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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 brisa Jul 01. 2024

축제의 계절

걸어서 속초속으로

7월이 시작되었다. 지난 한 달을 돌아보면 속초의 6월은 축제의 계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올해 처음 시작된 "2024 설악무산 문화축전", 초의 대표 축제인 "실향민 문화축제", 지역 예술가들을 위한 "2024 속초아트페어", 마지막으로 소소한 즐거움이 있었던 "교동 장미축제"까지 

모두 6월 한 달 동안 이 작은 도시에서 개최된 행사들이다. 교동 장미축제는 정확하게 5/31일 개최되었다. )


일찍이 찾아온 더위와 함께 속초의 매력을 한 껏 더 뽐내기라도 하려는 듯 축제는 거의 일주일 간격으로 열렸고, 나는 매주 아이 손을 잡고 다채로운 행사를 즐기기 위해 축제의 장으로 나섰다.






#. 속초의 대표 축제


속초살이 4년 차. 이제는 현지인이라고 말하는 내가 생각하기에 속초의 대표 축제는 6월에 열리는 '실향문화축제'와 가을에 열리는 '설악문화제' 다. 그만큼 시에서도 공들여 준비하기에 볼거리와 느끼는 점이 참 많은 괜찮은 행사들이다. 


22년 아바이마을에서 개최된 실향민 문화축제

2년 전, 처음 아이와 손을 잡고 다녀왔던 "실향민 문화축제"를 또렷이 기억한다.

이때는 아바이마을 해변을 중심으로 개최되었는데 6월에 뜨겁게 타오르던 해변 위에 태양도 잊지 못하지만, 모래 위에 모형으로 세워진 판자촌에 직접 들어가 보니 더위와 꿉꿉함, 환경의 열악함이 직접 살갗으로 느껴져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피난민에 애환이 갑자기 떠올랐다.


나의 외할머니의 고향은 북한 황해도다. 어렸을 적

할머니 옆에 누워 옛날이야기를 해달라고 조르면 할머니는 황해도 고향집과 6ㆍ25 전쟁이 나서 형제들과 헤어진 이야기를 해주셨다. 매 번 같은 이야기인데도 어느 날은 종종 눈물을 훔치시기도 해 어린 나이임에도 재미없다는 이야기를 차마 못하고, 그저 잠이 든 척 듣고 있다 진짜 잠이든 날도 많았다. 

그래서 전쟁의 아픔이라고는 먼지 겪어보지 않은 세대이지만, 아직 인생에서 고향이 무슨 의미인지 크게 와닿지 않는 나이지만, 어릴 할머니의 목이 메인 목소리를 떠올리실향민의 애환을 조금은 있을 같다. 생각만 해도 사무치는 그 마음 말이다. 


슬픔만 있는 것은 아니다. 축제의 별미는 "이북사투리 경연대회"로, 어린 소녀부터 아저씨, 할머니까지 모두 나와 이북사투리로 만담을 펼치는데 다 알아듣지는 못하지만 억양이나 추임새가 나름의 리듬이 있어 힙합처럼 흥겹다. 단어만 들으면 발음이 거세 보여도 여기에는 고향에 대한 그리움과 동무와 나누던 추억들이 깃들여있겠지? 그래서 나오는 소리와 달리 정겹게 들리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23년 가을에 열린 설악문화축전 거리퍼레이드

"실향민 문화축제"가 슬픔을 위로하고 공감하는 시간이라면 "설악문화제"는 설악산 산신제부터 시작하는 유서 깊은 향토축제이다. 어른부터 아이들까지 속초시민 모두가 참여할 수 있는 행사로 그야말로 흥겨운 축제한마당이 펼쳐진다.


설악문화제의 하이라이트는 거리퍼레이드다.

유ㆍ소년 속초 꿈나무들의 거리행진, 청소년들의 코스튬과 댄스 공연, 지역을 넘어선 공연단의 방문과 세계 각국에서 초대된 문화사절단까지 놀이공원 퍼레이드가 부럽지 않은 시간이다.

TV프로그램「걸어서 세계 속으로」를 보면 세계 소도시의 크고 작은 축제들이 소개된다. 그리고 이 축제에 참여하는 것을 큰 영광으로 여기는 인터뷰가 이어지는데 설악문화제의 거리퍼레이드는 마치 프로그램의 한 장면 같다. 모두가 흥겹고, 자신의 재능과 열정에 자신감 넘치는 모습이다.


내가 살고 있는 속초는 이런 도시다. 70년이 지나도 고향을 잊지 못해 가슴이 저리는 사람들의 마음을 품고, 향토문화를 계승해 축제라는 이름으로 청소년과 어르신들의 세대를 하나로 아우르며 세계 각국의 다양한 문화까지도 반겨준다.





#. 어쩌면 속초는 장미를 닮았네요


장미 


당신에게선 꽃내음이 나네요

잠자는 나를 깨우고 가네요

싱그런 잎사귀 돋아난 가시처럼

어쩌면 당신은 장미를 닮았네요


당신의 모습이 장미꽃 같아

당신을 부를 때

당신을 부를 때

장미라고 할래요 


- 사월과 오월 노래 中 - 





속초의 골목길에는 크고 작은 꽃나무를 보는 즐거움이 있다. 어디선가 향기로운 냄새가 나 고개를 돌려보면 선명한 꽃송이가 활짝 피어 맞이한다. 그래서 속초에 내려온 봄에는 많이도 걸었다. 산책 삼아 걷고, 운동삼아 걷고, 작업실에 가기 위해 차를 타는 대신 걷고 또 걸었다. 꽃을 보고 싶어서, 골목냄새 속에서 도드라지는 꽃향기를 맡고 싶어서 말이다. 특히 장미를 좋아하는 나는 5월을 좋아한다. 골목 곳곳에서 장미향이 퍼지기 때문이다. 노란색, 빨간색 장미가 골목마다 피어 밤에도 가로등처럼 밝게 빛나 늦은 밤에도 신이 난다.


이런 속초에 숨겨진 매력을 뽐내는 축제가 있었으니 바로 "교동 장미축제"다. 

초등학교 앞 짧은 장미터널 아래 포토존 몇 개가 전부인 작은 축제지만, 자연의 섭리에 따라 만개한 장미꽃 아래서 그 풍성한 향을 오롯이 만끽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비록 장미꽃 밖에 없는 행사지만 그 아래서 엄마가 활짝 웃으니 아이도 덩달아 웃는다. 그래서 6월에 열린 많은 축제 속에서도 가장 즐거웠던 하루로 남는다.






이렇게 글을 적고 보니 마치 내가 축제 애호가 같다. 낯선 곳으로의 여행을 좋아할지언정 본디 흥이라고는 없어 대학교 축제가 시작돼도 음악소리가 들리기 전에 일찍 하교하는 사람이 나였는데 말이다. 

다만 엄마가 되고 나니 이 세상 모든 것이 궁금한 아이에게 보다 넓고 많은 세상을 보여주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그래서 산과 바닷가 말고는 갈 곳이 없는 속초에서 이런 크고 작은 축제소식이 들리면 시간을 내서라도 참여하고 있다. 덕분에 속초에 팔색조 매력을 느끼고 있다. 내가 엄마가 되지 않았다면 못 누렸을 경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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