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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석대건 Dec 16. 2019

쉽게 확신하고, 그냥 행동하지 마세요

로렌 슬레이터의 『 스키너의 심리상자 열기 』

로렌 슬레이터의 『 스키너의 심리상자 열기 』 는 자극과 신호, 그리고 반응의 해설서이다.


스키너의 행동주의 심리학에서는 자극과 반응 사이에 무엇이 일어나는지 알 수도 없고 알 필요도 없다고 말한다. 통제할 수도 없고, 객관적으로 증명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어떤 요인을 건드리면 어떤 행동이 나오는가만 알면 된다. 프로이트를 위시하며 인간의 내면은 주로 연구한 독일과는 달리 미국의 심리학자들은 자극과 반응이라는, 눈에 보이고 통제할 수 있는 요인만을 심리학 연구대상으로 삼는다.


확신를 가진다는 것은 어렵다. 자신감과는 별개로 물음에 대한 스스로 답을 가지고 있지 않으면 절대 가질 수 없는 것이 확신이다. 그렇기에 확신에 기반을 둔 개인 의지의 발현을 위해서는 자신의 경험과 다른 이의 조언, 그리고 스스로의 통찰이 필수적이다. 이 과정만 거쳐도 확신을 통한 자신의 행동이 정답은 아닐지언정 충분하다. 하지만 인간 대부분은 쉽게 확신하고 그냥 행동한다.


실험은 세상의 확신에 대해 물음을 던지고 나름의 답을 찾아내 의지를 가지고 증명해내는 것이다. 책에서 소개된 많은 실험과 과정, 그리고 결과들은 인간에 대한 정답이 아닌 해답을 준다. 특히, 사랑에 대한 애착, 정신 진단의 타당성, 마약 중독 실험 같은 경우 고정관념에 변화를 주며 인간과 사회를 이해하는데 큰 도움을 주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어리석다. 헤로인을 복용해야만 산타클로스 복장으로 여섯 시간을 무대에서 웃을 수 있었던 환자에서, 불안증세를 가지고 약을 먹어가면서까지 버티다, 모든 활동을 접고 휴식에 들어간 정형돈을 본다. 알고도 당하는 것이 인간이며 모른다고 해서 꼭 피할 수 없는 것도 아닌 게 인간사다.


다만 ‘스키너의 심리상자’에서 배울 수 있는 메시지라면 ‘신호가 오면 반응하라’는 것일 게다. 자신과 상관없는 일이라고, 굳이 자기가 할 필요가 없는 것이라고, 내가 아니라도 할 사람 많다고 무시하지 말자. 그것만이 헤로인을 복용해야 하는 산타클로스 같은 지금 우리 사회가 정형돈처럼 되지 않는 길이다.(15.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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