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세데스-벤츠와 프라다가 선보이는 럭셔리의 미래
*본 글은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Mercedes-Benz Korea) CSI Newsletter에 게재한 기고문입니다.
럭셔리의 정의가 바뀌고 있습니다. 2021년 4월 럭셔리 그룹 LVMH(Louis Vuitton Moet Hennessy)는 자연과 창의성에 중점을 둔 LIFE 360 전략을 통해 ‘새로운 럭셔리(New Luxury)’ 비전을 발표했습니다. 세계적인 럭셔리 그룹이 럭셔리의 비전을 ‘자연’에 두는 모습은 이례적입니다. 이는 역사와 전통, 품질, 장인 정신, 상징성, 희소성 등으로 대표됐던 기존의 럭셔리와는 분명 결이 다른 가치입니다.
지속가능성이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의 새로운 주제가 된 배경은 무엇일까요? 직접적인 요인은 강화된 글로벌 환경규제와 높아진 환경 의식에 있습니다. 기후변화 등 범지구적 환경 문제에 대한 인식이 높아짐에 따라, 환경을 고려한 소비가 글로벌 트렌드로 부상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글로벌 명품 시장의 핵심 소비층인 MZ 세대에서 특히 돋보입니다. 글로벌 정보 분석 기업 닐슨에 의하면 MZ 세대의 73%가 환경오염을 유발하는 SPA 브랜드 대신 환경 친화적인 브랜드에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이는 지속가능성이 럭셔리 브랜드에 있어 중요한 가치가 되었음을 시사합니다.
팬데믹의 위기 속에서 지속가능성에 대한 공감대는 세대와 문화를 초월해 폭넓게 형성되었습니다. 이러한 현상의 기저에는 더 나은 삶을 누리고 싶어 하는 인간보편의 욕망이 있습니다. 지속가능성이 가치 있는 삶의 새로운 기준이 되는 오늘날, 모두에게 선망받는 라이프스타일을 제시하는 럭셔리의 정의 또한 변하고 있습니다.
패션 산업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치명적입니다.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약 10%가 의류 생산 공정에서 발생되며, 재활용이 어려운 의류 폐기물은 매립되거나 소각됩니다. 특히 저렴한 가격에 쉽게 소비되고 쉽게 버려지는 합성섬유 소재 의류는 생분해까지 200년이라는 긴 시간이 소요됩니다. 문제는 기존의 비즈니스 모델로는 생산에서 폐기로 이어지는 환경오염의 악순환을 벗어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패션 산업의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프라다는 환경 지속가능성을 중심에 둔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했습니다. 2019년 프라다가 선보인 '에코닐(ECONYL®)'은 전 세계 바다와 쓰레기 매립지에서 수집한 플라스틱 폐기물을 재활용해 만든 친환경 나일론 소재입니다. 프라다는 2020년 ‘리나일론(Re-Nylon)’ 프로젝트를 통해 의류 생산에 사용되는 모든 나일론을 재생 나일론으로 대체하고, 생산된 제품을 브랜드 핵심 라인으로 판매했습니다. 리나일론 프로젝트는 버려진 자원을 재활용하여 신규 자원 소비를 줄이고, 생산 공정에서 발생했던 탄소 배출량의 90%를 감축하여 지속가능한 패션을 실현했습니다.
섬유 폐기물로 만들어진 재생 나일론이 어떻게 럭셔리 브랜드의 상징이 될 수 있었을까요? 프라다의 지속가능한 패션은 럭셔리의 본질과 다르지 않습니다. 럭셔리의 본질은 시간이 지나도 퇴색되지 않는 영속성입니다. 그동안 많은 럭셔리 브랜드가 예술의 이미지를 차용해 영속적 가치와 특별함을 강조해왔습니다. 프라다의 리나일론 프로젝트는 브랜드를 대표하는 소재인 나일론에 지속가능성을 부여함으로써 새로운 차원의 럭셔리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브랜드가 지속가능성을 실현하는 방식은 다양합니다. 중요한 것은 지속가능성에 대한 인식이 높아진 오늘날 단편적인 행동만으로는 고객에게 진정성을 전하기 어렵다는 사실입니다. 브랜드 차원에서 지속가능성을 수용하고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브랜드 방향성에 대한 전면적인 점검이 우선되어야 합니다. 이는 전략, 비즈니스 모델, 밸류 체인, 공급망, 임직원, 고객 경험 등 브랜드 전반에 걸친 융합과 혁신을 의미합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지속가능성을 럭셔리의 미래로 선언했습니다. 이러한 선언은 시대적 니즈에 따른 전사적 전환을 의미합니다. 과거 메르세데스-벤츠의 삼각별 로고는 땅, 바다, 하늘에서 모빌리티의 선구자(Pioneer)를 지향하는 모빌리티 기업의 야망을 상징했습니다. 내연기관에서 전동화라는 패러다임의 전환을 맞이한 지금, 메르세데스-벤츠의 야망은 땅, 바다, 하늘을 하나로 아우르는 새로운 비전을 향하고 있습니다.
2019년 메르세데스-벤츠는 미래비전인 ‘앰비션 2039(Ambition 2039)’를 발표했습니다. 앰비션 2039는 지속가능성 실현을 위한 전략으로 기술 개발에서 원자재, 생산, 재활용에 이르는 모든 밸류체인에서 탄소 중립 모빌리티 실현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생산 단계에서 재생에너지 활용 비중을 높이고, 풍력 단지 개발에 투자했으며, ‘그린플러스(GREEN+)’라는 테마로 다양한 환경 보호 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2022년 서울시와 업무 협약을 맺고 9300여 그루의 나무를 식재한 '도시 숲 프로젝트’ 역시 그린플러스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진행되었습니다.
모빌리티 선구자로서 공고한 지위를 확보한 메르세데스-벤츠에게 지속가능성의 실천은 이미지 제고 차원의 소극적 활동이 아니라, 기존 산업에서 구축한 영역의 경계를 넘어서는 혁신입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모두가 선망하는 럭셔리한 이동 수단을 넘어 지속가능한 미래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지속가능성은 럭셔리 브랜드에 필수불가결한 가치입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지속가능성의 가치는 점차 높아질 것으로 보입니다. 사회와 환경을 위한 책임으로 여겨졌던 지속가능성은 인류 보편의 가치로 자리 잡았으며, 럭셔리를 정의하던 기존의 가치들과 동등한 지위를 획득했습니다. 프라다와 메르세데스-벤츠의 혁신은 지속가능성이 럭셔리의 새로운 덕목이 되었음을 시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