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깅(rigging)은 세일링 요트의 돛대를 지지하고, 돛대와 돛을 조정하는 일련의 시스템을 통칭하는 용어입니다. 배 길이만큼이나 높은 돛대를 지지하려면 이를 지지해주는 케이블이 필요합니다. 돛의 위치와 모양을 조정해서 바람을 타고 가는 것이 세일링이지만 이걸 직접 손으로 조정할 수 없으니 마치 마리오네트처럼 줄을 이용해 간접적으로 조정합니다. 이 두 가지 기능을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 만든 시스템을 합쳐 리깅이라고 부릅니다.
세일링은 '튜닝'의 스포츠라고 하죠. 고급 세일링의 단계에 들어서면 더욱 중요해 지는 것이 이 리깅을 통한 튜닝입니다. 배에 따라, 항해하는 지역의 특성에 따라, 세일러의 성향에 따라 달라져야 하는 리깅. 이를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들을 '리거(rigger)'라고 부릅니다. 대부분의 리거들이 톱-티어 세일러 출신이고 수많은 세일링 경험과 요트 건조 프로젝트들을 통해 업을 익히는 경우가 일반적입니다. 이렇게 경험으로 쌓이는 지식이다보니 리깅에 대한 전문적인 교육자료나 코스를 찾기 어렵습니다.
얼마 안되는 리깅의 소중한 자료로 제 친구이자 이태리 커스텀 요트 리깅의 대부인 다닐로 파브로니(Danilo Fabbroni)가 쓴, 제목도 '리깅'인 책이 있습니다. 이태리어 뿐 아니라 영문판도 출판되어 좀더 심도있는 리깅에 대해 알고픈 세일러들에게 널리 읽히고 있습니다. 오랜 경험을 통해 얻은 최고 리거로서의 지식을 쉬운 언어로 옆에서 설명해주듯 쓴 책입니다. 심도 있는 내용임에도 딱딱하지 않고 마치 친구로부터 배우는 것 같은 느낌이죠. 오랫만에 이 책을 다시 잡으니 이를 한국어로 정리해 보고픈 욕구가 생기더군요. 이 책을 중심으로 다른 자료들도 함께 참고해서 이 재미있는 주제를 브런치 포스팅으로 정리해 보려고 합니다.
멋지죠? 호수 세일링의 성지 가르다 호수(Lago di Garda)를 누리는 Chriscostar라는 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