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강재상 Alex Jan 08. 2017

역사상 가장 돈을 많이 들인, 삐뚫어진 로맨스 영화

(노 스포일러) 영화 패신저스, 제니퍼 로렌스, 크리스 프랫, 영화리뷰

패신저스, 역사상 가장 돈을 많이 들인 그리고 삐뚫어진 로맨스 영화가 될 듯  (평점 6/10)


패신저스는 예고편이 공개가 되었을 때부터 도대체 무슨 영화인지 감이 안잡혔다. 지구를 떠나 90년 동안 새로운 행성으로 가는 수천명의 사람들 중에서 어떤 이유로 먼저 동면에서 깨어난 두 남녀의 이야기라고 하는데 런닝타임 동안 무슨 말을 하려는 거지? 생존재난영화? 깨어난 이유를 찾는 미스테리스릴러? 설마 단순한 로맨스 영화? 결과적으로 '설마'했던 것이었다.



크리스 프랫과 제니퍼 로렌스는 최근 내가 가장 좋아하는 배우들 리스트에 있다. 이 둘이 나온다는 것만으로도 그리고 개인적으로 SF영화를 엄청나게 좋아하기 때문에 무조건 필견인 영화였다. 우주여행 동안, 즉 런닝타임 동안 영화 패신저스는 정말로 거의 둘만 나온다! 중간에 한명이 더 깨고, 인간처럼 보이는 로봇도 나오기는 하지만, 영화는 오롯하게 이 둘이 끌고 나간다. 정체가 뭔지 궁금했던 영화 패신저스는 정말로 '우주 로맨스 영화'로 또렷하게 방점을 찍는다. 우주선에 위기도 오고 무슨 일인지 궁금하게 만드는 사건들도 등장하지만, 그 모든 것은 둘의 사랑을 위한 재료에 불과하다. 오히려 사랑이 싹 트고 발전하고 위기가 오고... 그래서 그들의 사랑이 어떻게 되는지만이 영화가 이야기하는 모든 것이다. 등장인물도 적고 이 둘에만 촛점이 맞춰져 있어서 로맨스 소품 영화 혹은 연극에 가깝다. 하지만 배경을 거대한 우주선과 우주로 옮겨놓았다. 미래 우주선은 거대하고 화려한 크루즈의 미래버전이며, 바다 대신 우주를 항해하고 있다. 그래서 볼거리는 정말 화려하고 쿨하고 아주 새롭지는 않지만 시선을 내내 사로잡는다. 솔직히 스토리라인 다 거둬내고 그것들만 보고 있어도 돈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는다. 하지만 앞서 이야기했듯이 작은 소품 같은 둘만의 로맨스가 스토리라인이다 보니 이 어마어마한 볼거리들은 그들의 사랑을 포장하는 역할에 머무른다. 왜 이들이 깨어났는지에 대한 해답은 미스테리가 아니라 운명으로 포장되어 있어서 끝까지 혹시나 했던 스릴러는 전혀 없다. 둘 다 외모와 연기도 되고 캐미가 폭발한 정도는 아니지만 꽤 잘 어울리는 편이어서 이들의 사랑 이야기도 지루하지 않고 볼거리도 충분하니 영화 패신저스는 런닝타임용의 색다른 배경의 로맨스 영화로는 평균은 한다. 솔직히 재미있게 보기는 했다. 그런데 굳이 이 작은 스토리를 우주까지 끌어와서 초거대 자본을 투입할 필요가 있었을까 싶다. 작은 이야기가 너무 큰 배경을 속에서 이루어지고, 그 배경이 특별한 의미를 지니지 못하니 어린 아이가 커다란 어른 옷을 입고 있는 듯 어색하게 느껴진다. 확실한 것은 영화 패신저스는 역사상 가장 돈을 많이 들인 로맨스 영화가 될 듯 싶다는 점이다.



영화 패신저스는 결국 인간의 외로움과 절대적 사랑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그 설정이 너무 불편하다. 스포일러라 말할 수는 없지만, 호감이 있고 좋아하고 사랑하기 때문에 한 순수한 행동이라고 해서 용서가 될까? 외롭기 때문에 그렇게 했다고 강조하지만 자신을 만족시키기 위해 한 사람의 인생을 완전히 망가뜨리고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줬음에도 사랑하기 때문에 괜찮다고 말하는 영화 패신져스의 메세지가 솔직히 정말 불편하다. 의도하지 않았어도 결과가 그렇다면 용서할 수 없는 것인데, 더구나 의도해서 그렇게 한 것인데 말이다. 아무리 사랑이 절대적이라해도 그런 사고 방식이면,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행해지는 이기적인 행동과 폭력이 모두 괜찮다는 것이라고 말인가? 영화 패신저스가 아무리 아름답게 화려하게 포장을 한다해도 그것은 지극히 위험한 발상이 아닐까 싶다. 똑같이 운명적인 사랑 혹은 인간관계와 인연을 이야기한 '너의 이름은.'과 비교될 수 밖에 없는 지점이다.



*개인적으로는 작년에 겪은 일이 보는내내 겹쳤다. 사랑 이야기는 아니지만. 좋아한다는 감정은 순수하고 변하지 않는다며 의심하지 말라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그건 전혀 의심하지 않았다. 다만 상대방이 과연 변화할까를 의심했을 뿐이다. 변하지 않는다면 상대방의 감정과 상관 없이 그가 하고 있는 잘못된 생각과 행동들이 분명히 커다란 문제를 만들어 결국에는 관계를 틀어지게 만들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결과적으로는 지속적으로 이야기하고 예언한 그대로 사고가 터지게 되었다. 감정의 순수성은 결과를 책임질 수 없다면, 그저 자기 자신을 변호하기 위한 이기적인 보호막일 뿐이다. 정확하게 영화 패신저스와 보는 내내 겹치더라.


"좋아한다는 감정은 전혀 의심하지 않았다. 

단지 어느 순간부터는 절대로 변하지 않을 거라는 것도 의심하지 않게 되었다."



패신저스 Passengers, 2016 

감독 모튼 틸덤  

출연 제니퍼 로렌스, 크리스 프랫, 마이클 쉰, 로렌스 피쉬번  



매거진의 이전글 레지던트 이블: 파멸의 날, 시리즈의 멋진 마무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