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와 그녀는 함께 살아가는 중입니다

by 그림책미인 앨리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자라 한 둥지를 튼다는 건 쉽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만들어 간다.

자석의 N극과 S극처럼 상대방 이끌림으로 '가정'이라는 걸 이룬다.

그와 그녀 역시 성격이 전혀 다르고 자라온 환경도 전혀 다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군분투하며 살아간다.


사랑으로 태어난 아이들이 때론 그를 닮기고 하고 때론 그녀를 닮기도 한다.

좋은 건 그와 그녀 유전자를 물려받아 그렇다고 아웅다웅, 나쁜 건 그와 그녀 집안을 이야기하며 아웅다웅하며 지낸다.

"도대체 엄마는 왜 아빠와 결혼했어요?"

"아빠는 왜 엄마와 결혼했어요?"

라고 아이들이 물으면 "그냥 끌려서."라고 말하며 배시시 웃는다.

그러곤 또다시 으르렁 거린다. 알 수 없다는 표정으로 그와 그녀를 보는 아이들은 '결혼'에 대해 의문점을 던진다.


하루종일 술 마시는 그가, 하루종일 책상 앞에 앉아 있는 그녀를 미워하면서도 존중하는 그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가정을 유지하려고 노력한다.

"그거 알아? 다른 집에는 결혼사진 벌써 없애 버렸데."

"왜?"

"애초에 버리고 가족사진을 걸어둔다고 하더라고. 우리 집만 결혼사진이 걸려있는 걸 알고 모두 의아한 표정으로 나를 봐."

"그러고 보니 결혼사진보다는 가족사진 걸어두는 집이 많은 거 같아. 우리가 이상한 걸까?"

그와 그녀는 동시에 결혼사진을 바라본다.

어색하면서도 환한 웃음에 둘은 다시 마주하며 웃는다.


직장 부하가 사직서를 제출했다며 울음을 터트린 그를 그녀는 아무것도 알 수 없었다.

회사를 그만두고 싶다는 그에게 그녀는 망설이다 큰 결심 한다.

"죽도록 일하는 그곳이 도저히 힘들다면 그만둬. 괜찮아."

사실 그녀는 '그래도 다녀야 하지 않을까?' 하며 속으로 끙끙 앓는다.

남들처럼 돈을 번다면 그녀가 자신 있게 "그래. 당분간 쉬어. 내가 벌어 올게."라고 자신 있게 말하고 싶었지만 간당간당한 벌이에 그런 말도 하지 못하는 자신이 밉기만 했다.


그녀는 안다. 그가 얼마나 그녀를 사랑하는지를.

헝클어진 머리에 눈곱이 끼여 있어도 뽀뽀해 주는 그를 그녀 또한 사랑하고 있다.

갈수록 목소리가 거칠어지고 과격해지는 행동에 그는 자연스럽게 받아준다. 그녀는 애교가 없다. 낯가지러워서 해 본 적이 없다. 어쩌다 코맹맹이 소리를 내면 그 또한 "왜 이래?" 하며 하지 말라고 한다.

그래도 가끔은 손을 꼭 잡고 걷는다.


주말이 지나고 일상이 시작되는 월요일.

그가 어떤 상황에서 일할지 걱정하며 그녀는 집안 청소를 시작한다.

퇴근하고 오는 그를 위해 그녀는 따뜻한 저녁 한 끼를 준비한다.


평범한 월요일, 이제 2024년도 얼마 남지 않았다.

올 한 해도 잘 마무리하자는 생각으로 그녀와 그녀는 함께 살아가는 중이다.

keyword
이전 19화부정적인 그와 덜 부정적인 그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