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자국 사이로 자라는 아이 -스페인 순례길에서

스페인 어린이집 적응기

by beau

스페인에 온 지 한 달 남짓.

아직 우리 아이의 모국어는 한국어이다.

그동안 아이아빠가 스페인어를 계속 써 주었지만 발화가 되지는 않았었다. 그래도 알아듣는 것은 거의 문제가 없었다.


알베르게는 보통 4월에 오픈을 한다.

스페인 순례길의 성수기는 4월에서 10월까지이다. 그 이후는 추워서 걷기가 힘들어 순례자가 없기에 문을 닫는 게 더 나을 수도 있다.

우리 알베르게도 다르지 않다. 3월에 모인 우리들은 올해 함께 지낼 새로운 얼굴들도 보고, 봉사자도 만나며 서로 익숙해지며 묵은 청소를 하기 시작했다.

이스라엘, 스페인, 아르헨티나, 한국 각국에서 만난 우리들. 그리고 그동안 더 많은 봉사자들이 오고 갈 것이다. 아이도 이 상황이 낯설은지 내 품에 꽤 오래 안겨있었다.

아직 순례자가 오는 바쁜 시기가 아니기에 아이는 오전만 다니기로 결정했다.

어린이집 선택권이 없었기에 우리는 공립어린이집을 보냈다. 9시 반부터 5시까지 운영을 하고 비용은 무료. 대신 간식과 점심은 싸가야 한다.


대략의 스케줄은 이렇다

10시 반까지 자유롭게 등원

(방에서 장난감과 자유놀이)

11시 간식시간

11시 반-12시 그림활동

12시-1시 강당에서 자유놀이(자동차, 공놀이)

1시-2시 점심시간, 잠잘 준비

2시-4시 낮잠

4시-5시 자유롭게 하원


책을 읽는다던가, 같이 산책을 한다거나 그런 시간은 없었고 돌봄의 시간으로 보였다. 한국과 꽤 달랐다. 키즈노트도 아이의 어린이집 생활 사진도 없었다. 8명의 아이들과 1명의 선생님, 그리고 1명의 보조선생님으로 구성이 되어있었다.

아이는 처음 얼떨결에 들어가더니 둘째 날에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며 들어갔다. 어린이집 옆에서 시아버지와 남편과 함께 커피를 시켰는데 좀처럼 시간이 가질 않았다.

나도 모르게 어린이집 창문으로 아이가 뭘 하고 있는지 아이 모르게 살짝 봤다. 자기가 제일 좋아하는 자동차를 가지고 놀고 있구나. 다행이다라는 생각이 들어 그나마 마음이 조금 편해졌다.

한국은 3월에 새 학기가 시작하지만 여기는 새 학기가 9월에 시작하기 때문에 아이들은 이미 다 적응을 한 상태이고 꽤 친해 보였다.

우리 아이도 과연 잘 지낼 수 있을까?

괜히 인종차별을 당하진 않을까? 점심도시락으로 볶음밥을 싸줘도 괜찮은 걸까? 별의별 생각을 하며 아이를 기다렸다.

마침내 아이가 3시간을 보내고 오는데 아침에 울던 얼굴과는 다르게 활짝 웃으며 나에게 안긴다.

고마워.


우리는 다시 알베르게로 향했다.

알베르게에 온 지 일주일이 안되었기에 여기에도 적응이 필요하다.

아이는 처음으로 함께하는 강아지들이 신기하고 재미있어 보였다. 금세 친구가 된 것 같았다.

아야. 루나. 롤리.

롤리는 놀자고 온 아이가 낯설었는지 아이에게 소리를 쳤고 아이는 울음을 터트렸다.

그 후로 아이는 롤리를 만나면 한 바퀴 돌아가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