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차는 탄소배출, 기업은 현금배출?
자동차의 매연과 같은 오염물질이 환경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환경 보호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고 더 이상의 환경 파괴를 막고자 각 국가 및 기업에서는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먼저 기아에서는 전기차로 개인택시를 운영하는 사업자에게 혜택을 제공하는 기아 EV멤버스 택시를 출시하였고, 신한카드는 티머니와 협업하여 대중교통 이용 시 혜택을 제공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덴마크는 전 국가적으로 자전거 친화적인 정책을 펼치며 탄소배출 저감을 위해 노력하고 있죠.
앞서 말한 세 사례는 모두 내연기관 자동차의 사용을 억제하고 이를 친환경 교통수단 및 에너지로 환원시켜 환경 파괴를 막고자 하는 '탄소배출'과 관련이 매우 깊습니다. 최근 유럽으로부터 출발한 탄소중립 선언과 탄소배출권 비즈니스 육성에 대한 기업의 움직임도 활발하여 탄소배출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 역시 더욱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번 기사에서는 누군가에겐 수익모델이 되기도 하지만, 누군가에겐 예상치 못한 지출이 되어버리는 모빌리티 분야의 탄소배출권에 대해 자세히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탄소배출권은 1997년 유엔 기후변화 당사국 총회에서 발의된 ‘교토의정서’에서 처음 제안되었습니다. 온실가스 배출 사업장을 대상으로 연단위 배출권을 할당하여 허용 범위 내에서의 배출만을 허용하고, 사업장의 실질적 온실가스 배출량을 평가하여 여분 또는 부족분의 배출권에 대하여는 사업장 간 거래를 허용하는 제도입니다. (한국환경공단 발췌)
우리나라는 2015년 1월 1일부터 ‘온실가스 배출권 할당 및 거래에 관한 법률’로서 시행하고 있어요. 현재 탄소 배출권은 미국, 유럽연합(EU), 한국 등을 포함한 64개국에서 시행하고 있는데, 이 국가들의 탄소 배출량은 세계 온실가스(GHG) 배출량의 약 21.5%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국제 탄소배출권 제도의 출범 이후 매우 구체적인 내용에 대한 합의는 이루어지지 못했지만, 탄소배출권의 거래 자체는 가능해졌습니다. 2021년 10월 개최된 26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에서 국가별 탄소배출 감축 실적을 관리하기 위한 ‘등록부’의 개설이 결정되어 각 국가에서 시장원리에 따라 탄소배출권을 거래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이전에는 EU나 중국 등의 국가에서 탄소배출권 시장을 자체적으로 운영해왔고 일부 기업들도 사회적 압박을 의식해 자발적으로 참여했습니다. 공식적인 감시 주체가 없고 기준도 제각각이라는 비판이 일기도 했었죠. 하지만 이제는 범지구적인 탄소배출 시장이 형성됨으로써 관련 시장에 더욱 높은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탄소배출권 가격은 고정이 아니라 탄소배출권 수요에 따라 등락을 반복합니다. 수요를 결정짓는 대표적인 지표가 경제성장률인데요. 경기가 나빠지면 전력 생산, 물류 이동 등 에너지 소비가 줄어들게 되어 탄소 배출량이 감소하는 효과를 만들게 됩니다. 탄소배출권의 수요 자체가 크게 감소함에 따라 탄소배출권 가격도 낮아지게 되죠. 반대로 경기가 좋아져 에너지 소비가 늘어나면 탄소배출량이 많아져 탄소배출권의 가격 또한 높아지게 됩니다.
특정 기업의 탄소배출량이 자신에게 배정된 한도를 넘으면 과징금을 물어야 하므로 탄소배출권을 오히려 구매하여 더욱 적은 가격으로 탄소를 배출할 수 있습니다. 탄소배출을 저감하여 탄소배출권을 보유한 기업은 이를 판매하여 이익을 얻을 수 있는데요. 이처럼 탄소배출권을 직접 거래하고 판매하여 기업의 수익으로 직접 연결한 사례가 여럿 있다고 합니다.
어떤 기업이 발 빠른 움직임을 선보였을까요?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전기차 기업 테슬라가 탄소배출권 분야에서도 선두 주자였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중국은 자국에서 판매하는 자동차 제조업체 및 수입 업체에 대해 신에너지 자동차 판매량이 전체 판매량의 12%를 차지하도록 하는 ‘탄소 크레딧’ 제도를 도입했는데요. 2020년부터는 12%를 초과 달성할 경우 크레딧 포인트를 주고 이를 판매하여 수익을 낼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테슬라는 2021년 중국에서만 탄소배출권으로 약 4,600억 원을 벌어들였다고 합니다.
미국 시장에서도 테슬라는 적극적으로 탄소배출권을 거래했습니다. 캘리포니아를 포함한 미국의 13개 주는 친환경 자동차 생산량에 따른 탄소배출권을 부여하는데요. 이를 테슬라는 다른 완성차 업체에 판매했고 2020년 한 해에만 무려 1조 7,400억 원의 수익을 올리는 엄청난 기록을 세웠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던 테슬라는 전기차뿐만 아니라 탄소배출권에서도 숨은 초강자였다는 걸 다시금 확인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최근 한국에서는 테슬라와 같은 전기차의 인기가 대단합니다. 주문을 해도 일 년 넘게 받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될 정도이니까요. 이렇게 넘치는 인기를 구사하는 전기차의 중심에 테슬라가 있었기 때문에, 당연히 큰 흑자 경영을 기록하고 있었다고 추측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테슬라는 2006년에 전기차 판매를 시작한 이후 2020년이 되어서야 창사 첫 흑자를 기록했다고 해요.
차량 판매 수익이 증가한 것도 흑자에 영향이 있었겠지만, 부수입인 탄소 크레딧과 가상화폐가 없었다면 적자를 면치 못했을 것이라는 의견이 분석가들 사이에서 지배적입니다. 2020년 3분기만 해도 전체 매출액의 5%에 달하는 약 4억 달러를 탄소 크레딧으로부터 벌어들였고, 2020년 3분기 누적으로는 무려 1조 3천억 원을 탄소 크레딧으로부터 벌었는데 이는 2019년 연간 실적의 2배를 차지하는 천문학적인 금액이기도 합니다.
‘탄소배출권'이 없었다면 테슬라의 흑자 전환이 더욱 늦어졌을 수도 있겠네요.
중국 시장에서 테슬라처럼 큰 수익을 낸 기업도 있는 반면, 독일 폭스바겐의 합작 파트너인 FAW-폭스바겐은 2020년에 마이너스 크레딧을 받아 최소 737억 원 이상의 배출권을 구매해야 하는 나쁜 성적표를 받아들이기도 했습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독일 폭스바겐 그룹은 2020년 유럽에서 22만 대가 넘는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차량을 판매하고도 약 3,613억 원에 달하는 벌금을 지불해야 했습니다. 2019년 대비 4.3배 더 많이 친환경 차량을 판매한 수치이기에 더욱 침울한 결과가 아닐 수 없는데요. 순수 전기차 모델의 판매가 부진했고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시장이 침체되었으며, 2020년에 EU의 자동차 CO2 배출 규제가 더욱 강화되었던 것을 주요 원인으로 지목하였습니다.
탄소배출권 측면에서는 '낙제생'이던 폭스바겐은 이에 굴하지 않고 변화를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모범생'으로 가장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데요. 2021년 12월, '플래닝 라운드 70'이라는 새로운 5개년 투자계획을 통해 2025년까지 2년마다 전기차 판매량 비중을 2배로 높이며 (2021년 5~6% → 2023년 11% → 2025년 20%), 2030년에는 폭스바겐 그룹 전체 판매량의 절반을 전기차로 채우겠다는 야심에 찬 목표를 제시했습니다.
현대 자동차 그룹은 친환경 기술에 바탕을 둔 차별화 된 기후변화 대응을 약속하였는데요. 2045년까지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한 행보를 다음과 같이 이어가고 있습니다.
1. 전동화
- 2035년 유럽시장 100% 전동화 전환을 필두로 2040년내 주요시장 신차의 전면 전동화 전환을 순차적으로 진행할 계획입니다.
- 플랫폼 기술, 충전 인프라 구축 투자를 통해 보다 편리한 전동화 시대를 열어갑니다.
- 전기차 배터리에서 역으로 송전하는 기법인 V2G(Vehicle-to-Grid)와 폐배터리 재활용 사업을 통해 국가 전력망 효율을 높이고 사회적 탄소 중립에 기여합니다.
2. 수소 사업 시너지
- 2040년 까지 수소 에너지로의 전환을 달성합니다.
- 재생 에너지에 기반한 그린 수소 생산과 에너지 전환을 통해 수소 산업과 탄소 중립 추친의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 합니다.
3. 사업장 탄소중립
- 2045년, 고효율 생산공정과 친환경 에너지 활용을 통해 친환경자동차는 친환경 공장에서 생산합니다.
4. 부품 공급망 탄소 중립 유도
- 현대자동차 사업장에 그치지 않고, 협력사에게 탄소중립 실천을 유도하여 전 밸류 체인 탄소 중립을 구현합니다.
5. 사회적 탄소 감축 활동
- 탄소배출 감축 활동 외에도 탄소의 흡수와 제거, 자원 재활용 등 활동을 강화할 것입니다.
전 세계 주요 도시에서는 이미 전동킥보드가 단거리 자동차, 대중교통 이용을 대체하여 도시의 탄소배출을 감축하는 데에 일조하고 있습니다. 여러 전동킥보드 업체가 한국에서도 앞다투어 서비스를 이미 시작했죠.
그 중 뉴런모빌리티는 2021년에 탄소배출감축협회(CRI)로부터 탄소중립 서비스 인증을 받은 데 이어, 탄소배출을 줄이는 글로벌 프로젝트에 지속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NoC02 인증을 획득하고 ‘기후서약’에 참여하는 등 환경친화적 행보를 이어왔습니다. 또한 업계 최초로 배터리 교체형 전동킥보드를 도입하였습니다. 그 성과로 2021년 3월에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한 해 동안 약 47만여 건의 자동차 이용을 대체하고 81톤의 탄소 배출 감축 효과를 이루어냈습니다.
빔모빌리티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전동 모빌리티 서비스 운영사 중 유일하게 ‘기후 중립(Climate Neutral)’ 인증을 취득했습니다. 지속적으로 서비스 운영과 관련된 모든 탄소배출을 줄이고, 불가피한 배출량은 상쇄하여 2025년까지 실제 배출량보다 더 많은 이산화탄소를 제거하는 ‘탄소 네거티브(Carbon Neutral)을 실현하고자 노력 중에 있습니다.
환경 파괴를 막아 지구를 보존하기 위해 전 세계 국가들과 여러 기업이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탄소 배출량을 줄이고자 제시된 경제적 유인책인 '탄소배출권'은 기업의 본질적인 목표인 '이윤'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주목할 만한 세상의 변화를 끌어내고 있습니다.
탄소배출권을 포함하여 모빌리티 분야의 탄소배출 저감을 위한 여러 대책과 기술이 더욱 등장한다면, 우리 곁에 있는 환경이 더욱 푸르고 깨끗하게 보존될 것 같습니다. 친환경 모빌리티의 미래에 한 발짝 더 다가가는 미래를 기대해 보면서 기사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