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코모 Dec 29. 2020

현대차를 논하면서 왜 품질 얘기를 함부로 못 할까?

"현대자동차"하면 떠오르는 키워드는 매우 다양하다. 한국을 대표하는 자동차 제조사, 한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기업, 한국의 국민 자동차, 한국 경제를 살리는 기업과 같은 긍정적인 키워드들이 떠오른다. 실제로 대다수의 국민들은 현대차를 응원한다. 해외에서 상을 받거나, 해외에서 많이 팔린 자동차에 이름을 올렸다는 기사가 나오면 응원과 격려의 댓글이 수없이 달린다.


그러나 긍정적인 키워드와 함께 떠오르는 부정적 키워드 한 가지가 꽤 치명적이다. 국민적 사랑을 받고 있는 현대차가 '품질' 앞에서는 영 맥을 못 춘다. 품질 얘기가 나오면 어김없이 비판 내용도 따라 나오며, 심한 경우 욕설까지 오간다. 자동차라면 품질은 기본일 텐데 '현대차'와 '품질'은 영 친해지지 못하는 모습이다. 왜 우리는 현대차를 이야기하면서 품질을 함부로 논하지 못하게 된 것일까?

(출처_미래경제)

정몽구 전 회장 시절부터

품질 관련 이야기는 꾸준히 들려왔다

현대차 품질 이야기는 정몽구 전 회장 시절부터 꾸준히 전해져내려왔다. 특히 정몽구 회장이 현대기아차의 회장으로 취임한 1998년 12월부터 그는 줄곧 품질경영을 외치며, 한국 자동차 산업의 수준을 끌어올린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유독 품질에 신경을 많이 썼던 정 회장이었기에 그가 재임하던 시절엔 품질과 관련된 다양한 일화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중 몇 가지는 오랜 시간이 흐른 지금도 회자되곤 한다. 

(출처_현대자동차)

90년대 북미 시장에선

품질 문제로 곤욕을 겪기도 해

본격적인 이야기에 앞서 잠깐 과거 얘기를 해보자면, 현대차는 1986년 1,055대의 엑셀을 미국에 수출하며 해외 진출을 본격화했다. 그러나 1990년대에 접어들면서 현대차는 품질 문제가 불거짐과 동시에 서비스 망이 부족하여 한때 논란이 되기도 했었다.


당시 미국에서 현대차의 품질은 조롱거리가 되기도 했는데 미국 CBS 방송의 코미디 토크쇼인 '데이비드 레터맨 쇼'의 진행자는 "우주에서 장난칠 수 있는 10가지 중 하나는 우주선 계기반에 현대차 로고를 붙여라"라고 언급했다. 우주비행사가 고장이 잘나는 현대차 로고를 보고 "지구로 귀환하지 못할 수도 있겠다고"라는 생각이 들어 깜짝 놀라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었다. 

(출처_헤럴드경제)

"20년 뚝심으로 일궈낸 품질 경영"

최근엔 미국에서

우수한 신차품질을 인정받기도 했다

그렇게 정몽구 회장은, 1999년 미국서 '10년 10만 마일 보증제'를 실시하며 브랜드 이미지 개선에 나섰다. 당시 북미시장의 보증 관행은 보통 2년 2만 4,000마일이었기 때문에 현대차의 전략은 매우 파격적이었다. 당시 감당해야 했던 보증 비용은 매우 부담스러운 수준이었기에 현대차 내부 관계자들은 크게 반발했지만 정 회장은 이를 그대로 밀어붙이는 리더십을 보였다. 


현대차의 파격적인 전략은 결국 북미시장에 제대로 먹혀들었고, 미국 소비자들에게 현대차의 품질을 제대로 각인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현대차의 정책에 결국 다른 제조사들 역시 보증기간을 늘리게 되는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출처_한국경제)

"현장을 직접 보고 가슴으로 느껴야 한다"

작업복을 입고 현대차 공장을

누빈 정몽구 전 회장

정몽구 회장은 "현장을 직접 보고 가슴으로 느껴야 한다"라는 지론을 가지고 있었기에, 양복보단 작업복을 입고 현대차 공장을 수시로 누비며 품질 확보에 만전을 가했다. 대기업 회장이 직접 현장에 나와 문제점들을 지적하며, 신차 개발에 참여하여 수시로 차의 문제점들을 조목조목 짚어낸다는 건 보기 드문 일이었다. 


당시 현대차 내부자들은 이런 정 회장의 꼼꼼한 성격에 매우 힘들어했다는 후문도 존재한다. 그러나 윗선에서 이런 액션을 취했기 때문에 실무자들은 그만큼 더욱 신차 품질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는 환경이 만들어졌다는 평가가 이어져왔다. 

임원들을 당황시킨

회장님의 카니발 직접검수설

수많은 정몽구 전 회장과 관련된 이야기 중 하나를 풀어보자면, 현대기아차 임원들마저 당황시킨 카니발 직접검수설을 빼놓을 수 없다. 1999년 3월 초, 정 전 회장은 당시 기아차 연구개발을 맡고 있던 한 임원에게 카니발을 한남동 자택으로 가져오라는 지시를 내렸다. 이후 정 회장은 직접 카니발을 타면서 차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를 꼼꼼히 체크했다. 


약 한 달 뒤에 열린 품질 회의에서 정몽구 전 회장은 회의실에 놓인 카니발 한대에 직접 하얀 분필로 시트, 바닥, 도어 등에 표시를 하며 어떤 부분을 개선해야 하는지를 직접 지적했다. 카니발의 문제점을 회장이 직접 지적하자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임원들은 허를 내둘렀다는 후문이다.

(출처_위키랜드)

문을 스무 번 내리치니 그대로 부서져

공장 라인이 중단됐던 그레이스 사건

울산공장 그레이스 사건도 유명한 일화 중 하나다. 1999년 취임 이후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을 찾은 정몽구 전 회장은 절찬리에 판매되던 승합차 그레이스의 슬라이딩 도어를 스무 번 이상 거세게 내리찍었다.


그러자 그레이스 슬라이딩 도어는 힘없이 차체에서 떨어져 나갔고, 이에 생산라인이 올 스톱되었다는 전설의 일화도 존재한다. 회장이 직접 공장을 찾아 품질에 대한 중요성과 개선 사항을 인지시킨 것이다. 

(출처_더쿠)

"품질 얘기는 꺼내지도 말라"

부정적인 의견이 대다수였다

그러나, 현대차 품질과 관련된 이야기들이 등장할 때마다 네티즌들은 "현대차 품질 이야기는 꺼내지도 말라"며 부정적인 의견들을 드러내고 있다. 정몽구 회장의 품질 관련 일화를 풀어놓은 기사에는 "다른 건 모르겠으나 품질 이야기는 말도 안 된다", "현대차 품질이 나쁘다는 건 대한민국 국민들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다", "엔진 미션부터 똑바로 만들자", "내수 수출 차별부터 없애고 품질을 논하자"라는 의견들을 보였다. 


현대차는 그간 꾸준히 품질과 관련된 개선점들을 찾아 소비자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노력했고, 이를 적극적으로 어필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를 바라보는 소비자들의 시선은 언제나 냉담할 뿐이었다.

"현대차 품질 이야기는 모두 광고일 뿐"

이라는 말이 나오기도 해

특히 국내가 아닌 해외에서 "현대기아차가 품질이 우수한 점을 인정받았다"라는 기사 또는 품질 관련 수상 내역을 어필하는 기사의 댓글을 살펴보면 긍정적인 의견을 찾아보기 매우 어렵다. 일각에선 "현대차가 해외시장에서 품질로 인정받았다는 건 결국 다 광고일 뿐"이라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실제로 현대기아차는 북미시장에서 JD 파워가 실시한 신차품질 조사에서 우수한 성적을 기록하기도 했으며, 북미 올해의 차에 선정되거나 소비자 만족도가 높은 신차 순위권에 오르는 등 다양한 수상내역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를 두고 긍정적인 의견을 보이는 소비자들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출처_보배드림)

"수많은 결함과 품질 문제는 여전"

소비자들은 품질경영의

결과를 체감하지 못해

현대차 품질과 관련된 이야기들이 나올 때마다 이렇게 부정적인 여론으로 도배가 되는 이유는 현대차가 20년 넘게 이어온 품질경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내부적으로는 제대로 이뤄졌다고 할지라도, 소비자들은 품질경영의 결과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는 게 대다수의 의견이다. 


그도 그럴 것이 현대기아차에서 발생하는 수많은 결함들과 품질 문제는 시간이 흘러도 개선되는 점이 거의 없이 제자리걸음에 머무르고 있다. 몇 년 전 출시되던 신차들과 요즘 출시되는 신차들을 비교해 보아도 문제가 없는 차를 찾는 건 매우 어려울 정도로 다양한 이슈들이 발생하고 있다.

2015년부터 문제였던

세타 엔진 결함은

아직도 제대로 해결되지 않아

문제가 발생했을 시에 이를 해결하는 제조사의 대처 방식 역시 논란의 도마 위에 자주 오른다. 특히 2015년부터 문제가 제기된 세타 엔진 결함은 아직도 제대로 해결되지 않은 채 현재진행형으로 남아있는 상황이다. 


2015년 세타 2 GDI 엔진을 장착한 자동차가 주행 중 갑자기 시동이 꺼지거나 화재가 발생하는 사고가 생겼고, 미국 도로교통 안전국까지 나서서 조사한 결과, 세타 2 GDI 엔진에서 결함이 발견됐다. 이에 현대차는 미국에서 2015년 9월부터 순차적으로 리콜을 진행했지만 국내 대처는 미비한 수준에 머물렀다. 


국내에선 1년이 더 지난 2016년 10월이 되어서야 세타 2 엔진이 탑재된 3만 8,000대분에 리콜을 실시했다. 그러나 세타 엔진 문제는 제대로 해결이 되지 않았고, 결국 현대차는 지난해 세타 2 GDI 엔진 52만 대에 평생 보증 조건을 내걸기도 했다. 그러나 이조차도 서비스센터를 찾아가면 부품이 없어 수리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등 소비자들 사이에선 "보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라며 불만들이 이어지고 있다. 

올해 출시한 신차들에서

수많은 결함들이 속출하는 중이다

문제는 세타 엔진뿐만이 아니다. 현대차가 최근 신차들에 두루 적용하고 있는 신형 스마트스트림 엔진들에서도 연이어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다. 특히 그랜저에 적용된 2.5 가솔린 엔진은 오일이 감소하는 증상이 여러 차종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고 있으며, 제네시스에 적용된 2.5 가솔린 터보 엔진은 진동, 시동 꺼짐 문제가 속출하고 있다. 


엔진 외에도 현대기아차가 출시한 신차들에선 시동 꺼짐, 전자 장비 먹통, 여러 가지 품질 및 조립 불량 등이 발생해 많은 차주들이 피해를 보고 있는 상황이다. 종합적인 점수를 매기자면 낙제점에 가까울 정도의 신차품질을 보여주고 있다. 

(출처_보배드림)

모든 차에 결함은 생길 수 있어

중요한 것은 확실한 후속 대처다

현대차를 논하면서 품질이라는 키워드가 등장했을 때 긍정적인 반응이 이어지기 위해선 제조사가 변해야 한다. 우선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자동차엔 결함이 생길 수 있다. 이는 현대기아차뿐만 아니라, 고가의 수입차 제조사들에도 해당이 된다. 세상에 완벽한 자동차는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크고 작은 문제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은 충분히 납득 가능하다. 


그러나 정말 중요한 것은 문제가 발생했을 때 이를 대처하는 제조사의 태도다. 잘못을 빠르게 인정하고 이를 시정하는 제조사가 있는 반면, 문제를 부정하거나 이를 인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후속 대처를 진행하지 않는 제조사들은 결국 소비자들의 불신만 쌓여갈 수밖에 없다. 현대기아차는 그간 소비자들의 수많은 시정 요구를 외면해왔다. 

소비자들이 실제로

체감할 수 있는

변화를 맞이해야 한다

20년 넘게 외친 품질경영 역시 말뿐인 허울이라는 평가를 받지 않기 위해선 소비자들이 실제로 체감할 수 있는 변화를 맞이해야 한다. 차에 문제가 있어 서비스센터에 방문을 했지만 정상이라는 판정을 받고 문제가 있는 차를 계속해서 타야 하는 현 상황이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명백한 결함이나 품질 문제가 발생한 경우, 제조사는 이를 빠르게 인정하고 소비자들에게 잘못을 사과해야 한다. 또한 즉시 이를 시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여야 그때 비로소 "드디어 품질에 신경을 쓰기 시작했구나"라는 말을 들을 수 있을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 "다시 부활하면 무조건 산다" 역대급 국산차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