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영의 <쥐불>은 전환기의 인간 군상을 그린다.
농촌의 삶이란 고산의 허리에 걸린 안개와 같아서, 멀리 떨어져 있어야만 그 거대한 움직임을 느낄 수 있다. 산 안에서는 도무지 물결의 흐름은 감지조차 할 수 없다. 그래서 밖에서 보면, 안갯속에서 살아갔던 사람들이 보지 못 하곤 한다.
그래서 농민들의 인생이야말로 오히려 인간이란 무엇이며, 무엇을 살아가는지 극단으로 나타날 때가 많다. 단순하다면 단순하고 처절하다면 처절한, 인간 그대로의 삶. 지금까지의 수많은 대서사의 현장은 모두 농촌이거나, 농촌에서 시작한다.(17.0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