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첫 카메라
너는 언제나 카메라를 가지고 싶어했다.
핸드폰으로도 줄곧 사진을 찍던 너는 제법 괜찮은 사진을 찍을 줄 알던 사람이었다.
F사의 카메라를 항상 검색해 보고 후기들을 찾아보며 너는 그 브랜드의 카메라를 갖고 싶어 했다.
어느 직장에서 상사와 동료의 폭언에 지쳐있던 네가 첫 일탈을 벌인 것은 미러리스 카메라를 구입한 일이었다.
너는 앓는 소리를 내며 힘들게 들던 그동안의 적금을 한순간에 해지 시켜 버렸다.
그 다음 날이 설 연휴의 시작이었다.
너는 곧장 서울로 올라가 하나하나 눈으로 보고 직접 고른 카메라를 손에 드디어 쥐었다.
버킷 리스트 중 하나를 이뤘다며 행복해 하던 너의 모습을 직접 볼 수는 없었지만
핸드폰 건너편 속 상기된 네 목소리가 네 기분을 증명시켜 주었다.
너는 연휴 동안 서울 시내 곳곳을 돌아다니며 카메라 테스트를 했다.
본가에 편안히 있던 내게 너는 서울 구경을 시켜 주었다.
그리고 네 시선이 어디에 향하는 지를 알게 되었다.
너는 내가 아는 사람 중 가장 분위기 있게 사진을 찍을 줄 아는 사람이었다.
네 시선으로 바라보는 도시가 이렇게 다채로울 수 없었다.
그리고 내가 있는 본가로 내려오던 날, 너는 약간 기가 죽어 있었다.
너의 부모님께 죄송한 마음을 안고 있었기에
그러나 너의 부모님도 결국은 부모이셨다.
소중하게 카메라를 안고 있는 네 모습에 결국 지신 것이다.
너는 그제서야 안도하고 마음껏 카메라를 들고 어디든 다니게 되었다.
오직 카메라를 위한 작은 가방도 구입하며 들고 다니는 네 모습은 정말 행복해 보였다.
저게 저렇게 갖고 싶었을까
그 마음을 미리 헤아려 주지 못한 것이 미안했다.
그리고 나는 그 카메라에 감사했다.
그 직장에 들어간 후로 웃음을 잃은 너를 출사 라는 핑계로 밖으로 끌어내올 수 있었기에
너는 사진 찍으러 가자는 말을 가장 좋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