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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llan Kim Apr 29. 2024

여행사진 에세이 독일 하이델베르크 성으로

하이델베르크 성으로 시간여행 (라이카 M11 사진)

나는 하고 싶은 일이 참 많다. 갖고 싶은 것도 많다. 그래서 일도 많이 하지만, 갖고 싶고 하고 싶은 일을 하느라 지출도 크다. 아마 욕심을 버리고 매일매일 숨만 쉬고 사는 삶에 만족한다면 진작에 은퇴가 가능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런 나는 더 이상 살아 있는 것이 아니다. 

은퇴 후 희망 사항이 있다. 내 희망 사항은 아주 구체적이다. 어느 날 문득 해외 업체에서 나를 초대한다. 그냥 호텔이 아니라 역사가 있는 호텔 혹은 Bed & Breakfast 숙소에 일주일 기간을 booking 을 해 주며 내 강의가 꼭 듣고 싶다고 한다. 그럼 바쁜 일정을짜내어 업체의 초대에 응한다. 업체 담당자에게 First Class ticket 은 부담된다며 거절한다. Business Class 라도 충분하다며 무심한듯 겸손한 듯 말이다. 

공항에 나를 Pickup 나온 사람이 반갑게 인사해 준다. 도착 후 시차를 적응하고 세번째 날부터 약 이틀간 두세 번 강의를 하면서 일정을 소화한다. 그 사이 나를 초대한 사람과 저녁 식사를 하며 이런 저런 담소를 나눈다. 시간은 참 잘도 흘러간다. 강의룸에는 수십명의 사람들이 눈을 반짝이며 내 이야기를 귀울인다. 강의를 하지 않는 남은 시간은 정말 여유 있게 숙소 주변을 산책하며 라이카 한 대만 목에 걸고 사진을 찍는다. 지갑도 놓고, 핸드폰도 놓고, 영상도 찍지 않는다. 그냥 여유를 즐긴다. 

그러다 낯선 동네가 익숙해질 즈음 동네 현지인들만 이용하는 카페에 가서 커피를 한잔한다. 어느덧 동네 사람들과 친해져서 안부를 묻고 대화도 나눈다. 일주일 뒤에 나를 초대한 업체가 아쉬워하며 공항까지 배웅한다. 그리고 다음을 기약한다.

이런 삶이 내가 꿈꾸는 삶이다. 내 이야기의 디테일은 많이 누락되었지만, 실제는 더욱 구체적인 시나리오가 있다. 그리고 대부분 이런 시나리오는 어떤 형태로든 현실이 된다. 시점은 내가 정할 수 없다. 그것만큼은 신의 뜻이다. 




여행 사진 에세이.. 참 진부하다. 요즘은 누구나 여행을 즐긴다. 여행이 그리 특별한 주제가 아니란 뜻이다. 그리고 여행을 떠나면 핸드폰이든 전용 카메라든 사진을 기록한다. 또한, 다수의 사람이 블로그에 글을 남긴다. 거기다가 여행 작가란 타이틀을 가진 사람도 참 많다. 이런 현실 때문인지 여행 사진 에세이 하면 참 진부하게 들린다. 내 글도 또 하나의 노이즈가 될까? 욕심이 난다. 마치 나의 라이카 사진 생활을 보고 라이카 카메라를 꿈꾸고, 꿈을 이루고 행복해하는 사람들이 많이 생겨나고.. 또 이들이 길거리에서 나를 만나 반갑게 인사해 주듯 나의 여행 사진 에세이도 이런 콘텐츠가 되고 싶다. 사람들에게 여행에 대한 꿈과 나와 비슷한 여행 경험에 대한 희망을 주고 싶다.



독일 하이델베르크 성을 보고 문득 내가 좋아하는 판타지 소설, 영화가 떠올랐다. 당장이라도 용이 불길을 뿜으며 날아다녀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다. 


소녀의 외모를 한 마녀가 빗자루를 타고 날아다녀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다. 그러다 그녀가 내 앞에 내려 내가 들고 있는 라이카 카메라에 흥미를 보여도 나는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어 나갈 것 같다. 


하이델베르크는 바로 그런 성이었다.





비록 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성은 여기저기 공사 중이었지만, 나의 상상력은 이미 무한대로 성장했다. 어느덧 내 상상 속에 나는 성의 영주가 되어 영주민을 내려다보며 고민에 잠긴다. 


이런 하이델베이크 여행 이야기를 곧 시작하려고 한다.

이번 글은 일종에 프롤로그 정도라 보면 된다. 


라이카 M11 에 35mm 화각 렌즈 하나 마운트하고 비가 본격 내리기 전까지 찍은 사진들도 이야기를 시작할 예정이다. 2부 이야기는 비가 본격 내리기 시작한 상황에서 소니로 찍은 사진들로 이야기를 할 것이다. 


나는 어떤 이야기를 하게 될까? 사진을 보면 떠오르는 이야기들. 키보드를 두드리며 나 또한 그때그때 떠오르는 여행 이야기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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