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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팬지 May 05. 2024

중1 수학 5번 반복 후 이런 변화가


엄마, 나 수학 93점 받았어!!

최소 3%안에 들껄?

(여긴 학군지다.)


둘째가 이렇게 흥분을 한다고? 수학 점수 때문에?


속으로 좀 놀랐다. 둘째는 공부나 시험 점수에는 전혀 관심이 없는 아이인 줄 알았다. 워낙에 느리고, 욕심이 없는 아이였기 때문이다. 가고 싶은 대학이 어디냐고 물으면, 둘째는 먼저 쉴드부터 치고 보는 스탈이었다.


엄마, 난 서울대, 연세대는 어려울 것 같고

ㅇㅇ대부터 가능할 것 같아.


그런 둘째가, 수학학원 월말 성취도 평가에서 고득점 받았다고 이렇게나 좋아하다니.


93점? 잘한거야?

근데 너 1-1학기 5번 배웠잖아.

잘하는 게 당연한 거 아냐?


스카이 출신 엄마답게 나는 둘째의 흥분을 단숨에, 효과적으로 가라앉혔다.




둘째는 중1-1학기 과정을 학원에서 5번이나 반복했다.

보통 한번에 3개월 걸리니, 총 15개월을 배운 셈이다.


그럴만한 사연이 있었다.


그에 앞서 요즘 수학 학원 시스템을 소개해보면, 지금 학교에서 배우는 내용('현행') 뿐 아니라 '선행'을 나가는 게 보통인데, 대부분 두 학기 선행을 동시에 나간다.


예를 들면 1-1학기 '심화' 과정을 월욜, 수욜에 배우고 1-2학기 '기본' 과정을 금욜에 배우는 식이다.


어떤 학원은 세 단계로 나누기도 한다.


1-1학기 '심화' 과정이 1교시, 1-2학기 '응용' 과정이 2교시, 그리고 2-1학기 '기본' 과정이 3교시다.


이렇게 나가려면 하루 4-5시간씩, 주3회는 수업을 해야한다.


여기에 '현행'까지 병행해야 하니, 요즘 수학학원 하나만 따라가기도 보통 일은 아닌 것이다.




둘째가 중1-1학기 과정을 처음 시작한건 초4 말이었다.


원래부터 수학에 흥미가 없던 둘째는 2개월마다 1학기 진도를 빼는 대형학원에서 초등 수학을 초고속으로 엉겹결에 끝내고 중등 수학으로 넘어와 심연을 헤매게 되었다.


3개월만에 중1-1학기 기본을 마치고 성취도 평가를 보았으나 낙제를 해 1-1 기본을 재수강하게 되었다.


재수강을 마친 둘째는 더 이상 빠른 진도를 따라갈 수 없다며 대형학원을 그만 두겠다고 했고, 수소문 끝에 동네 작은 학원에서 2:1 맞춤지도를 받게 되었다.


작은 학원 선생님은 둘째가 1-1학기를 두 번 배웠다고는 하나, 기초가 전혀 되어있지 않아 다시 처음부터 수강해야 한다고 하셨고, 그렇게 둘째는 1-1 기본을 3번째로 수강하게 되었다.


그러나 이내 2:1 수업을 같이 할 친구가 구해지지 않아 다시 한번 학원을 옮겨야 했고, 세번째 학원에서 다시 1-1학기 응용을 듣게 되었다.


그리고 지금, 학기 중에는 반드시 ‘현행’을 병행한다는 세번째 학원 방침에 따라 중학생이 된 둘째는 1-1학기 심화를 듣고 있다.


학원쌤 말씀이, 이제 블랙라벨 최고난도 문제도 곧잘 푼다고 한다. 1-1학기를 5번 배우고 난 후 둘째는 수학에 자신감을 갖게 된 것이다.




문제는 1-2학기다.


공교롭게도 학원을 전전하는 과정에서 커리큘럼이 안맞아 1-2학기는 기본 1번밖에 못들었다.ㅠㅠ



이번 수학 93점 받은 일이, 둘째 인생에서 터닝포인트가 되길 내심 바라고 있는데, 과연 그렇게 될수 있을지 궁금하다.


나만 해도, 우연한 기회에 잘 받은 성적 하나가 스카이 대학으로 이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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