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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코모 Feb 10. 2022

한국 철수설까지 돌던 재규어가 4조 들여 만든다는 신차

‘로마’에 대해 알고 있는가? 로마는 한때 ‘제국’의 칭호를 받았으며,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라는 속담이 존재할 만큼 번영을 누렸던 국가다. 하지만 점차 부패, 사치 등으로 힘을 잃어간 로마는 결국 멸망하였고, 지금은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국가로만 기억되고 있다.


이러한 로마의 이야기가 남일 같지 않은 자동차 브랜드가 있다. 바로 영국의 고급차 브랜드 ‘재규어’이다. 현재 재규어는 과거의 명성이 무색할 만큼 고질적인 품질 문제 등으로 위기를 겪고 있다. 그 가운데 재규어는 최근 이 난관을 타파하고자 파격적인 결정을 했다. 25년까지 신차 출시를 중단하고 전기차에 ‘올인’하겠다는 것이다. 과연 이 결정은 신의 한 수가 될 것인가? 이번 시간에는 재규어의 파격 선언과 이러한 위기를 맞게 된 이유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다.

영국의 고급차 브랜드 

재규어의 침몰

‘영국의 자존심’으로 통했던 재규어는, 영국의 프리미엄 자동차 브랜드이다. 1922년 영국의 두 엔지니어인 윌리엄 라이온즈와 윌리엄 웜슬리에 의해 설립되었으며, 현재는 인도 타타그룹 산하 재규어 랜드로버 주식회사에 속해있다.


재규어는 ‘고급 브랜드’로서 자리를 지키며 큰 인기를 끌기도 했다. 독일 3사라 불리는 ‘벤츠, BMW, 아우디보다 한 수 위’라는 수식어가 붙고, 한국에서는 연간 4-5천 대씩 판매되는 등 유의미한 결과를 낸 것이다. 하지만 현재 재규어의 상황은 처참하다. 작년 국내 수입차 시장은 대호황이었음에도, 재규어의 판매량은 500여 대에도 미치지 못했다.

한국에서는 철수설까지 

나오는 재규어

현재 완성차 업체들은 반도체 대란, 코로나19 등의 악재로 생산 차질을 겪고 있어 차량을 팔고 싶어도 팔 수 없는 형국이다. 하지만 재규어의 부진은 단지 반도체 수급난과 코로나19의 영향만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소비자의 외면도 한몫한 것이다. 국내 시장에서 3,702대의 판매량을 기록했던 2018년부터, 2019년 2,484대, 2020년 714대, 그리고 2021년 1~11월까지 304대, 매년 감소하는 판매량은 이를 반증한다.  


이 가운데 한국에서는 재규어의 철수설까지 들리는 상황이다. 먼저 재규어는 이전에 국내에 다양한 모델을 출시하기도 했지만, 현재는 줄줄이 판매 중단시키고 있다. 특히 E-페이스 경우 국내 판매량의 상당 부분을 차지했음에도 판매 중단되어 의아함을 자아냈다. 또한 지난 1월 역삼동 서비스센터가 문을 닫는 등 재규어는 점차 센터 수도 줄이고 있다. 국내 철수를 준비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올 수밖에 없는 맥락이다.   

절체절명의 순간 

전기차로 승부 보겠다?

이 가운데 최근 티에리 볼로레 재규어 랜드로버 CEO는 파격 선언을 했다. 2025년까지 신차 계획을 백지화하고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자체적으로 개발하겠다’는 것이다. 본래 재규어는 2025년에 첫 출시할 전기차 생산을 위해 다른 제조사로부터 완성된 전기차 플랫폼을 공급받는 방식을 고수해왔다. 하지만 이번 선언을 통해 이를 뒤집은 것이다.  


이에 재규어는 신차 출시 중단은 물론 같은 그룹 내 랜드로버와의 기술 공유에도 선을 긋고 재규어만의 새 플랫폼을 개발하는데 집중하겠다는 계획이다. 재규어가 개발 중인 전기차 전용 플랫폼은 고양잇과 동물을 의미하는 ‘Panthera’이며, 재규어는 이를 위해 연간 약 25억 파운드, 한화로는 약 4조 원에 달하는 막대한 투자를 감행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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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전동화의 시대 

재규어를 살릴 신의 한 수 될까?

바야흐로 전기차의 시대다. 대표적인 전기차 브랜드 테슬라는 작년 전 세계 자동차 제조회사 중 최초로 시총 1조 달러 고지를 밟은 기업으로 자리매김하였으며, 완성차 업체들도 시류를 따라 전기차 시장으로 발 빠르게 진출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이기에 재규어가 신차 계획도 백지화한 채, 자체 전기차 플랫폼 개발에만 몰두하겠다는 선언이 허황되게 느껴지지만은 않는다. 그만큼 자동차 시장의 대세인 ‘전기차’를 제대로 제작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도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재규어는 이러한 개발을 통해 완전한 전기차 전환과 함께, 벤틀리와 같은 럭셔리 브랜드로서의 이미지 격상이 목표임을 밝혔다.

악명 높은 재규어의 품질 

고질적인 문제로 굳어지다

하지만 패기 있는 도전에 가린 재규어의 약점이 있었으니, 바로 과거의 명성을 잃고 현재의 위기를 직면하게 한 ‘고질적인 품질 문제’이다. 오랜 기간 동안 재규어의 품질 문제는 논란의 대상이 되었다. 엔진 결함부터 시작해서 전자 장비의 잦은 고장 등 품질 불량 문제가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계속된 품질 문제로 재규어의 이미지는 부정적인 이미지로 고착화되었다. 이에 자신이 재규어 F-페이스의 차주라고 밝힌 한 네티즌은, ‘주변에 재규어의 외관만 보고 사려고 고민하는 사람이 있다면 말려야 한다’며 자신은 해당 차량을 사고 몇 년 간 후회 중이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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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뿐인 개선 의지 

서비스 문제도 심각한 상황

재규어의 문제는 비단 품질뿐만이 아니었다. 서비스 문제 역시 골자다. 이에 지난해 로빈 콜건 재규어 랜드로버 코리아 대표이사는 서비스에 대한 한국 소비자들의 불만을 인지하고 있으며, 이를 개선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표명하기도 했다.


하지만 실상은 달라진 게 없다. 앞서 언급했듯 서비스센터의 수를 늘리기는커녕 오히려 축소하는 실정이다. 현재 전국에 있는 재규어 랜드로버 서비스센터는 23개에 불과하다. 2019년까지만 해도 29개 서비스센터를 운영했지만 그중 6곳이 문을 닫은 것이다. 이에 차량 대기 시간이 길어지는 등 고객 불편사항도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자본주의 시대를 살아가는 소비자들은 냉정하다. 지불한 가격에 걸맞은 제품을 받아보지 못한다면 순식간에 돌아서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수천만 원을 호가하는 고급 브랜드의 자동차에 지속적으로 하자가 발견된다면 어떨까? 소비자의 신뢰를 잃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속담이 있다. 만약 재규어가 이미 소비자의 뇌리에 깊이 각인된 ‘고질적인 품질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면, 훌륭한 전기차를 출시한다 한들 성공을 거둘 수 있을까? 물론 위기를 이겨내려는 재규어의 노력에는 박수를 보내고 싶지만, 소비자와의 신뢰를 회복하지 못한다면 재규어는 곧 또 다른 위기를 맞게 될 것이다. 성공을 ‘지속하려면’ 소비자의 신뢰가 관건임을 재규어가 잊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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