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톺아보기 #1 - 플랫폼이 바꿀 M&A 시장의 미래
최근 EO School에서 주최하는 VC Sprint 과정을 수강하며 여러 스타트업들을 들여다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투자 혹한기다, 괜찮은 스타트업이 없다 말도 많은 시기이지만 그만큼 귀한 스타트업과 열정적인 창업자분들도 많은 시기인 것 같습니다.
교육을 진행하며 프렉탈테크놀로지 팀이 운영하는 중소기업 M&A 플랫폼 '쿠키딜'에 대해서 소개받을 수 있었는데요, 그간 소수의 자문사를 중심으로 큰 딜 규모의 M&A만 이루어지던 전통적인 인수 합병 시장에 파장을 일으킬 수 있는 신박한 사업이었습니다.
쿠키딜이 바꾸고자 하는 시장은 어떤 시장인지, 쿠키딜은 앞으로 어떤 사업을 펼쳐나갈지 함께 이야기 나누고자 합니다.
코로나 이후 한동안 얼어붙었던 M&A 시장이 올해에 들어서 소폭 반등하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아직 경제 전반에 대한 위기의식과 투자에 대한 부담으로 큰 폭으로 증가하진 않았지만, 오히려 이런 기조에 따라 기존의 빅딜 위주의 거래보다는 할인된 매물과 중소·중견기업 중심의 회생매물 중심으로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중소기업 M&A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국내 중소산업 인구구조, 후계자 부재, 정책 기조 모두 시장 성장을 촉진하고 있습니다. 국내 중소기업 수는 전체 기업의 99% 이상으로, 현재 대표 고령화와 후계자 부재 문제로 매각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특히 2030년까지 약 30만 개 이상의 중소기업이 폐업 또는 매각 대상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더욱이 이런 국내 소형, 비상장 기업일수록 M&A 외 회수 수단이 희박한데요, 이에 따라 중기부, 캠코, 기보 등에서 M&A 매칭·자문·정책펀드 등 지원을 적극적으로 확대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사실 그간 중소기업 M&A 중개 시장은 외면받는 시장이었습니다. 국내 M&A는 주로 회계법인, 로펌, PE와 컨설팅 회사 위주의 자문사를 중심으로 진행되는데요, M&A 완료까지 소요되는 시간이 길고 투입되는 고급 인력들의 인건비도 워낙 크다 보니 거래대금의 1-5% 정도의 수수료를 받는 자문사 입장에서는 최소 몇 천억 수준의 대형 거래가 아니면 수익을 내기 힘든 구조였습니다. 그러다 보니 같은 기간과 노동력이 들지만 인건비도 못 건지는 중소형 규모의 거래는 검토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중소기업 M&A는 보통 지역 세무사, 회계사나 브로커를 거쳐 알음알음 연결하는 브로커 거래로 이루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중소기업 M&A에 대한 구조적 수요는 크지만 브로커 중개는 직접 브로커나 매수·매도자를 찾아 나서야 했고, 거래 자체도 표준화가 되지 않고 정보 비대칭이 심한 행태라 이마저도 적극적으로 진행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잠재 수요가 매우 큰 이 시장도 사업화되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상황은 비단 국내만의 문제는 아니었습니다. 미국, 유럽, 일본 등 글로벌에서 이 문제를 먼저 '플랫폼'과 '기술'로 풀어 성공한 기업들이 존재합니다. 이들이 공통적으로 집중하고 있는 부분은 1) 딜 소싱과 매칭을 자동화하고, 2) M&A 드는 품과 기간을 기술로 줄여주는 부분입니다. 특히 끝도 없이 성장하고 있는 AI와 맞물려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또 홍보하며 무섭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국내는 어떨까요? 국내 역시 2021년 이후 중소기업 M&A를 전문으로 한 중소 전문 자문사, 부티크 PE, 플랫폼 기업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플레이어들이 등장하고 있으나 중소 전문 자문사, 부티크 PE 등은 직접 딜 소싱부터 클로징까지 모든 과정을 직접 중개하기에 한 해에 커버 가능한 딜이 최대 5건 내외로 많지 않습니다. 따라서 이 글에선 해외와 마찬가지로 많은 거래 중개가 가능한 플랫폼을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국내 중소기업 전문 M&A 중개 플랫폼들은 대부분 매출 10억 - 300억 사이의 중소기업을 타겟하고 있고, 매칭 방식이나 수수료 BM 등도 거의 유사합니다. 특히 브릿지코드는 금융·핀테크 관련 전문가인 박상민 대표가 금융, 투자, 세금과 관련된 문제들을 기술로 해결하는 여러 서비스를 운영하며 얻은 기술과 경험을 바탕으로 M&A 전문가를 대거 영입하여 좋은 성과를 보여주고 있는 서비스이고, 리스팅 역시 금융 및 IT 전문가인 김재윤 대표가 금융 관련 검색 엔진 딥서치를 운영하며 얻은 기술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IT와 M&A 전문가들을 영입하여 빠르게 성장한 플랫폼입니다.
얼핏 보면 M&A 플랫폼은 차별화가 어렵고 경쟁이 빠르게 심화되고 있으며 탑 플레이어가 뚜렷해지고 있는, 조금은 진입하거나 투자하기 늦은 시점으로 보입니다만, 그럼에도 여러 서비스들을 둘러보며 알게 된 후발주자 '쿠키딜'의 매력 포인트들에 대해서 짚어보려 합니다.
M&A 시장의 이해 관계자에게는 각자의 사정이 존재합니다. 매도자는 기업 매도가 일생에 (대부분) 단 한 번이기에 전문가를 통해 빠르게 좋은 값에 기업을 판매하길 원합니다. 반대로 매수자는 사전에 매물들을 꼼꼼히 살펴보고 덤터기 쓰지 않게 안전하게 거래하길 원합니다. 중개자 역시 더 많은 수수료를 얻기 위해 더 많은 후보들을 만나고, 더 빠르게 거래하길 원합니다.
매도자 : 전문 자문업체 (대형 회계법인 등)가 다루지 않는 M&A 사각지대 상품으로, 지역 세무사, 중소 브로커 등 전문성 낮은 브로커형 중개자를 통해야 하여 품질/정보/속도/비용 신뢰도가 낮음
→ 매수자 탐색 및 기업 가치 평가 어려움, 정보 유출 및 딜 실패 우려, 상담과 딜 종결까지 시간/비용 소모 큼 (6 - 12 개월 이상)
매수자 : 전문성 낮은 브로커를 중심으로 중개가 이루어지고, M&A 프로세스가 체계적·정량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아 매도 기업에 대한 정보 파악 어려움
→ 매도 기업 및 검증된 매물 정보 부족, 중개자 및 계약 관련 리스크
중개자 : ‘중개 및 세일즈’에 집중
→ 부가적인 전산화·체계화된 프로세스가 부재
네트워크에 의존해 고객 Pool이 적음
→ 인수·인도 희망 기업이 있더라도 적합한 고객을 찾는데 어려움 존재
종합하면, M&A 이해관계자들은 플랫폼이 다음을 해결해 주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1) 상호 검증된 잠재 M&A 인수·인도 기업을 빠르게 매칭
2) M&A 프로세스를 체계적·전문적·신뢰성 있게 지원
이는 앞서 말씀드린 글로벌 선도 플랫폼들이 공통적으로 집중하고 있는 부분과 일치합니다.
앞서 말씀드린 국내 플랫폼들은 아직 1) 번 니즈 충족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경쟁사들은 대부분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기술을 활용해서 매칭에 집중해 시장에 진입했지만, 이 기능은 모방이 쉽고 차별화도 어렵습니다. 또한 이 기능을 고도화하더라도 넘치는 매물을 검토하고 구매할 거래의 Key인 매수자가 충분히 모이지 않는다면 해당 기능은 유명무실하게 됩니다.
또한 매칭되더라도 2) 번 니즈를 충족하는 기능과 서비스를 갖춘 기업이 없어 실제 M&A에 소요되는 기간이 매우 길기 때문에, 현재 플랫폼들은 M&A에 드는 품과 기간이 매우 적은 셀러, 가게 매물 중개에 집중해 박리다매하거나, 자체적으로 M&A 전문가를 대거 확보해 상대적으로 큰 중개 건에 집중해 적더라도 큰 수수료를 확보하는 자문사 형식의 전략을 사용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기에 해외 선도 사례처럼 10억-300억 수준의 기업을 연간 2-300건 중개하는 플랫폼은 아직 국내에 등장할 수 없습니다.
'쿠키딜'은 약간 다른 접근법을 사용합니다.
쿠키딜 역시 경쟁사들처럼 1) 번 기능을 우선적으로 확보했으나, 한계 역시 예상하고 있었던 듯합니다. 쿠키딜은 '24년 7월에 딜 매칭 인프라를 구축하고 비교적 최근에 공동중개모델을 운영하는 등 기술 구축에는 조금 늦었지만, 자체 영업을 통해 우수한 매수자 Pool을 적극적으로 확보하는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또한 중소 회계법인 등 매도 자문인들과 제휴를 통해 상대적으로 검증된 매도기업들과 자문 인력을 빠르게 확보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우수한 매수자와 매도자 Pool을 구축해서 근본적으로 경쟁사 보다 훌륭한 매칭 환경을 만들어 안정적인 플랫폼 구조를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쿠키딜은 2) 번 니즈도 놓치지 않았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듯 M&A 실무는 결국 실사, 기업가치 평가 등 품과 시간이 많이 들고, 전문가와 이해관계자들 간 면대면의 신뢰 기반으로 이루어지는 일이기에 완전한 기술 대체가 어렵습니다. 그렇기에 쿠키딜은 초기 단계이지만 제휴된 자문인들의 M&A 자문 업무 지원 및 리드 타임 단축 위한 툴킷 개발에 착수하고 있습니다.
이렇듯 쿠키딜은 M&A 플랫폼 확대에 필요한 요소를 꼼꼼히 챙기고 있습니다. AI 기반 자동화 기술, 전문 자문 네트워크, 검증된 매수자 Pool 확보를 통해 빠르게 거래 선례를 확보하고자 하고 있고, 단순 정보 등록 플랫폼이 아닌 ‘자문 지원 + 중개 플랫폼’ 모델로서 차별화 요소 역시 갖추고 있습니다. 국내 플랫폼들이 수익화를 위해 '자문사'화 하거나 '박리다매'화로 양극화되는 것과 다른 중도적인 상황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쿠키딜의 '중도'는 분명히 글로벌 성공 사례를 따르는 전략적인 선택이겠지만, 이도저도 챙기지 못하는 악수일 수도 있습니다. 시장에 플레이어들은 빠르게 늘고 경쟁이 심해져 쿠키딜의 강점이 드러나기 전에 많은 비용이 마케팅과 영업에 투입되고, 결국 박리다매나 자문사화를 통해 수익원을 만든 경쟁사들과 치킨 게임에 빠지게 될지도 모릅니다.
또한 제휴 자문인을 적극 활용하는 구조 역시 플랫폼이 확대됨에 따라 이들에게 중개의 대부분을 의존하게 되어 수익률이 낮아지거나, 이들을 통해 발생하는 법률적인 리스크 등 때문에 플랫폼 신뢰도에도 타격이 생길지도 모릅니다.
하나 쿠키딜에게 성장 단계의 리스크를 들이대기엔 너무 이른 시기임엔 틀림없습니다.
쿠키딜은 구조적 니즈가 큰 시장에 적합한 솔루션을 갖춘 초기 사업자로, M&A 플랫폼의 성공 공식을 중심으로 다른 경쟁사와 차별화되는 방식으로 여러 가지를 실험하고 있습니다.
후발 주자인 만큼 브랜드 인지도, 중개 실적, 세일즈 역량 확보에 집중해 2-3년 정도 앞선 경쟁사와 같은 선상에 서는 것이 지금 중요한 단계이겠지만, 나아가선 플랫폼의 네트워크와 매력적인 지원 기능으로 글로벌 네트워크 확장, 투자은행 라이선스 확보 등을 통해 글로벌 진출과 금융 구조 다양화까지 꿈꿀 수 있는 잠재력 있는 모델입니다.
과연 쿠키딜은 국내 중소기업 M&A 시장을 혁신할 수 있을까요? 중소기업 M&A 시장의 승자는 누가 될까요? 중소기업 M&A 플랫폼들은 '박리다매'와 '자문사화'로 양극화되지 않고 거래 수와 딜 규모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까요?
* 국내 중소기업 M&A 시장이 사례로 언급된 북미, 유럽, 일본 시장에 비해서 많이 작다 보니, 글로벌 선도기업처럼 국내 기업들이 거래 수와 딜 규모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에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글로벌 네트워크로 확장과 연결이라는 방법이 있겠지만, 어느 정도 규모의 풀과 퀄리티, 실적을 보유하지 못한다면 현실적으로 어려운 이야기일 수도 있고요. 국내 중소기업 M&A 시장의 전망은 밝지만, 국내에서 M&A종합연구소와 같은 중소기업 M&A 플랫폼이 나올 수 있을지는 두고 봐야 될 것 같습니다.
+) 첫 글이다 보니 내용이 두서가 없고 대책 없이 길어진 것 같습니다. 다음 글은 절반 정도로 줄여보도록 하겠습니다... 어떤 피드백이든 주시는 말씀은 새겨듣도록 하겠습니다. 궁금하거나 추천하는 스타트업이 있다면 언제든지 추천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