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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식어가는 커피, 뜨거워지는 논쟁

환경론자와 경제학자가 스타벅스에서 만난다면?

by 한자루




스타벅스 창가의 작은 테이블.

창밖에선 겨울비가 내리고, 안에서는 따뜻한 조명이 두 사람을 비추고 있다.

그러나 테이블 위의 아메리카노와 라떼는 이미 식어가고 있다.

경제학자와 환경론자. 서로 다른 세계관을 가진 이 둘의 논쟁은 처음부터 화기애애할 리 없다.


경제학자가 먼저 말을 꺼낸다.
"솔직히 말해서, 지금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건 경제 성장입니다."

경제학자는 컵을 들어 한 모금 마시며 말을 이어간다.
"우리는 현실을 봐야 합니다. 경제 성장이 멈추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사람들은 일자리를 잃고, 생계를 꾸릴 방법을 찾지 못할 겁니다.

그런 상황에서 환경을 지킬 여유가 있을까요? 우선 경제를 돌려야 합니다."


손가락으로 테이블을 툭툭 두드리며 말을 계속했다.
"화석 연료가 문제라고요? 하지만 현실은 화석 연료 없이는 경제가 멈춘다는 겁니다.

태양광, 풍력? 물론 중요하죠. 하지만 이 에너지원이 얼마나 비싸고 불안정한지 아십니까?

간헐적인 태양광 발전으로 공장과 도시를 돌릴 수 있을까요?

전 세계 인프라가 화석 연료 기반으로 설계되어 있는 상황에서, 전환은 비현실적입니다."


그는 고개를 젓더니 커피를 내려놓았다.
"환경을 보호하는 건 좋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경제를 망칠 순 없어요. 누군가는 현실을 지적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경제학자의 주장은 타당했지만, 환경론자는 고개를 저으며 말한다.
"그렇게 말씀하시는 이유를 모르진 않아요. 하지만 지금 우리가 직면한 문제는 경제 성장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환경론자는 테이블 위에 놓인 커피잔을 돌리며 말을 이었다.
"작년 미국에서 발생한 허리케인 하나로만 1,250억 달러의 경제적 피해가 발생했어요.

폭염, 가뭄, 홍수 같은 기후 재앙이 매년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습니다.

기후 변화로 인한 경제적 손실은 상상 이상이에요.

지금 '안정성'을 이야기하지만, 그 안정성은 이미 붕괴되고 있습니다."


환경론자는 목소리를 약간 높였다.
"당신이 말하는 '현실적인 경제'는 결국 미래를 저당 잡는 것과 같아요.

화석 연료를 기반으로 계속 나아가면 경제는 돌이킬 수 없는 벽과 충돌할 겁니다."


경제학자가 눈썹을 찌푸렸지만, 환경론자는 말을 멈추지 않았다.
"재생 에너지 전환이 비싸다고요? 그렇다면 화석 연료 사용을 지속할 때 우리가 감당해야 할 비용은 얼마나 될까요? 저는 그 비용이 훨씬 더 클 거라고 확신합니다."


경제학자는 웃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당신 말은 이상적이에요. 하지만 그런 이상론으로는 현실의 전기 요금을 낼 수 없습니다.

재생 에너지 전환은 많은 자원이 필요하고, 그것은 곧 더 높은 비용을 의미합니다.

평범한 사람들에게 그 대가를 떠넘길 순 없어요."

그는 손가락으로 공중에 원을 그리며 말을 이었다.
"태양광 패널이 아직 저렴하지도 않고, 풍력 발전도 충분히 안정적이지 않죠. 지금 당장 모든 걸 바꾸겠다는 건 환상입니다. 당신도 알고 있잖아요. 이건 시간이 필요합니다."


환경론자는 한숨을 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재생 에너지 전환이 쉽지 않다는 걸 저도 압니다.

하지만 새로운 에너지는 새로운 산업을 창출하고,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냅니다.

지난 10년 동안 전 세계 재생 에너지 부문에서 약 1,200만 개의 일자리가 창출됐습니다.

기후 변화에 대응하는 건 단순히 비용 문제가 아니에요. 그건 우리 경제의 새로운 성장 엔진이 될 겁니다."

환경론자는 차분한 목소리로 덧붙였다.
"지금은 과도기예요. 우리가 결단을 내리지 않으면, 나중에는 결단을 내릴 기회조차 없을 겁니다."


대화가 끝날 즈음, 두 사람의 커피는 완전히 식어 있었다.

경제학자가 잔을 내려놓으며 조용히 입을 열었다.
"환경을 무시할 수 없다는 건 분명합니다. 하지만 경제가 무너지면 환경을 지킬 기반도 사라질 겁니다.

결국, 균형을 맞추는 것이 중요합니다."


환경론자는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맞아요. 하지만 경제와 환경의 균형을 말하기 전에, 우선 우리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분명히 정해야 해요. 화석 연료에서 재생 에너지로 전환하는 길은 쉽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그게 미래를 위한 유일한 선택입니다."


경제학자가 약간 몸을 앞으로 기울이며 물었다.
"그럼, 당신이 생각하는 우선순위는 무엇입니까?"


환경론자는 침착한 어조로 답했다.
"우선순위는 명확합니다. 화석 연료 사용을 점진적으로 줄이면서, 재생 에너지 전환을 위한 정책과 자원을 마련해야 해요.

탄소세를 도입해 화석 연료의 사회적 비용을 반영하고, 동시에 저소득층과 개발도상국에 대한 지원책을 강화해서 전환의 부담을 줄여야 합니다.

재생 에너지는 단순한 대안이 아니라, 경제와 환경 모두를 위한 새로운 기회입니다."


경제학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한숨을 내쉬었다.
"결국, 경제와 환경은 따로 갈 수 없다는 말이군요. 협력을 통해 우리가 함께 걸어갈 수 있는 다리를 만들어야 한다는 건 이해합니다. 하지만 그런 다리가 만들어지려면, 모두가 준비하고 행동해야겠죠."


환경론자는 부드럽게 미소를 지으며 마지막으로 말했다.
"맞아요. 그리고 그 다리는 지금 우리가 만들어야 해요. 시간이 지나면, 건설할 기회조차 사라질 테니까요."


스타벅스 창밖으로 내리는 비는 여전히 차가웠지만, 두 사람의 대화는 작은 온기를 남기고 있었다.

경제와 환경은 서로 대립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걸어야 할 길임을 확인한 자리였다.


우리가 만들어야 할 다리는 단순한 논의가 아니다.

그것은 경제와 환경이 함께 걸어갈 수 있는 지속 가능한 길이다.

그 길은 화석 연료에서 재생 에너지로 전환하고, 모두가 공정하게 부담을 나누며,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 내는 미래를 향해야 한다.


시간이 많지 않다. 이 다리는 지금, 우리가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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