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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석대건 Sep 29. 2019

체르노빌의 기도

스베뜰라나 알렉시예비치의 <체르노빌의 목소리>

스베뜰라나 알렉시예비치의 <체르노빌의 목소리>은 국가의 방관으로 죽어간 이들의 기억이다.


강제로 보내졌건, 자신이 돈을 벌기 위해 들어갔건 폭발 후, 체르노빌의 해체를 위해 작업한 이들은 모두 국가에 의한 희생자이다. 희생자는 사람이다. 그런데 국가는 사람인가? 참으로 모호한 것이 국가다. 분명한 것은 국가라는 이름으로 무엇인가 행해질 때 죽음이 따라왔다는 것. 이유 없는 죽음이, ‘희생’이라는 거짓 외피를 한 죽음, 생의 강탈 말이다.


읽다 보니, 나 사는 서울에서도 위험은 결코 멀지 않다고 느낀다. 순간 두려웠다. 폭발 시 대비 사항은 따로 메모해두었다. 머리를 감고, 젖은 걸레를 내걸고, 요오드를 마시고… 안전함이 문제가 아니라 그 자체로 위험하다. 원자력발전소는 존재가 위험이다. 대안은? 무궁무진하다. 걱정 마시라.


러시아어 제목을 그대로 옮기자면 ‘체르노빌의 기도’가 맞다. 아무래도 저자가 ‘목소리의 소설가’라는 타이틀로 알려지다 보니 의역한 것 같다. 애초에 미국에서 상 받은 것이 영어판일 것이고, 책의 번역가도 영어 전공이니 영어책을 한글로 옮겨 중간중간 어색한 번역투 문장은 안타깝다. 러시아어 원문을 그대로 한글로 옮겼다면 좀 더 생생함-그들 죽음 앞에서 生을 말함을 용서하길-이 전해질 수 있었을 텐데 아쉽다. 마지막으로, 희생자들에게 명복을 빈다.(15.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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