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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여행 일기

오키 오키 오키나와!

by 알레

10년 전 여름, 처음 가본 일본. 아내와 함께 다녀왔던 오키나와의 추억은 10년이 지나도록 변함없이 행복감을 자아내는 순간이었다. 그때 묵었던 숙소 이름이 지금도 기억이 나고, 날아갈 듯 몰아치던 바다 바람, 만좌모 푸른 동굴에서의 스노클링, 함께 먹었던 가락국수와 Sams Sailor's Inn 테판야끼, 그리고 추라우미 수족관까지. 훗날 아이가 생기면 꼭 함께 다시 오리라 마음먹었던 오키나와를 10년이 지나 다시 찾았다. 이번엔 아이와 함께.


집에는 아직도 그때 샀던 고래상어 인형이 아이 침대에 놓여있다. 그리고 아이는 종종 고래상어 인형을 베개 삼아 잠들곤 했다. 그때마다 다시 꼭 가리라 생각했는데, 사람은 정말 간절히 생각하면 이뤄지긴 하나보다.


여행의 첫날은 공항에서 나오는 것부터 정신이 없었다. 알아보니 요즘은 환전해서 지폐를 들고 가지 않는다고 했다. 토스뱅크 외화 통장을 이용하면 100% 우대를 받으며 환전을 할 수 있고, 체크카드로 일본 ATM에서 현금 인출을 할 수 있어 수수료가 훨씬 이득이라는 말에 알아본 대로 준비하고 여행을 떠났다.


그런데, 공항에 도착해서 현금을 인출하려는데 계속 거부당했다. 갑자기 정신이 혼미해진다. 나름 고등학생 때 제2 외국어 일본어 만점을 받던 실력은 온 데 간데 없이 사라졌고 뭔 말인지 하나도 모를 안내 표지판들이 잠시 머릿속을 어지럽혔다.


이럴 땐 AI의 도움이 필요하다. 바로 검색을 해보니 2층에 ATM에 또 있다는 정보를 얻었다. 아이와 아내에게 기다리라고 한 뒤 2층으로 올라갔다. 정신없이 뛰었다. 뛰고 또 뛰었다. 웬걸. 공항이 이렇게 컸나 싶을 정도로 계속 뛰었다. 오키나와 국제공항 러닝도 아니고. 국내선 청사까지 가서야 ATM을 찾을 수 있었다. 이번에는 현금 인 줄이 되려나? 두근두근. 딱! 10,000엔 인출 완료. 그런데 10,000엔짜리 지폐 한 장이 나왔다. 흠. 아무래도 1,000엔짜리가 필요할 것 같아 5,000엔 추가 인출 완료. 그렇게 현금 15,000엔을 들고 다시 뛰었다.


온대로 돌아갔어야 했는데, 어쩐지 밖으로 나가서 돌아가면 금방 갈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오산이었다. 중간에 이쯤인가 싶어 들어간 곳은 아까 그곳이 아니었다. 대체 여긴 어디고 나는 누 군인가. 또 정신이 혼미해졌다. 결국 2층으로 다시 올라가 원래 왔던 길을 돌아가서야 아내와 아이를 만날 수 있었다. 우여곡절 끝에 공항을 빠져나와 렌터카 회사로 갔다.


다행히 한국어를 하는 직원분이 친절하게 설명을 해줬다. 궁금한 것도 잔뜩 물어본 뒤 숙소로 출발했다.


일본에서의 운전은 10년 전 이후 처음이라 긴장되었다. 좌, 우가 반대인 것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신호 체계를 헷갈리지 않을까 싶어 주변 차들의 움직임을 열심히 관찰했다. 다행히 첫날 무사히 숙소에 도착했다.


숙소는 호텔 근처라 멀지 않았다. 그리고 도보권에 아기자기한 식당들이 모여있는 곳이어서 산책하기도 좋았다. 해 질 녘엔 노을을 바라보며 식사하기 좋은 곳이라는 말에 체크인을 마치고 옷을 갈아입은 후 나갔다. 참고로 현재 기온은 20도~23도 정도라 반팔 반바지를 입고 돌아다녀도 춥지 않을 정도다.


이번에도 AI를 켜고 추천 식당을 검색했다. 디저트 가게까지 검색을 마친 뒤 자리를 잡았다. 메뉴를 주문할 땐 어설픈 영어라도 충분하다. 더러는 한국어도 통한다! 이 점은 너무 좋다.


시원한 맥주 한 잔과 맛있는 저녁 식사를 마친 뒤 미리 찜해둔 가게에서 디저트를 사가지고 다시 숙소로 돌아왔다. 숙소의 루프탑에는 밤에 무료로 주류가 무한 제공되며, 온수 스파가 있다고 해서 셋이 함께 올라갔다. 사우나를 좋아하는 아이는 무조건 물에 들어가겠다고 해서 나는 아이랑 온수에 들어가고 아내에게 주류 공급을 요청했다.


그렇게 또 한참을 놀고 내려와 씻고 첫날의 일정을 모두 마쳤다.


아내가 아이를 재우는 사이 나는 다시 AI와 소통을 시작했다. 둘째 날의 일정을 짜기 위해 이런저런 세부 조율을 마치고 나서야 잠들 수 있었다.


둘째 날은 아이랑 추라우미 수족관에 다녀올 계획이다. 드디어! 10년 전의 다짐이 이뤄지는 순간이다. 차로 2시간가량 가야 해서 부지런히 나가야 하는데, 과연 우리가 일어날 수 있을까? 시간을 잘 맞춰가야 고래상어 먹이 주는 거랑 돌고래 쇼까지 모두 보고 나올 수 있을 텐데. 뭐 내일 일은 내일 생각하기로 하고 오늘은 이만 자는 걸로!


오키 오키 오키나와! 오야쓰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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