료 10만원만 돌려주는 '배짱 장사'를 해오다 적발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테슬라의 자동차 매매 약관 가운데 5개 유형의 불공정 약관을 시정 조치했다고 한다. 공정위에 따르면 테슬라의 한국 법인인 테슬라코리아는 그간 직접적 손해를 제외한 간접·특별손해에 대해서는 회사가 책임지지 않고, 소비자에 대한 손해배상도 주문 수수료 10만원을 돌려주는 것으로 하는 약관을 운영했다. 차량을 인도키로 한 기간이 지난 뒤 발생한 파손 등 모든 손해는 소비자가 부담해야 했다.
공정위는 사업자의 배상 범위를 주문 수수료로 제한하고, 특별·우발손해의 회사 면책 조항을 담고 있어 불공정하다며 귀책 여부에 관계없이 소비자 차량에 발생한 모든 손해·위험을 전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테슬라코리아는 회사가 고의 또는 과실로 손해를 일으켰을 때 배상하고, 특별손해에 대해서도 사측이 이를 알았을 경우 배상하도록 약관을 수정했고 소비자에 차량을 인도하는 의무를 지지 않도록 하던 조항도 삭제했다.
앞으로도 테슬라가
계속 1위하려면
테슬라는 남들보다 빠르게 시장을 선점했고 소프트웨어도 뛰어나며 자율주행기능인 오토파일럿 등 분명한 장점을 가지고 있는 브랜드이다. 하지만 이런 장점들을 무색하게 만들 정도의 단점들이 존재하고 아제는 테슬라의 충성고객 소비자들도 이제는 의견이 둘로 나뉘는 상황이다.
기존 완성차 업체들이 전기차 시장에 뛰어들어 단기적으로는 시장 점유율을 늘리고 있다. 이제는 테슬라가 장수하기 위해서는 꾸준히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부분들을 개선해서 새롭게 소비자에게 다가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