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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자와 모과 Apr 19. 2024

화성 여행


벚꽃 구경 하느라 바쁜 봄이다.

벚꽃이 다 떨어졌으니 이제 수목원들을 둘러볼 차례.

새로운 장소에 가보기로 했다.

화성시 우리 꽃 식물원. 

규모가 작아 보여 그동안 무시했는데 마음을 열고 방문해보자.      


오픈 시간에 맞춰 왔더니 한적하다.

성인 입장료는 3천원.

‘뭐야. 물향기 수목원보다 비싸네. 거기보다 안 좋기만 해봐라’ 심술궂은 마음이 올라온다.

아직 화성은 벚꽃이 한창이다. 이제 막 꽃비가 흩날리는 중이다.

화성 식물원에는 한국에 자생하는 1천 여종의 식물이 전시되어 있다고 한다.


실내 유리 온실. 생태연못, 놀이숲, 야외화단이 아기자기하게 꾸며져 있다.

온실이 특히 아름답다. 

나무들 잎사귀마다 물방울이 송이송이 달려있다.

정원사가 아침 세수를 시켜줬구나.

야외에는 꼬리조팝나무, 제비꽃, 각시붓꽃, 할미꽃, 꽃다지, 복사꽃, 튤립이 피어 있다. 

아직 덜 피어난 꽃들이 많다.     


식물원 내에 높은 언덕이 있다. 

126미터인 둥구산 전망대까지 오르는 길이 구불구불하다.

올라가며 꽃을 볼 수 있게 화단을 조성해 놓았지만 벚꽃과 조팝나무만이 반겨줄 뿐.

나머지 꽃들은 겨울잠을 자고 계신다.


전망대를 향할수록 시끄러워진다.

식물원 바로 옆이 고속도로인데 높은 곳을 향할수록 자동차 소음이 그대로 들려온다.

이렇게 안타까울 수가. 

시끄러운 식물원이라니.

좋았던 마음이 한순간에 사그라든다. 

단골 식물원이 될 뻔 했는데.      

11시에 나가려고 보니 텅 비어있던 주차장이 가득 찼다.

봄은 봄이구나.


점심은 향남 신도시에 있는 울엄니 갈비탕. 

가게가 깨끗하고 맛도 좋아 또 오고 싶은 곳이다. 

막걸리 한 주전자도 공짜다.


창문 밖으로 넓은 공터가 펼쳐져 있다.

개를 산책시키는 사람들, 댄스 모임에서 춤추고 있는 사람들, 손을 잡고 걸어가는 연인들이 보인다.

향남 신도시는 주변으로 아파트가 즐비하고 중심에 큰 상점가가 있다.

아파트 옆 상점가는 학원들이 있고 중심 상점가에는 유흥 시설이 가득하다.

대략적으로 1층 식당. 2층 노래방. 3층 마사지. 4층에는 호텔이 자리 잡고 있다.

체계적으로 잘 짜여 있구나.     



근처 카페로 이동한다. 더 포레. 

야외 곳곳에 테이블이 놓여 있다. 야외 정원이 자연스러우면서도 아름답다. 

실내 공간에도 식물이 가득하다. 화분과 식물도 소규모로 판매하고 있다.

와. 여기도 정말 좋네. 부모님 모시고 다시 와야겠다.


차를 마시며 고양이 구경하는 아이들을 구경한다. 

벚꽃 잎이 날리며 남편 머리카락과 팔에 가볍게 내려앉는다.

애써 잡으려 할 때는 잡히지 않더니만.

사랑이 이루어지겠네. 

근데 누구랑?     


근처에 할인을 많이 하는 아울렛이 있다고 하여 둘러보기로 한다. 

옷 고르는 게 까다로워 어딜 가도 마음에 드는 옷을 찾는 게 쉽지 않다. 

웬일로 내게 잘 어울리는 아이보리 블라우스를 발견한다. 

70% 할인된 가격이다. 

그래도 망설이게 된다. 

그 옷 없어도 일상에 전혀 불편함이 없기에. 


자주 입을 수 있는 디자인과 재질이라고 스스로를 설득하며 카드를 내민다. 

하루 종일 놀고먹으며 쓴 돈보다 블라우스 한 장에 쓴 돈이 더 많다.

뭐가 더 이득일까?

더 오래 기억되는 것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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