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댓글 놀이의 명분

우리는 언제부터 가해를 유희로 삼았나

by 한자루


“드립 미쳤다ㅋㅋㅋㅋ”

“댓글 창이 본편이네.”
“이건 댓글 보려고 다시 들어옴.”

요즘 온라인 공간에서 ‘댓글’은 단순한 반응이 아니다.
이제는 놀이가 된 무대다.
댓글은 웃기기 위해 존재하고, 더 자극적일수록, 더 비꼬일수록 ‘명예의 전당’에 오른다.

문제는, 그 무대 아래 누가 깔려 있는지를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다는 것이다.


초기엔 댓글은 ‘의견’이었다.
지지, 반박, 논쟁, 토론의 공간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상황을 조롱하는 밈, 누군가를 풍자하는 드립, 의도적으로 왜곡된 요약, 누군가의 실수를 반복 소비하는 유머

댓글은 이제 정보도, 공감도 아닌 ‘놀이 공간’이다.


누가 잘못된 말을 했다. 누가 이상한 옷을 입었다. 누가 어색한 행동을 했다. 누가 어눌한 태도를 보였다.

그러면 그 사람은 댓글 놀이터의 배경이 된다.

“이건 뭐 국어책 읽는 줄”, “이분 GPT 초기 모델임?”, “이 장면은 짤로 갑시다ㅋㅋ”

그리고 그 뒤엔 수백 개의 웃음 표시, 수천 개의 좋아요, 수만 개의 공유가 따라온다.

당사자가 부끄럽거나 고통스러울 수 있다는 건 아무도 묻지 않는다.


만약 누군가가 말한다.
“이건 좀 선 넘은 거 아니냐” “이거 피해자 입장에서 보면 어떨까” 그러면 돌아오는 건 이거다.

“재밌자고 하는 건데 왜 그래” “꼰대냐?” “찐텐이면 좀 무섭다”

이 분위기 속에서 누구도 책임지지 않아도 되는 게임이 완성된다.
왜냐하면 다들 ‘노는 중’이니까.


감정의 조롱이고, 공감의 해체다.

웃고 있지만, 그 웃음이 누군가의 삶을 짓밟고 있을 수 있다.

조롱당한 아이돌이 댓글 보고 극단적 선택을 했고, 실수한 일반인이 ‘짤’로 퍼져 일상을 포기했으며

익명 속에서 던진 말 한 줄이, 누군가에겐 끝없는 상처의 시작이 되었다.


우리는 타인을 웃음의 재료로 소비하고 있다

“장난이었어.” “다들 하는 건데 뭐.” “왜 유난이야.”

이 말들은 폭력의 가장 흔한 방어 논리다.

하지만 기억하자. 웃긴 말이 다 웃기는 건 아니다.
모두가 웃을 때, 누군가 울고 있다면 그건 유머가 아니라 가해다.

댓글은 참여의 공간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 참여가 누군가를 사라지게 만들었다면, 그건 그냥 놀이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