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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석대건 Dec 16. 2019

차라리 초밥세트를

러셀 로버츠, 내 안에서 나를 만드는 것들

러셀 로버츠의 『 내 안에서 나를 만드는 것들 』 은 실망만 남긴 책이다.


‘이런 책’을 ‘이딴 책’으로 밖에 읽을 수 없는 나는, 어딘가 심하게 잘못된 것은 아닐까 고민한다. 아무리 좋게 읽어보려 했지만 페이지를 넘겨 갈수록 ‘넌 내 스타일이 아닌 것 같아’라는 말만 나왔다. 페이지의 끝에 다다랐을 때 ‘역시 우린 서로 맞지 않아’라고 중얼거렸다. 제목이 의심스러웠지만 아담 스미스라길래 속아 넘어간 내가 멍청하다. 거의 다른 사람의 책이다.


“내 안의 공정한 관찰자를 찾아라, 이 세상에서 비매너 행동을 하거나 범죄, 악행을 저지르는 사람은 아직 ‘공정한 관찰자’를 만나지 못한 것이다. 너는 꼭 만나야 한다. 그러면 곧 진짜 행복과 진짜 사랑을 만나게 될 것이다. 내 안에서 나를 만드는 것들은 욕심, 욕망이 아니다. 진짜 쓰임새를 추구하고 낭비하지 않으면서 삶의 정수를 발견하자.”


개인주의적이고 자유주의적인 신념을 지닌 사람 중 몇몇들이 말하는 이런 방법들, ‘나는 그렇게 깨달았다. 너도 그래라’ 쿨 방망이로 때려주고 싶다. 욕망과 헛됨을 절제하라고 말하는 저자의 프로테스탄트적인 설교는 거부한다. 나는 욕심부리고 살고 싶다. 그만큼 더 사랑을 말하고 살겠다. 죽을 때 ‘참 착하게 살았다’는 말은 듣고 싶지 않다.


사랑받는 사람의 조건? 부분에서는 조금 어이가 없었다. 사랑받는 사람은 신중하고 정의로우면서 선행을 하는 사람이란다. 틀린 말은 아니다. 순간 유재석이 떠올랐다. 그런데 유재석은 유재석이고, 우리는 우리다. 또한, 저 세 가지 조건이 없이도 사랑받는 사람은 무지하게 많다. 애인 많은 내 친구 C 씨가 그렇다. 신중하지 못하게 이 여자 저 여자 고백하고 다니며, 허구한 날 쌈박질에 남을 해치고, 선한 마음은커녕 어떻게 쉽게 돈이나 벌까 고민한다. 그래도 사랑 잘하고 상처 받고 다시 사랑 잘한다. 그는 저자에게 기꺼이 대답하리니. “우리 그냥 사랑하게 내버려두세요”


이 책을 읽고 나서 새삼 깨달은 점은 시간과 돈의 가치다. 차라리 초밥세트를 사서 먹으리. 갓덴스시 건강세트가 13,500원이고 700원 보태면 생연어 특선 세트다. 아주 맛있다. 나는 서점에서 모두 읽어 시간만 버렸고, 다행스럽게 돈은 버리지 않았다. 이미 베스트셀러라서 굳이 악평 하나쯤 있어도 상관없겠다 싶다.


불현듯 찾아온 ‘힐링’의 시대 다음 ‘안티 힐링’의 광풍이 거의 지나갔다. 이제 ‘포스트 힐링’의 산들바람이 불고 있는 것 같다. 여전히 굳건하게 1위를 지키는 ‘미움받을 용기’, 다시 등장한 혜민스님의 책, 그리고 이 ‘내 안에서 나를 만드는 것들’에 대한 대중과 사회의 관심은 단지 그들의 wish 혹은 hope의 투영이라기보다 ‘그들은 위로와 행복을 공부하고 싶은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책으로 위로를 해주는 방법과 사랑하는 방법을 배우려는 것이다. ‘연애를 책으로 배운다’는 식이라 답답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혐오의 시대가 점점 지나가는 듯한 신호로 여겨져 조금 기쁘다.(16.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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