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다운 삶으로 향하는 여정

by 알레

"저의 꿈은 제주도, 강원도, 그리고 발리에 커뮤니티 센터를 짓는 거예요. 그 첫 번째 시작으로 제주에서 커뮤니티 모임을 열어볼 거예요."


불과 몇 달 전 함께 커뮤니티를 만들어 보자던 지인이 나누었던 꿈이었다. 그리고 그 첫 번째 여정이 제주에서 바로 내일부터 시작된다.


'와, 이게 진짜 되네?'


꿈을 꾸면 이뤄진다는 말이 있는데 언제나 현실감이 전혀 없는 말처럼 다가왔다. 그냥 성공한 사람들이 '야, 너도 할 수 있어'와 같이 위로와 격려의 한 마디로 나누는 표현 같았다. 그런데 앞서 말한 지인은 성공한 사람도 아니고 누구보다 평범한 삶을 살아온 친구다. 그는 지속적으로 자신의 꿈을 이야기했을 뿐인데, 삶은 신기하게도 그의 꿈을 향해 방향을 틀었다.


"근데 우리 제주도에 모여서 뭐 하는 거예요?"


나를 포함한 일단 참가의사를 밝힌 사람들의 공통 질문이었다. 그동안 어떤 모임이라 하면 주최자 또는 주최 측에서 기획한 프로그램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런데 이번 여정은 뭔가 달랐다. 애초에 프로그램이라고 할 만한 게 없다고 보는 게 맞을 것 같다.


제주도 리트릿 일정


일정을 보면 느껴지겠지만, 오전에 간단한 모임 이후 오후 시간은 자유시간을 보낸다. 그리고 돌아와 저녁 바비큐 타임을 갖은 후 하루의 경험을 공유하는 것이 전부다.


'엥? 이게 다라고?'


처음엔 좀 황당한 느낌도 있었다. 제주에 가기 위해선 시간과 비용이 드는데 그만한 비용을 지불할만한 가치가 있는 건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럼에도 선택한 이유는 한 가지 때문이다. '온전히 나다운 선택을 경험하는 것'.


이 여정의 가장 큰 취지는 다른 어떤 것에도 방해받지 않는 온전히 나다운 선택을 경험하자는 것이었다. 생각해 보면 일상에도 자유시간은 존재한다. 나의 경우는 아이가 등원한 시간에는 오롯이 내 자유시간이다. 그럼에도 일상의 영역에 있음으로써 계속 뭔가에 마음이 빼앗기게 된다. 자유롭지만 마냥 여유 부리며 살 수는 없다는 생각에 내내 이것저것 하느라 분주하다. 하다못해 집안일이라도 마음을 분산시키는 요인이다.


이런 삶을 살다 보면 정작 진짜 내 마음의 소리를 듣기가 어려워지고 진짜 나다운 선택을 하는 경험은 요원해진다. 그래서 제주라는 물리적으로도 고립된 섬에서 가족들과 떨어져 오직 내 마음의 바람을 따라 하루를 보내는 경험을 해보자는 것이 이번 여정의 취지였다.


이번 여정 중에 첫째 날은 제주에 거주하는 지인을 만나 함께 대한목장에 가볼 생각이다. SNS에서 오래된 목장을 최대한 보존하며 카페 겸 목장으로 리모델링하는 과정을 봤는데 전부터 가보고 싶었던 곳 중의 하나였다. 대한목장의 브랜딩 과정이 나다움을 잘 드러내는 공간이라고 생각했다.


둘째 날엔 사려니 숲길을 걷기로 했다. 최근 그동안 휴식기로 닫아두었던 탐방로를 다시 열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특별히 이번엔 형이랑 함께 하기로 했는데, 마침 친구 녀석도 제주에 내려와 있다는 소식에 함께 하기로 했다.


숲길은 제주 여정이 시작할 때부터 걷고 싶었다. 제주의 자연을 거닐으며 말없이 건네는 숲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싶었다. 어쩐지 상당한 채움의 시간이 될 거라는 기대감이 컸기에 어떤 숲길이든 무조건 숲길을 걸어야겠다고 마음먹고 있었는데 마침 타이밍이 잘 맞아떨어진 듯하다.


변수는 장마인데, 솔직히 아직 플랜 B는 없다. 비가 심하게 몰아치지 않는 한 그냥 계획대로 진행해 볼 생각이다.


2박 3일의 여정이 끝나면 아내와 아이가 제주에 내려와 며칠을 더 머물다 돌아올 계획이다. 이번 여정이 나에게 더 특별한 건 결혼 후 처음으로 혼자 떠나는 여행이기 때문이다. 온전히 나를 들여다보는 시간이 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라본다. 이 시간을 통해 비워낼 건 비워내고 덜어낼 것들도 과감히 덜어낸 뒤 채워야 할 나다움만 듬뿍 채워 돌아올 수 있기를 기대하며, 하루 먼저 나만의 여정을 시작해 본다.


이제 비행기 타러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