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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재상 Alex Oct 17. 2021

타켓팅, 트렌드와 상품에 따라 여럿도 가능하다

마케팅, 타겟팅, 브랜드, 트렌드, 상품기획

본 글은 2021년 1월부터 현재 패션포스트에 기고하고 있는 '마케팅은 삐딱하게' 시리즈 연재글이며, 연재글은 패션포스트 온/오프라인 채널 발행후 순차적으로 지연 공개합니다. 보다 빨리 최신글을 접하고 싶으신 분들은 하단 링크의 패션포스트 FSP내 제 페이지를 참고해주세요.


http://www.fpost.co.kr/board/bbs/board.php?bo_table=fsp49



마케팅은 삐딱하게, 3회차>




몇 년 전부터 슬슬 시작된 레트로 열풍이 정점으로 치닫고 있다. 1970년대와 1980년대 초반에 태어난 X세대와 밀레니얼 초기 세대들이 10대와 20대를 보냈던 1990년대가 2020년대에 화려하게 부활했다.  


마케팅의 기본 중 하나는 타깃팅이다

한창 핫한 곳들을 다니다 보면 길거리 분위기와 젊은이들 옷차림이 현재가 21세기인지 20세기인지 헷갈릴 정도다. 미스 트롯이 가져온 트로트 열풍도 거세다.  

아이돌 문화를 중심으로 가요계에서 소외됐던 트로트가 50대 이상 연령층의 절대적인 지지로 안방극장을 장악하기 시작해 최근에는 전 연령에서 인기몰이 중이다. 젊은이들조차도 트로트의 매력에 빠져 즐기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트로트 역시 특정 세대만이 즐기는 문화에서 벗어났단 생각이 든다. 

내 상품과 서비스를 누구를 대상으로 만들어서 파느냐에 대한 이야기다. 어느 시장, 어떤 고객을 공략하느냐는 상품과 서비스 기획 단계부터 철저히 고민하고 설계해야 한다.  

대부분의 경우 하나의 균질한 속성을 가진 집단을 타깃으로 잡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렇게 해야 더욱 깊이 고객이 가진 욕구와 문제를 파악해서 고객이 원하는 상품과 서비스를 만들어내고 성공적으로 시장을 파고들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요즘 트렌드를 보면 꼭 그런 것 같지도 않다. 레트로 열풍도 그렇고, 트로트 문화 소비도 그렇고, 인구통계학적 접근이나 라이프스타일 접근으로 볼 때 유사성이 떨어지는 고객들이 동일한 트렌드를 동시에 소비하는 경향도 있다. 유행은 돌고 돈다고 하지 않는가? 이는 과거부터 계속되어 온 이야기지만, 요즘처럼 체감하게 되는 시기도 없었던 것 같다. 

타깃팅은 반드시 하나의 시장과 고객을 향해야 하는가? 대부분의 경우는 그렇지만, 반드시 그렇지 않을 수도 있지 않을까? 이번 호 이야기는 바로 ‘타깃팅’이다. 

<트로트 열풍을 몰고와서 현재 시즌3 방송중인 ‘미스트롯2’> 


지금까지 타깃팅은 어떻게 해왔는가?

타깃팅은 마케팅 STP(Segmentation, Targeting, Positioning) 중 두 번째에 위치한다. 간단하게 STP에 관해 이야기하면, 내 상품과 서비스가 들어갈 만한 시장을 크게 정의하고 그 시장을 내가 공략하기에 유리한 특정 기준으로 나누는 것이 세그먼테이션(Segmentation, 세분화)이다.  

그리고 작게 쪼개진 시장 중 내가 노리는 시장을 선정하는 것이 바로 타깃팅(Targeting, 표적화)이며, 타깃한 시장에서 고객들의 머릿속에 있는 경쟁자들까지 포함해서 내 상품과 서비스를 어떤 차별적인 요소로 인식시킬지를 결정하는 것이 포지셔닝(Positioning)이다. STP의 Segmentation과 Targeting, Positioning은 순차적으로 이루어진다. 

STP의 일련의 과정으로 인해 보통 타깃팅 단계에서 공략할 시장을 하나만 정하게 된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마케팅 자원이 한정적인 상황에서 여러 시장을 동시에 공략하는 것은 비효율적일 뿐 아니라, 여러 시장에 다른 메시지를 던졌을 경우 상품과 서비스에 대해 혼선을 줄 위험도 높기 때문이다. 따라서 하나의 시장을 타깃팅하고 해당 시장에서 성공한 후, 인접 시장으로 점차 확대해나가는 것이 일반적이다. 


조건만 맞으면? 복수의 타깃팅도 가능하다!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고객의 욕구는 여러 고객에게서 동시에 발생할 수 있다. 조금 더 정확하게 이야기하면 전혀 다른 속성을 가진 고객이 동시에 내 상품과 서비스를 필요로 할 수 있다.  

앞서 이야기했던 레트로와 트로트가 그 예시다. 레트로는 90년대를 추억하는 중장년층과 새롭고 색다른 문화를 접하고 싶었던 1020대가 동시에 즐길 수 있는 트렌드였고, 트로트는 원래 숨어서 샤이하게(?) 트로트를 소비하던 장년 및 노년층과 그동안 제대로 접하지 못해서 매력을 몰랐던 젊은이들이 서로 영향을 받으며 진화하고 만들어간 트렌드가 됐다. 장년과 노년층은 트로트에 아이돌 문화를 접목했고, 젊은이들은 트로트를 직접 소비하는 소비 주체 중 일부가 됐다.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고객 욕구가 동시에 여러 곳에서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면, 복수의 타깃팅을 고려해볼 수 있다. 물론 각 고객이 속한 시장이 타깃팅할 만큼 어느 정도 이상의 시장 규모는 나와 줘야 하며, 내가 가진 한정적인 마케팅 자원이 어디까지 동시에 공략 가능할지도 점검해봐야 한다.  

규모는 나오는데 자원이 모자라면, 메인 타깃과 서브 타깃으로 구분하거나 각 시장을 속성이 유사한 순서대로 하나씩 차례로 공략하며 확대해가면 된다.  

동시에 복수의 타깃팅을 실행할 수 있다면, 고객의 욕구가 같다는 점을 제외하고 각 시장이 서로 겹치지 않는 전혀 다른 시장인지, 혹은 각 시장 사이를 잇는 연관성이 높은 시장인지에 따라 다르게 접근해야 한다.  

레트로와 트로트 트렌드를 활용한 상품과 서비스 타깃팅은 전자에 해당할 것이다. 후자는 다른 예시와 함께 이어서 설명하겠다. 


‘모녀팩트’ 타깃팅을 삐딱하게 다시 보자

동일한 욕구를 지닌 고객과 시장이 어떤 연결고리로 묶여서 연관성이 높은 경우가 생길 수 있다. 이런 경우 그 고리를 활용해서 복수의 타깃팅을 진행하여 마케팅 효과와 매출을 극대화한다. 

화장품은 아름다워지고 싶다는 욕망과 판타지를 투영하는 상품이다. 남녀를 구분 지어 여자들만의 욕구라고 말하는 세상은 이미 아니지만, 여전히 화장품 시장은 여자고객들이 절대적인 힘을 발휘하고 있기 때문에 성적 관점이 아니라 철저히 시장의 시각으로만 이야기할 것임을 미리 양해를 바란다.  

색조화장품은 화장품 중에서도 고객들에게 즉각적인 아름다움을 선사하기 때문에 욕구 충족이 빠르다. 물론 요즘 바르면 곧바로 주름이 펴지는 리프팅 제품들도 많이 나와 있지만, 여전히 팩트는 대세이자 색조 화장의 기본이다.  

홈쇼핑 판매 채널을 중심으로 수년 동안 기록적인 판매량을 매번 갱신하면서 압도적인 인지와 신뢰를 바탕으로 재구매가 지속적인 상품이 있다.  

그동안 수많은 팩트가 등장했지만 그렇게 오래가지 못했고, 현재도 여러 상품이 홈쇼핑 채널에서 경쟁 중이지만 꾸준히 방송하면서 매진을 기록하고 있다. 일명 ‘모녀팩트’라 불리는 트웬ㅇㅇ팩트다. 여배우 이름을 따서 ‘ㅇㅇㅇ팩트’라는 별칭을 갖고 있기도 하다.  

흥미로운 사실은 이 팩트의 전속모델은 배우 ‘이나영’이라는 점이다. 대부분의 광고는 모두 이나영이 하고 있지만, 이나영은 본 팩트와 팩트가 속한 화장품 브랜드 라인의 이미지 빌딩을 담당하고 실제 마케팅 커뮤니케이션과 판매에서는 ‘모녀팩트’, ‘ㅇㅇㅇ팩트’가 이끌어간다. 

별칭인 ‘모녀팩트’라는 조합어에서 곧바로 느낌이 올 것이다. 맞다. 이 팩트는 중장년 이후의 어머니와 20대 딸을 동시에 공략하는 방법을 쓰고 있다.  

수년 전 론칭 초기에는 나이를 잊은 듯한 중년 여배우를 앞세워서 젊고 아름다워 보이기 위한 팩트로 포지셔닝하고 중장년 여성을 타깃팅했다. 오죽하면 팩트 이름에 ‘20대’를 넣어 암묵적으로 20대 피부처럼 보이게 만드는 팩트라고 했을 정도다.  

팩트가 대박을 터트리고 시간이 흐르면서 대표모델인 여배우의 딸도 성인이 됐는데, 이들은 모녀라기보다는 조금 과장하면 나이 차이 조금 많이 나는 자매처럼 보였다. 여성들이 아름다움에 대한 동경과 깨끗하고 자연스러운 피부에 대한 욕망은 나이에 상관없이 똑같았고, 본격적으로 ‘모녀팩트’를 앞세워 모녀가 함께 쓰는 팩트임을 강조했다.  

여기에 홈쇼핑 상품의 특성상 가격이 저렴한 대신 대용량으로 많은 수량을 판매해야 하는데, 모녀팩트라는 콘셉트는 혼자 쓰기에 부담스러운 가격과 양을 가정 내 2명이 쓰도록 함으로써 구매 장벽을 확연히 낮추는 효과도 있었다. 

결국 모녀팩트는 어머니가 사서 딸과 함께 쓰거나, 딸이 사서 어머니랑 나눠 쓰도록 유도하면서 어머니와 딸, 바꿔 말하면 4050 여성과 2030 여성을 동시에 타깃팅했다.  

유사한 사례가 또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디즈니 영화들이다. 디즈니는 여러 가지 형태로 복수의 타깃팅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는데, 이 중에서 동화를 기반으로 한 디즈니 영화에 대해 살펴보겠다(디즈니의 복수 타깃팅의 수많은 사례는 다음에 기회가 되면 자세히 이야기하도록 하겠다).  

<디즈니 알라딘 애니메이션과 실사영화의 지니> 


‘디즈니’ 엄마 아빠 아이가 모두 즐긴다

디즈니는 동화를 기반으로 하여 가족 고객을 대상으로 애니메이션과 실사영화 모두 열심히 만들어 내놓고 있다. 최근 몇 년 만해도 겨울왕국 시리즈, 신데렐라, 정글북, 미녀와 야수, 알라딘, 라이온킹 등 매해 꾸준히 쏟아져 나왔다.  

이 중에서 실사영화로 나와 흥행을 한 미녀와 야수, 알라딘, 라이온킹 등의 공통점이 있다. 그것은 90년대 디즈니 제2의 애니메이션 황금기를 수놓은 작품들이라는 점이다.  

80년대 말 인어공주를 필두로 디즈니 극장용 애니메이션들이 매해 평균 1편씩 나와서 엄청난 흥행을 기록해 나갔는데, 바로 그 시절 만화로 나왔던 작품들이 2010년대부터 실사영화로 만들어져 나오고 있다.  

새롭게 나온 실사화된 디즈니 영화들은 80년대 말, 90년대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보고 자라난 현재 중장년 세대에게는 추억을 불러일으키고, 현재 유아동과 청소년 및 20대에게는 새로운 영화로 다가간다.  

특히 중장년의 경우 대부분 결혼하고 아이가 있는 나이인데 동화 기반 디즈니 영화는 아이를 위한 영화이기도 하다. 즉 동일한 영화지만, 중장년과 그들의 아이들 모두를 만족시켜줄 수 있다는 의미다. 복수의 타깃팅으로 다가가니 당연히 흥행 확률도 높고 더 많은 돈을 끌어모은다. 


복수의 타깃팅을 잘 활용하면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다

여러 상황과 선결 조건들이 필요하기는 하지만 타깃팅을 여러 개로 동시에 진행하면 하나일 때보다 매출과 수익 면에서 훨씬 우월한 경우가 많다. 

일반적인 접근법은 아니지만, 트렌드가 돌고 돌면서 여러 고객층 사이에 겹쳐서 위치하게 되거나, 각기 다른 만족감이나 동일한 욕구를 하나의 상품과 서비스로 여러 시장과 고객군에 제공할 수 있는 경우 복수의 타깃팅을 적용해볼 만하다.  

마케팅에서의 타깃팅도 역시나 가끔은 삐딱하게 접근해보는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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