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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재상 Alex Jan 04. 2019

나는 왜 일을 못할까?

누구나 사무실에 일못 하나쯤은 있는 거잖아요..

골목식당을 보면 속터지는 사람들이 나옵니다. ‘빌런’이라고 농담삼아 부르는 것 같던데요, 양상은 다양하지만 공통점은 정말 속 터지게 일을 못한다는 것입니다.


등장할 때 부터 의욕조차 없는가 하면, 아무리 알려줘도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기껏 배워도 응용할 줄도 모르고... 사람이라도 착하면 다행이련만 뻔뻔스럽게 핑계를 대는가 하면, 때로는 뒷통수까지 세게 후려치기도 합니다.


골목식당이야 그냥 TV 프로고, 우리는 그들과는 아무 상관이 없는 그저 관전자일 뿐이니 가볍게 넘어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에서 이런 사람들이 나와 관련이 있게 될 때는 큰 문제가 됩니다. 바로 직장에서 말이죠.




1. 사무실 빌런들이 일못인 이유 : 실행기능 부족


'사무실 빌런'하니 생각나는 사람들이 많다구요? 삼가 조의를 표합니다.

우리 회사엔 없는 것 같다구요? 그럼 이 글을 읽는 당신이 빌런일 가능성도 있습니다^^

당신도 예외가 아닙니다.


각설하고, 우리 주변의 사무실 빌런들은 왜 이렇게 일을 못할까요?


우리는 흔히 머리가 나빠서 일을 못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요? 물론 진짜로 머리가 나쁜 사람도 있습니다. 소위 지능이라고 하는 부분에 문제가 있는거죠. 이런 사람은 일은 커녕 일상생활에서도 아마 문제를 일으킬겁니다.

 

기본적인 사회 생활에 문제가 있을 정도로 지능에 문제가 있는 비율은 전 인구의 1%~3% 내외에 불과합니다. 발달장애 등의 이유로 지적 능력에 문제가 심각한 경우죠. 하지만 우리가 회사에서 만나는 사람들이 이런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지능에 장애가 있는 수준의 사람은 선발과정에서 필터링되니까요. 


상대적으로 머리가 나쁜 경우도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도 선발과정에서 어느 정도 보완이 이루어집니다. (이런 필터링이 전혀 안되는 아주 작은 기업체나 머리나쁜 사람이 대표이사 혹은 그가 떨어뜨린 낙하산인 경우엔 망한 것이기는 하지요.)

 

때문에 머리가 나빠서 빌런이 된 경우는 별로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골목식당을 봐도 최상급 빌런 중에서 ‘지능’이 문제되는 경우는 없어보이지 않나요?


혹시 성격을 문제로 삼는 분도 계실 것 같습니다. 맞습니다. 안그래도 힘든데 성격 나쁜 사람이 옆에 있으면 미칩니다. 그런데 잘 생각해보세요. 성격이 나쁘다는 그 자체로 일을 못하던가요? 성격이 지랄맞아도 일 잘하는 사람은 잘 합니다. 반대로 성격이 너무너무 좋아도 일 못하는 사람은 못하죠. 일의 진도, 성과와 성격은 별개입니다. 


지능이나 성격같은 개인적인 문제보다는 인간관계 때문이라구요? 이건 성격과 같은 논지입니다. 관계를 제대로 못만드는 사람이 일을 못할 가능성은 높지만, 아주 높은 관계가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관계에서 희한한 패턴을 보이는 사람도 그와 어울리는 사람은 있기 마련이고, 너무너무 이상한 사람은 대체로 조직 사회인 회사에 들어오는 것 자체가 어렵습니다. 이기적이거나 의존적인 사람들은 당연히 많습니다만 그렇다고 해서 일을 못한다고 이야기하지는 않습니다. 주변의 빌런을 잘 생각해보세요. 


그럼 뭘까요? 뭐가 일을 못한다라는 말을 구성하는 핵심 요인일까요?


이에 대해 인간이 현재까지 찾아낸 가장 정확한 답은 바로 ‘실행기능’ 입니다. 



2. 실행기능 : 모두가 간과하고 있는 일잘러의 핵심


그런데 의외로 우리는 이 부분에 대해서 별로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머리가 나쁘면 IQ가 떨어진다고 말하고, 관계나 분위기 파악을 못하면 EQ가 낮다고 말하죠. 지식이나 경험이 부족하면 못배워서 혹은 몰라서라고 이야기합니다. 성격에 문제 있으면 성격장애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실행기능’이 문제가 있으면 뭐라고 부르시나요? 딱히 ‘저 인간 실행기능에 문제 있어’라는 표현, 뭔가 낯설지 않으세요?


우선 실행기능이 뭔지 좀 알아봅시다. 


실행기능은 우리의 행동을 의식적으로 통제하는 기능의 총합입니다. 숨쉰다, 잔다 같은 본능적 행동 혹은 다리를 떨거나 손가락을 물어뜯는 무의식적인 행동이 아닌 우리가 ‘의지’를 가지고 ‘의식적’으로 하는 행동을 통제하는 뇌의 기능이죠. 


일(Work)은 당연히 실행기능의 대상이 됩니다. 무의식적이나 본능적으로 일을 하는 경우는 없으니까요. 물론 반복적으로 연습을 하다보면 의식이 인지하기 전에 특정 행동을 아주 능숙하게 할 수 있습니다. 보통 ‘무의식적으로’ 혹은 ‘본능적으로’ 했다고 하죠. 하지만 이건 학습에 의해 능숙도가 올라가다보니 굳이 의식이 개입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지 본래 의식적 행동이 아닌 건 전혀 아닙니다. 프로야구 선수가 배트를 휘두르거나, 능숙한 요리사가 눈깜짝할 사이 재료를 다듬는 것 같은 행동을 말합니다.


실행기능엔 다음의 기능들이 포함됩니다. 


행동에 옮기기전 한번 더 생각하는 능력 

과거의 지식이나 경험을 되살려 현재에 적용하는 능력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감정을 조절하는 능력

상황 변화에 대한 적응력

산만, 피로, 지루함을 버티면서 과제에 집중하는 능력

해야할 일을 미루지 않고 바로 시작하는 능력

일의 체계를 만들고, 중요도에 따라 우선순위화하는 능력

주어진 시간을 효율적으로 배분해 일을 완수하는 능력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인내심

자신에 대해 한 걸음 물러서서 객관화하는 능력 


이걸 다 잘하는 잘하는 사람은 당연히 일 잘하는 사람 아니냐구요? 예, 맞습니다. 

그냥 일잘하는 사람의 조건을 나열한 것 아닐까요? 그건 아닙니다.


재밌는 건 위에 적은 저 기능들은 모두 우리 두뇌의 전두엽이라는 부분의 발달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기능이라는 겁니다. 우리가 맨날 핑계를 대고, 다이어트는 항상 내일부터였던 이유가 사실은 우리의 전두엽이 덜 발달했기 때문이라는거죠. (너무 극단적으로 단순화시킨 것이긴 합니다. 뇌에는 실행기능과 관련해서 보상이나 만족감, 자존감 등의 복잡한 이슈가 많고, 전두엽이 아닌 곳의 기능과 연관성이 매우 많습니다. 일의 중요도를 상식과 다르게 혹은 일을 요청하는 상대방의 말과 다르게 이해하는 건 성격 장애 등 또 다른 이슈가 있구요.)  



이 용어가 우리에게 그리 익숙지 않은 이유는 뇌의 기능에 대한 연구가 본격화된 것이 1980년대 이후 MRI 및 fMRI의 발달 이후에 가능해졌기 때문입니다. 최근에서야 우리가 알게된 것이라는거죠. 


연구가 어떻게 되었건, 이제 우리는 일못하는다는 말을 심리학적으로 설명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성인이 된 이후 지능-관계-성격 등에서 심각한 문제가 없는데도 일을 못한다는 말을 듣는 사람의 상당수는 전두엽의 발달, 특히 실행과 관련된 기능의 발달이 청소년기와 성인기 초기에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겁니다. 


실행기능에 문제가 있으면 돈을 못 벌 수도 있습니다.



3. 실행기능을 키우기 위해 해야 할 일


그럼 이제 어떻게 해야할까요? 


실행 기능을 요약해보면 답이 나옵니다. 길고 복잡한 실행기능의 요소들을 줄이면, 대략 다음과 같습니다. 


목표를 위해 자기를 통제할 수 있을 것

일을 체계화, 구조화하고 우선순위화할 수 있을 것

자신과 상황을 객관화할 수 있을 것


이 부분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사람들 – 골목식당 빌런과 사무실 빌런, 그리고 혹시 모를 나 자신 – 은 위의 세 기능을 일정 수준까지 달성하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공부하고, 운동하고, 배우고, 적극적으로 시도하며 밤에는 낮의 상황과 나의 행동을 반추하는 그 길고 힘겨운 과정을 반복해야 합니다. 




정말 희망적인 것은 우리는 의식적인 노력을 통해 뇌의 기능과 구조를 일정 수준까지 바꿀 수 있다는 겁니다. 


그러니 이제 주변에서 빌런을 보면 그냥 일못하는 애 라고 생각하지 마시고 자기 통제력, 구조화 능력, 객관화 능력 중에서 어느 부분에 문제가 있구나 하고 이야기해보세요. 


혹시 아나요, 듣는 사람이 반성을 하고 자기의 뇌를 일깨우기 위해 정말 진지하게 노력할지.


[글쓴이 : 다니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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