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함에 속아 중요한 문제를 놓칠 수 있어요
UX컨설턴트는 당연해 보이는 것에도 의문을 품고 질문을 던질 수 있어야 해요.
익숙함에 속게 되면 근원적 문제를 파악하지 못하고 정말 중요한 문제를 놓칠 수 있기 때문이에요.
기존의 모바일 요금제의 페이지는 ‘요금제명’이 리스트에서 제일 강조된 정보였어요. 그에 비해 요금제의 데이터 제공량 정보는 아주 작게 쓰여있었죠. 언뜻 생각하면 당연하다고 느낄 수 있어요. 글에서 제목을 제일 강조하듯 요금제도 요금제명을 제일 강조했던 거죠.
하지만 사용자가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요금제명이 아닌 ‘데이터 제공량’과 ‘가격’이에요. 주변 사람에게 ‘어떤 요금제 쓰세요?’라고 물어본다면 대부분 ‘15GB 요금제 써요’, ‘3만 원대 요금제 써요’ 이렇게 대답할 거예요. 요금제를 찾을 때도 마찬가지예요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 ‘5만 원대 요금제’를 찾고 싶어 하지 ‘5GX 프라임 요금제’를 먼저 찾는 사용자는 없어요.
그래서 요금제 리스트에서 데이터 제공량과 가격 정보를 제일 강조하여 UI를 구성했어요.
UX컨설턴트로 일하면서 당연하다고 느끼고 넘어갈 뻔한 UI가 많았어요. 하지만 ‘정말 이게 맞을까?’라는 질문을 던졌을 때, 새로운 방식의 UI를 만들어낼 수 있었어요. 제가 분석해 본 몇가지 사례를 소개해 드릴까해요.
모바일 요금제를 다른 요금제로 변경하려고 할 때, 바꿀 요금제와 기존의 요금제를 비교해 보고 조건이 마음에 들면 변경하게 되는데요. 이를 돕기 위해 Tworld 앱에서는 서로 다른 두 요금제를 비교해 볼 수 있는 ‘요금제 비교하기’ 기능이 있었어요.
기존 Tworld 앱의 비교하기 기능은 두 요금제 간 혜택을 데이터, 음성, 문자, 추가 혜택 순으로 하나씩 나열하여 비교해 주고 있었어요. 요금제 혜택을 하나씩 자세하게 비교해 보고 싶은 사용자라면 이 방식에 불편함을 느끼진 않았을 거예요. 하지만 해당 방식은 데이터부터 추가 혜택까지 모든 정보를 하나씩 확인하며 달라지는 혜택을 따져봐야 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용자에게 불편한 방식이라고 느꼈어요. 마치 두 개의 그림을 놓고 “틀린 그림을 찾아보세요”라고 말하는 것과 같은 거죠.
누군가는 이렇게 생각할 수 있어요. 요금제를 비교하는데 당연히 데이터, 음성, 문자 순으로 비교해 줘야 하는 거 아닌가요? 어쩌면 당연하다고 느낄 수 있는 방식이지만, 더 나은 방식으로 바꿀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먼저, 비교하기 페이지에서 사용자가 가장 알고 싶어 하는 정보가 무엇일지 고민했어요. 가장 먼저 떠오르는 정보는 ‘데이터’였어요. 데이터는 요금제에서 가장 중요한 정보는 맞아요. 그러나 기존 요금제와 변경하려는 요금제의 데이터 제공량이 같다면, 데이터에 대한 정보 비교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어요. 문자 제공량이 다르다면 문자 제공량을 먼저 비교해 보고 싶을 거고, 추가 혜택이 달라진다면 추가 혜택을 비교해 보고 싶을 거예요. 그때 깨달았어요. 사용자에게 중요한 정보는 데이터가 아닌 ‘달라지는 혜택이 어떻게 되는 지구나’라고요.
그래서 비교하기 페이지의 정보 제공 방식을 바꾸기로 했어요. 추가되는 혜택, 더 많아지는 혜택, 유지되는 혜택. 이렇게 달라지는 항목의 속성별로 요금제를 비교해 주도록 했어요. 두 개의 그림을 놓고 “틀린 그림을 찾아보세요”라고 말하는 것이 아닌, 틀린 그림 찾기의 정답만 골라 알려주는 거죠.
만약 낮은 가격의 요금제와 비교한다면 줄어드는 혜택, 사라지는 혜택, 유지되는 혜택 순으로 비교해 줌으로써, 요금제 변경 시 달라지는 혜택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했어요.
문자 앱을 열어보면, 무수히 많은 ‘안 읽은 문자’가 쌓여있지 않나요? 그중에선 택배 문자도 있을 것이고, 카드 결제 문자부터 광고 문자까지 다양한 문자가 있을 거예요. 하지만 사람과 대화를 나눈 문자는 거의 없죠. 이렇듯 현재의 문자 앱은 대화를 나누는 메신저 역할보다는, 알림 문자를 수신하는 역할로 바뀌었어요. 하지만 UI는 여전히 메신저의 형태를 띠고 있으며, 많은 사람이 수많은 알림 문자를 읽지 않고 쌓아두고 있죠. 마치 메일함처럼요.
물론, 이미 익숙한 메신저 형태의 UI 자체를 바꿀 순 없었지만, 달라진 문자 앱의 역할에 맞는 새로운 형태의 UI를 옵션으로 제공하여 편의성을 높이고 싶었어요.
현재 문자 앱의 가장 큰 문제점은 ‘중요한 문자를 다시 찾기 어렵다’였어요. 저장되지 않은 번호에서 온 문자들이 단지 최신 순으로만 나열되어 있기 때문이죠. 대화를 나눈 문자의 경우 마지막으로 대화를 나눈 문자, 혹은 최근에 대화를 나눈 문자가 가장 중요한 메시지예요. 대화라는 것은 이전의 맥락으로부터 연속적으로 이어지는 특성이 있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최신 순의 나열이 의미가 있었죠. 하지만 알림 성격의 문자는 달라요.
가장 자주 받는 문자는 인증 문자나 배달 안내 문자겠지만, 인증이나 배달 문자는 한번 확인하면 다시 찾을 필요가 없죠. 단순히 받는 문자량이 많은 문자는 중요한 문자가 아니에요. 알림 문자는 그 특성상, 받고 난 다음 언젠가 다시 찾을 필요가 있는 문자가 중요한 문자예요. 아마 병원이나 업체에서 온 일정 예약 문자가 그런 의미에서 가장 중요한 문자일 거예요. 예약 내역은 잊으면 안되니까요. 그다음으로 중요한 문자를 떠올려보면 아마 택배 배송 문자와 카드 사용 내역 문자일 거예요. 택배 배송이나 카드 결제에 문제가 생겼을 때 다시 찾아봐야 하기 때문이죠. 그 외에 받는 빈도가 많지는 않지만 기프티콘 받은 문자나, 내가 좋아하는 브랜드로부터 받은 프로모션이나 쿠폰 문자도 일부 다시 찾아보는 일이 있을 거라고 봤어요.
그래서 일정, 택배, 카드, 기프티콘, 프로모션, 쿠폰 이 6가지 항목의 문자에 대해 수신함을 구분해서 문자를 확인할 수 있게 했어요. 전체 문자함에서 택배 문자를 찾는 게 아니라, 택배 문자함에서 택배 문자를 찾을 수 있다면, 문자를 더 쉽게 찾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어요.
그런데, 그냥 문자를 분류만 잘해주면 끝일까요? 분류를 잘해줘도 내용을 확인하려면 문자를 하나씩 열어보면서 확인해야 했고, 이를 도와줄 수는 없을지 고민했어요. 그래서 요약 기능을 넣었어요. 굳이 문자 내역을 하나씩 들어가 보지 않아도 한눈에 요약해서 보여준다면 훨씬 편리할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일정 예약 문자가 있다면 최근 일정 순으로 일정에 대한 내용을 요약해서 보여주고, 오늘 도착하거나 배송 중인 택배가 있다면 운송장 번호를 크롤링하여 택배 현황을 요약해서 보여주고, 내가 문자로 받은 기프티콘은 모아서 한눈에 보여주는 방식으로 말이죠. 이렇게 문자를 유형에 맞게 분류하고 요약해 줌으로써 중요한 문자와 그 내용을 놓치지 않고 찾아볼 수 있도록 UI를 새롭게 구성했어요.
보험 앱에서 다이렉트 보험을 판매하는 페이지를 들어가 보면, 각 보험 상품별로 보험료를 계산해 봐야지만 보험료를 알 수 있었어요. 왜 꼭 그렇게 하나씩 눌러서 계산해 봐야지만 보험료를 알 수 있을까요? 커머스처럼 상품을 눌러보지 않아도 상품 가격을 리스트에서 확인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이 고민을 시작한 건, 보험 상품별로 보험료를 계산해 보고 다이렉트 보험료가 생각보다 비싸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 이후부터에요. 어떤 다이렉트 보험은 1년에 몇 백 원만 내면 대장내시경 검사에서 용종이 발견되었을 때 5만 원을 지급해 주는 말 그대로 가성비 상품이었어요. 사용자가 보험료를 계산만 해보면 ‘어? 이 가격에 이런 보장을 받을 수 있어?’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는데, 결국 계산을 해봐야 하니 다이렉트 보험의 핵심인 ‘가성비 있는 보험’을 사용자는 체감할 수 없던 것이었죠. 그래서 이를 해결하고 싶었어요.
물론 보험은 성별과 나이, 보장기간과 범위를 선택해야만 정확한 보험료를 알 수 있다는 특수성이 있어요. 그 특수성 때문에 다이렉트 보험 페이지는 항상 가격을 알려주지 않는 방식이 당연한 것처럼 여겨졌죠. 하지만 그중에서 성별과 나이만 알아도 대략적인 보험료는 충분히 알려줄 수 있다고 봤어요. 그리고 어차피 내가 가입할 건데 ‘나의 성별과 나이를 기준으로 일괄 계산하여 알려주면 안될까?’ 싶었죠. 물론 보장기간과 범위에 따라 가격이 다르겠지만, 보장기간에 따라 가격이 다를 경우 특정 기간을 디폴트 값으로 설정하여 가격을 알려주면 해결되었어요. (e.g. 5년 보장 시 월 10,000원) 또한 보장 범위에 따라 가격이 달라지는 경우 보험료를 범위값(e.g. 월 10,000원부터~)으로 알려주면 해결 가능했어요. 만약 내가 아닌 가족 등의 타인의 보험료를 알고 싶다면, 그때 보험 상세 페이지에 들어가서 다른 사람의 보험료를 계산해 볼 수 있게 하면 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로그인 고객에는 나의 성별과 나이를 기준으로 보험료를 미리 확인할 수 있도록 했어요. 비로그인 고객에게는 보험료 일괄 계산 기능을 통해 직접 성별과 나이를 입력하면 리스트 상에 있는 다이렉트 보험의 보험료를 일괄 계산하여 확인할 수 있게 했어요.
이렇게 다이렉트 보험의 보험료를 미리 알려줘서, 생각보다 보험료가 비싸지 않다는 것을 인지하고 상품에 관심을 가질 수 있게 했어요. 또한 리스트 상에서 보험 가격 확인이 가능하게 하니 다이렉트 보험 가입에 필요한 정보를 훨씬 쉽게 알 수 있게 되었죠.
세상에 당연한 것은 없어요. 지금 존재하는 당연하고 익숙하다고 생각하는 UI도 다시 한번 생각해 보면 놓치고 있는 문제가 있을지도 몰라요. 지금도 알릭의 컨설턴트들은 주어진 문제를 단순히 보이는 것의 해결에만 그치지 않고, 숨겨져 있는 진짜 문제를 파악하고 개선해 내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지금 여러분에게 당연하다고 느껴지는 것은 무엇인가요? 어쩌면 이 기회에 그런 것들을 다시 한번 되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