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글쓰기 모임 모집 글을 흘릴 때 나름 야심 차게 1:1 코칭을 시작해 보겠노라 선언했었다. 동시에 기존에 운영해 오던 글쓰기 모임(몹쓸 글쓰기, 이하 몹글)도 신규 모집 금액을 인상한다는 공지를 했다. 단, 연속 재신청 시 기존 금액으로 유지하도록 했다. 결과는?
신규 모객은 0명.
'하, 망한 건가?' '역시 가격을 올리는 건 시기상 조였던 걸까?' '몹글은 그냥저냥 한, 매력적이지 않은 모임인 걸까?' '남들은 잘만 높은 가격을 받던데 나는 그들보다 못한 건가?' 정말 많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사실 가격 인상을 결정하고 실행하기까지도 몇 달간 고민의 시간을 보냈기에 내심 조마조마했는데 결과를 보고 '역시'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그렇다고 의기소침해 있을 내가 아니다. 아쉬움도 컸지만 가장 먼저 올라왔던 다양한 부정적인 생각들을 빨리 치워버리고 생각을 전환했다. '그래도 그토록 고민만 하던걸 실행했잖아. 잘했어!' '몹글에는 오랜 시간 꾸준히 함께 하는 작가님들이 있잖아. 충분히 가치 있는 모임이란 소리지.' '이번에 신규 모객이 한 사람도 되지 않은 건 마케팅의 영역이지 가치의 문제는 아니야.' '그러니까 공부하면 돼.'
그리고 또 한 달이 지났다. 오늘이 15기 마지막 날이다. 동시에 16기를 모집하고 있는 중이다. 지난번의 시행착오를 경험하고 난 뒤 한 가지는 확실히 정했다. 몹글은 잠정적으로 가격 변동 없이 쭉 이어가겠다고.
생각해 보면 몹글을 통해 너무 많은 것들을 전하고 싶었던 것 같다. 글쓰기 습관 형성을 위한 환경설정, 글쓰기를 위한 1:1 코칭, 글을 쓰면서 나를 알아가기 위한 1:1 라이프 코칭 등 마치 몹글이 나에겐 하나의 플랫폼이 되어 이것저것 다 욱여넣으려 했던 것 같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그러면서 오랜 시간 함께 해주시는 작가님들에게 이 모임은 어떤 모임일까를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몹글은 작가님들께 매일 삶을 기록할 수 있는 환경이면서 마케팅이나 브랜딩, 상품 판매를 목적으로 하지 않는 오로지 자기 삶을 에세이 형식의 글에 담아내는, 때론 심심한 이야기일 수도 있는 글을 써 내려가는 사람들과의 연결의 공간이지 않을까 싶었다. 뭐, 사실 내가 줄곧 이야기했던 모습이기도 하다.
그제야 나의 접근이 잘못되었음을 깨달았다. 그리고 명확해졌다. 몹글은 더 이상 나의 수익화를 위해 욕심을 낼 모임이 아니라 작가님들과 함께 일상을 글에 담아내는 안전지대로서의 문화를 만들어가는 커뮤니티로 나아가고 있었다.
생각이 정리되니 굳이 더 많은 사람들을 모객 해야 할 이유가 사라졌다. 그렇다고 마케팅을 안 하는 건 아니지만 애써 한 사람이라도 더 끌어당기고 싶지 않아 졌다. 줄곧 바랐고 이야기했던 것처럼, 누구라도 일상의 이야기를 글에 담아 나누고 싶다면 얼마든지 환영한다. 글을 잘 쓰는 것보다 마음에 귀를 기울이고 글을 통해 내 마음을 보듬어주기를 원하는 사람이라면 또한 진심으로 환영한다.
이번 한 달의 여정에서는 작가님들과 릴레이 글쓰기도 해봤다. 기사 하나를 선정해 발제문에 따라 한 분 한 분 각자의 이야기를 남겨 보았는데 정말 다양한 생각을 만날 수 있었다. 분명 동일한 기사였음에도 불구하고 '나'라는 필터를 거치고 나니 완전히 새로운 글이 탄생하는 경험을 했다. 그중에 한 문장씩을 뽑아 예쁜 글귀 디자인으로 만들어 주니 내 글이 더 빛나는 느낌이었다.
글을 쓰다 보면 '내 글 구려병'이 도질 때가 많다. 그래서 정작 내가 쓴 글을 다시 읽어보기 망설여지는데 이렇게 한 문장을 발췌해 디자인을 입히니 '와, 이걸 내가 썼다고?'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감회가 새로웠다.
다시 한번 확신하는 건 누구나 각자의 고유한 이야기가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써 내려갈 때 나에겐 하찮고 보잘것없어 보이는 무명작가의 글귀처럼 보이는 것이 누군가에겐 머무를 수밖에 없는 영감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이런 게 글쓰기의 선물이지 않을까? 그리고 이것이 몹글의 매력이며 가치이지 않을까?
결론적으로 이번 달은 망하지 않았다. 신규 모객과 가격 인상은 실패했지만, 오히려 더 소중한 것을 깨달았으니 그 이상의 소득이 있었던 셈이다.
나는 세상에 글을 쓰는 사람들이 더 많아지길 바란다. 글을 쓰며 여기까지 성장한 나를 돌아볼 때마다 더욱 간절한 마음으로 바라게 된다. 이미 이름 있는 작가님들이 운영하는 좋은 모임들이 많다. 그럼에도 '내가 저 모임에 함께해도 되나?' 하는 생각 때문에 섣불리 참여하지 못하고 있다면 몹글이 딱이라는 말을 남겨본다.
글을 쓰며 삶을 기록하고, 나를 알아가며, 소소한 이야기들이 만나 빚어내는 빛나는 삶을 경험하고 싶다면 망설이지 말고 몹글에 함께 해보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