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공연동아리들이 설 곳이 있을까?
※ 다른 플랫폼에 기고한 글을 아카이빙 한다.
※※ 이 기사는 2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부에서는 코로나로 인해 공연동아리들이 겪은 상황을 구체적으로 알아봅니다. 2부에서는 코로나 사태 이후 공연동아리의 미래에 대해 살펴봅니다.
코로나 19가 전파되기 시작한 2월, 많은 대학들이 개강일을 미루고 ‘당분간’ 비대면 강의를 실시하겠다고 공지했다. 그러나 몇 개월 안에 코로나가 종식되리라는 연초의 믿음과 달리 2학기가 시작한 지금도 사람들은 여전히 상황이 나아지기를 기다리고 있다. 오히려 최근에 사회적 거리두기가 2.5단계로 강화되면서, 점진적인 대면 활동을 계획하던 대학가는 다시 올스톱 상태로 돌아간 상태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학가가 겪은 어려움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그렇지만 대학의 본질은 고등교육기관인 만큼 지금까지는 주로 수업권과 관련한 의제들이 주목을 받았다. 비대면으로 강의를 진행할 때의 등록금 이슈, 성적 평가와 관련한 ‘패논패’와 절대평가 이슈 등이 대표적 사례이다.
한편 대학 생활의 문화적 측면은 이러한 이슈들에 밀려 상대적으로 덜 주목받은 편이다. 그러나 ‘대학 생활의 꽃’이라고도 불리는 동아리야말로 수업 못지않게, 오히려 더 대면 모임이 필요한 활동이라고 볼 수 있다. 그중에서도 특히 공연동아리는 관객과 만나는 공연을 기획하고 준비하는 만큼 대면 활동 금지에 따른 타격이 크다. 과연 이들은 코로나 19 이후 어떤 변화를 겪었을까.
공연동아리에도 다양한 장르가 있지만, 전통적인 관점에서 가장 ‘관객’과의 호흡이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극예술 분야 동아리 소속 대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코로나가 쏘아 올린 작은 공, 공연동아리에 폭탄처럼 내려앉다
서면 인터뷰를 수락한 임, 한, 현, 그리고 수는 각각 최소 1년 이상 극예술 분야 공연동아리에 참여했으며, 이번 1학기에도 활동한 이들이다.
대학 극예술(연극, 뮤지컬 등) 동아리들은 대부분 비슷한 활동 포맷을 가지고 있다. 방학 중 연습을 통해 학기 초에 가장 큰 규모의 정기공연을 올린다. 그러고 나서 기본적인 연습 기간을 거쳐 신입 부원을 뽑고, 이 부원들이 참여할 수 있는 보다 작은 규모의 프로젝트/워크숍 공연을 진행한다. 학기마다 이 패턴으로 공연을 기획하고, 그 사이사이 스터디나 소모임을 운영하는 식이다.
코로나로 인해 겪은 1학기의 변화를 물어보았을 때, 이들이 가장 먼저 꼽은 것은 ‘정기공연의 취소’였다. 특히 현과 수가 속한 동아리는 기업투자와 공식 스폰서까지 대동한 60주년 동문 합동 공연을 준비하고 있었지만 이 또한 내년으로 미루어졌다. 1학기 신입생 워크숍과 9월 정기공연도 진행하지 못한 것은 당연하다. 한이 속한 학부 극단은 창단 공연을 미루고 미루다 결국 4월에 취소 결정을 내렸는데, 이후 극단의 행보 자체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임의 동아리도 굵직한 공연들을 취소했다.
“관객을 모으는 것부터 시작해 연습을 하기 위한 인원이 모이는 것조차 불가능에 가까운 상황이었으니까요. 설사 온라인으로 연습을 한다고 하더라도 학교에서 극장을 대관해주지 못하니 공연을 올릴 수가 없는 상황입니다.” 현의 설명은 왜 다른 방식을 제대로 시도하지 못한 채 학생 공연이 줄줄이 취소될 수밖에 없었는지를 잘 보여준다. 물론 공연을 강행한 사례가 있긴 하다. 임이 속한 동아리는 신입 부원 워크숍 공연을 3주 정도 연습하고 무대에 올렸다. 그는 이에 대해 “다행히 부원 분들의 열정과 실력이 출중해 좋은 결과가 나왔지만, 코로나 상황으로 인한 비합리적인 기획이었던 것은 분명합니다”라고 부연설명을 덧붙였다.
투입이 없다면 산출도 없다
그렇다면 대면 모임 금지 외에 동아리 활동에 영향을 끼치는 다른 환경적인 요소는 없을까? 극예술 동아리에 또 중요하게 작용하는 것은 운영 예산이다. 의상, 소품, 무대장치, 연습실, 공연장, 그리고 조명과 음향까지. 하나의 공연이 완성되는 데는 이렇게 수많은 요소들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 동아리들은 매 학기 꽤 큰 비용을 지출한다. 코로나 19 이후 대학들이 동아리 활동을 제한하면서 동아리방, 연습실 등 동아리 공간 사용에 제약이 생겼을 뿐만 아니라 활동 지원금이 지급되지 않기도 했다. 이러한 제약이 공연동아리들에 또 다른 족쇄가 되지 않았을까?
의외로 몇몇 학생들은 금전적인 지원이 큰 걱정거리는 아니었다고 답했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돈이 쓰일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현은 “대면 모임이 무기한 중단된 지금은 그런 지원이 끊긴 것이 당연하며, 끊기지 않았다 하더라도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라고 이야기했다.
“저희 구조 상 돈이 들어가는 것도 공연이고, 돈이 나오는 것도 공연이라, 공연이 어려운 지금은 사실상 자본이 동결된 상태죠.” 임이 소속된 동아리의 경우에는 대부분의 지출을 공연 티켓 판매를 통해 메꾸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지원금 중심이냐, 표 판매 수익금 위주이냐는 점에서는 운영 형태가 다르지만 결국 공연 무산이라는 같은 이유에서 금전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지는 않았다.
한편 이 같은 반응은 기획 단계, 또는 연습 초기 단계에서 공연을 취소했을 경우에만 해당한다. 한이 참여한 극단은 온라인 생중계 공연을 염두에 두고 4월까지도 연습을 최소한의 인원으로 강행하고 있었다. 그 와중에 예산 문제가 큰 고민거리가 되었던 것이다. “학교 시설을 이용할 수 없게 되자 연습실을 대관하는 데 금전적으로 무리가 있었고, 모임을 계속 이어나갈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있었다”라고 한은 말했다.
또 이렇게 온라인으로라도 공연을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던 극단이 결국 포기하게 된 것은 공연장 대관이 불가능해지면서였다. 원래대로라면 대학에서 동아리들을 위해 공연장을 무료로 빌려주었을 텐데, 대학에서 대관 서비스 제공을 취소하기로 하면서 사설 공연장을 대관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물론 이는 대면 활동이 더욱 어려워졌음을 시사하기도 하지만, 이를 차치하고서라도 회비 이외의 수입이 없는 상황에서 가장 큰 지출요소가 되는 공연장 대관을 감당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코로나가 끼친 또 다른 영향이다.
2학기 : The Show must go on?
코로나 19가 지금까지 미친 영향을 확인했다면, 이제는 현재에서 시작해서 미래까지를 살펴볼 차례다. 이들 극예술 동아리들의 2학기 준비 상황은 어떤지 물어보았다.
한은 극단의 2학기 계획에 대해 알지 못한다고 이야기했다. 임원진들이 이 상황에 어떻게 대처할지, 회의 자체를 했는지도 알 수 없었다. 공연이 무산되고 연습실 대관료로 쓰인 회비를 다시 정산한 이후 더는 공지사항이 없었기 때문이다. “상황이 조금 나아졌다가 최근에 거리두기 2.5단계가 되면서 다들 당장 동아리를 신경 쓸 겨를이 없는 것 같기도 해요.”
현과 수가 속한 동아리도 비슷한 상황이다. 비교적 진정된 추세를 보였던 여름방학 동안은 늦게나마 신입생 워크숍을 계획하고 대본/연출 선정까지 진행했지만 최근 거리두기 강화로 다시 멈춤 상태가 되었다. 현은 “올해에는 활동을 재개하기 어려울 것이라 판단하고 계획을 세우고 있지 않다”라고 밝혔다. 만약 상황이 정말 호전된다면, 그때 부원들과 함께 계획을 논의해도 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수는 온라인 소모임을 진행하고 싶다고 이야기했지만 이 역시 확실한 계획은 아니다.
임의 동아리는 좀 더 적극적인 편이다. 신입생 모집 프로그램을 비대면으로 진행하겠다는 것이다. 본래 이틀 정도 기본적 배우 훈련과 스태프 활동을 진행하게 되는데, 이를 온라인으로 실시하려는 계획을 잡고 있다. 최소한의 성실함이나 극회의 방향/성향과 부합하는지 정도는 온라인으로 가늠해볼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그는 그 이후의 계획이 구체적으로 정해졌는지는 알지 못한다고 전했다.
임의 동아리 외에도, 연합동아리 공고가 올라오는 ‘캠퍼스픽’에 두세 개의 극예술 분야 동아리가 모집공고를 올렸다. 코로나 상황에 어떤 대응책을 세웠느냐는 지원자의 질문에 정부의 방역수칙을 지키고, 추후에 유연하게 대응하겠다는 답변이 있었다. 어려움이 있어도 일단은 활동을 재개하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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