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순간은 당신만 바라봅니다
아주 잠시지만, 의도치 않게 외도의 순간을 경험할 때가 있다. 셔터를 누르는 순간이 그렇다.
사실 나는 셔터스피드도, 조리개 우선 모드도, ISO나 빛에 대해서도 여전히 헷갈리기만 한 초보 사진작가다. 그러나 기술은 약해도 가장 진심인 순간은 뷰파인더로 피사체를 바라보는 순간이다.
사진은 관찰하지 않으면 담아낼 수 없는 행위라고 생각한다. 관찰을 위해서는 시선이 머물러야 하고 머무르기 위해서는 상대방을 이해해야 한다. 말로는 그럴싸한 표현이지만 정작 사진을 찍기 얼마 되지 않은 나에게도 사실은 '그래야 한다'는 하나의 신념처럼 존재하는 생각이다. 아직 이것을 온전히 결과물로 연결 짓기에는 내 실력이 너무 부족하기만 하다.
그럼에도 사진을 찍기 시작한 후로 주변을 더 많이 관찰하게 된다. 빛이 들어오는 방향, 대상이 되는 인물의 움직임, 표정. 그중에서 눈을 깜빡이는 순간을 주로 신경 쓴다. 아무래도 눈을 감은 사진이나 감았다 뜨는 순간의 사진은, 다른 부분이 완벽해도 결국 선택받지 못할 사진이 될 수밖에 없다.
제 아무리 열심히 관찰한다 해도 초보 작가에게는 사실 선택지가 많지 않다.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날 사진이 잘 나올 것 같지만 오히려 명암이 선명해 날려먹은 사진이 한 둘이 아니다. 눈이 부셔 인상 쓴 사진이 많고 더운 여름엔 짜증 한가득 담긴 표정만 남기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이럴 때면 차라리 적당히 구름껴 흐린 듯 맑은 듯 한 날이 건질게 많다.
이렇게 생각해보면 스냅사진 작가님들은 능력자들인 것 같다. 순간의 표정을 끌어내기 위해 다양한 방법으로 사람을 즐겁게 해 주니 말이다. 행복을 담아내는 최고의 능력자들이다.
가끔 모임에서 DSLR을 들고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연사부터 관객, 그리고 분위기를 담아내기 위해 열심히 셔터를 누를 때가 있다. 긴 머리를 질끈 동여매고 돌아다니는 나의 비주얼만은 프로 사진작가로 보이는지 간혹 사람들이 질문을 던질 때도 있다. 뭐하시는 분이냐고.
이런 내 모습이 재미있는 듯 반대로 누군가 나를 담아줄 때가 있다. 개인적으로 이런 나를 담아준 사진을 받아볼 때면 기분이 좋다. 나름의 열정을 다하는 내 모습을 기록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럽다. 그러면서 동시에 궁금해진다. 어떤 마음으로 나를 바라보았을까. 나에게서 느껴지는 느낌은 무엇이었을까.
대상을 관찰하다 보면 시선은 다시 나에게로 돌아온다. 나는 어떤 이야기를 담아내고 싶은 것일까. 관찰의 행위는 결국 이 질문으로 귀결된다. 여전히 답을 낼 만한 내공이 아니라서 지금은 그저 열심히 찍는 수준이다. 그럼에도 굳이 답을 적어보자면 순간을 담아내고 싶다. 카메라를 바라보며 포즈를 취한 결과물이 아닌 누군가와 마주하며 반가운 미소를 머금은 표정, 뭔가 골몰히 생각에 잠긴 표정, 익살스러운 행동, 빛이 머무르며 만들어낸 느낌 등.
막상 적어보니 경지에 오른 작가님들의 수준을 원하고 있는 듯하다는 생각도 들지만 언제나 목표는 크게 잡는 게 좋지 않겠나 싶다.
사진에는 움직임이 없다. 그럼에도 어떤 작품을 보면 묘한 움직임이 느껴질 때가 있다. 나는 그 순간이 바로 대상의 시선이 담길 때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더 바라보게 된다.
서로를 바라보는 것이 조심스럽고 낯선 행동이 되어버린 요즘, 바라보고 머무르는 것은 어쩌면 카메라를 들고 있는 작가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인 듯하다. 물론 이 또한 조심스럽긴 매한가지지만 적어도 합의된 공간 안에서 뷰파인더로 누군가를 바라보는 것은 허용된다. 그래서 때로는 카메라를 눈에서 떼지 않을 때도 있다.
바라보면 자연스레 애정이 생긴다. 그리고 애정을 가지고 바라보면 담아내고 싶은 순간을 찾아내기 수월해진다. 사진을 찍는 마음에 대해 써 내려가다 보니 문득 글 쓰는 마음과 참 많이 닮았다는 느낌이 든다. 둘 모두 작가의 시선이 담기는 행동이고 순간의 진심이 만들어내는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정신없이 돌아가는 세상이지만 잠시 분주한 마음을 내려놓고 가까이 있는 누군가를 바라봐주는 건 어떨까. 익숙해서 당연하게 받아들였던 모습이 새롭게 다가올지도 모르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