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서가들의 행복한 고민
예전에는 책을 읽는 사람들에게 고민이란 그저 ‘사서 볼 것인가, 빌려 볼 것인가’ 정도였던 것 같다. 하지만 요즘은 한 가지 고민이 더 늘었다. ‘종이책을 읽을 것인가, 전자책을 읽을 것인가’. 아직까지는 종이책이 대세인 것 같기는 하지만, 전자책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도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나도 예전에는 무조건 종이책만 고집했는데, 전자책의 편리함을 알게 되면서부터는 전자책도 종종 애용하고 있다.
이번 글에서는 내가 느낀 종이책과 전자책의 장단점을 비교해보고자 한다. 비교를 해서 어느 한쪽의 승리를 선언하려는 건 아니다. 그저 양쪽을 다 접하고 보니 종이책과 전자책에 대한 내 감상을 한번 정리해보고 싶었을 뿐이다.
1. 나의 오감을 만족시켜 주는 종이책
종이책이 사랑받는 이유는 뭐니 뭐니 해도 내 손에 착 감기는 손맛 때문이다. 손끝으로 전해오는 빳빳하고 매끄러운 종이의 감촉, 사각사각 책장 넘어가는 소리, 은은한 책 냄새, 예쁜 책 표지, 책을 읽으며 잠시 숨을 돌릴 때 마시는 커피 한 모금, 초콜릿 한 조각. 종이책은 우리의 오감을 만족시켜주는 데 전혀 모자람이 없다.
2. 내가 즐기는 작은 허세
약속 장소나 모임에 나갈 때, 회사나 학교에 갈 때 손에 책이 한 권 들려 있으면 괜히 어깨가 으쓱해진다. 가방을 무심히 열었는데 그 안에 책이 들어 있는 걸 우연히 보게 되면 그 사람은 뭔가 있어 보인다. (단, 너무 가방 깊숙이 들어 있어서 책이 안 보이면 실패) 더군다나 그 책이 외국어로 된 원서거나, 시집이거나 철학서적이면 사람이 달라 보이기도 한다. 오, 시집 읽는 사람이었어?
3. 예쁜 책갈피를 쓸 수 있다
예쁘면서도 독특한 책갈피는 책 읽는 맛을 더 높여주고, 자꾸만 책을 들여다보고 싶게 만든다. 전자책은 이런 책갈피를 쓰는 맛이 없다. 그나저나 예전에는 멋진 책갈피가 꽤 있었는데, 지금은 어디로 갔는지 하나도 남아 있지 않다. 요새는 책 읽을 때 그냥 집에 굴러다니는 종이를 끼워 놓고 읽고 있다. 예쁜 그림과 재미난 문구를 넣은 책갈피가 있으면 참 좋을 것 같은데, 마음에 드는 책갈피 구하는 게 그리 쉽지는 않다.
4. 한참 책을 읽다가 앞부분을 넘겨볼 때 편하다
책을 읽다 보면 다시 앞으로 돌아가서 어느 부분을 확인하고 싶을 때가 있다. 앞에서 읽었던 내용이 기억나지 않을 때도 있고, 내용이나 등장인물이 헷갈려서 다시 찾아볼 때도 있다. 이럴 때 종이책은 대충 ‘한 이 정도쯤에 그게 나왔는데.’ 싶은 곳을 펼쳐보면 어김없이 그 언저리를 펼칠 수 있다. 그런데 전자책은 그게 어렵다. 더군다나 앞이랑 뒤를 번갈아가며 비교할 때, 예를 들어 53페이지와 121페이지 내용을 비교해서 읽을 때는 종이책이 훨씬 편하다. 그 페이지에 손을 끼워 놓고 책장을 이리저리 넘기며 보면 되니까 말이다.
5. 저자의 사인을 받을 수 있다
혹여 저자를 만날 일이 있으면 책에 사인을 받을 수 있다. 세상에 한 권뿐인 나만의 특별한 책이 완성되는 것이다. 또한 저자 사인을 받았다고 동네방네 자랑할 수도 있다. 움홧홧홧~!!
6. 친구에게 빌려줄 수 있다
내가 감명 깊게 읽은 책을 친구에게도 빌려줄 수 있다. 단, 언제 다시 돌려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또한 돌려받았을 때 책장이 많이 구겨져 있거나 눈에 띄게 지저분해져 있을 수도 있다.
7. 자녀에게 물려줄 수 있다
책을 잘 보관했다가 자녀에게도 물려줄 수 있다. 엄마, 아빠가 젊었을 때 읽었던 책을 자녀가 읽는 기분은 어떨까. 상상만 해도 뭉클하다. 이런 감정적인 부분 외에도 추가 이득이 생길 수도 있다. 혹여 그 책이 유명 작가의 초판본이라면 훗날 소장가치가 어마어마해질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재테크가 아닌 신개념 책테크?
8. 중고책을 읽는 재미
내가 다 읽은 책, 필요 없는 책을 중고로 팔거나, 다른 이가 봤던 중고서적을 저렴하게 구입해서 가계 경제에 보탬이 될 수 있다. 더 이상 출간되지 않는 절판본이나 희귀본을 발견하는 기쁨, 이전에 읽었던 사람의 흔적을 책 곳곳에서 발견하는 재미는 덤이다.
9. 서점에 가는 재미
꼭 책을 사지 않더라도, 서점을 둘러보는 건 기분 좋은 일이다. 서가에 꽂혀 있는 책을 보다가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의외의 책을 발견하면 마치 보물을 찾은 기분이다.
10. 꿈에 그리던 공간 - 책이 잔뜩 꽂혀있는 서가
아마 애서가들이라면 모두 한 번쯤은 이런 꿈을 가졌을 것이다. 드넓은 서가에 책이 바닥부터 천장까지 책꽂이에 꽉 들어차 있는 모습. 디즈니 만화영화 <미녀와 야수>에 나오는 그런 멋진 서재는 보기만 해도 뿌듯하고 경외감마저 느껴진다. 야수가 벨의 눈을 가리고 서재로 데리고 갔는데, 벨이 눈을 떠보니 책꽂이에 책이 가득 꽂힌 아름다운 서재가 아니라, 야수가 조그만 USB를 내밀면서 “이 안에 전자책 3천 권 들어 있어.”라고 했다면 어땠을까?
11. 다른 용도로 사용할 수 있다
당연히 책은 소중히 아끼고 애지중지해야 하지만, 가끔은 ‘지식의 보고’가 아닌 다른 용도로 쓰기도 한다. 책의 두께와 크기에 따라 그 용도가 달라지는데, 만일 아주 얇고 가벼운 책이라면 한 여름 햇빛을 가리거나 부채로 쓸 수 있다. 영 진도가 나가지 않는 전공책은 라면을 먹을 때 냄비받침으로 쓰기도 하고, 책상에 엎드려 잘 때 베개로 쓰기도 한다. (고등학교 때 쉬는 시간에 쓰던 내 베개는 ‘엣센스 영한사전’이었다) 엄청 두꺼운 책이라면 아령 대신 들고 운동할 수도 있고, 모델처럼 걷는 법을 익히고 싶다면 머리 위에 책을 얹고 사뿐사뿐 걸어도 좋다.
1. 우리 강산 푸르게 푸르게… 할 수 있을까?
일단 종이를 만들려면 나무를 베어야 한다. 책을 만들고 보관하려면 넓은 부지의 공장, 인쇄소, 창고가 필요하다. 책을 전국의 서점으로, 각 가정으로 배송하려면 매연을 뿜어가며, 기름을 길에 쏟아가며 운송 트럭과 택배 아저씨가 달려야 한다.
2. 들고 다니기 무겁고 번거롭다
무겁고 번거롭다 보니 외출할 때 책을 안 들고 나가기 쉽다. 갑자기 시간이 비거나, 할 일이 없을 때 집에 두고 온 책이 못내 아쉬울 때가 많다. 혹여 책을 들고 나갔다가도 잃어버릴 수 있다. 전국의 화장실과 카페에서 주인을 잃은 ‘미서(迷書)’들은 얼마나 많은가. 이런 미서들을 위한 ‘미서 보호소’가 있었으면 좋겠다.
3. 분명히 책을 샀는데 어디에 있는지 찾을 수가 없다
꼭 밖에 책을 들고 나가야만 책을 잃어버릴 수 있는 건 아니다. 코딱지만한 집안에서도 충분히 책을 잃어버릴 수 있다. 한 1/3쯤 읽다 던져놨던 책을 다시 읽으려고 찾아보면 어디로 갔는지 도무지 찾을 수가 없다. 그런 기억은 없지만 혹시 친구에게 빌려줬나? 식구 중 누군가가 읽으려고 나 몰래 가져갔나? 설마 내가 책을 들고 밖에 나갔었을까? 집안에 책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있음이 틀림없다.
4. 이사 갈 때 골칫거리
이삿짐을 쌀 때, 뭔 놈의 책이 이리도 많냐고 주변인들과 가족들의 눈치를 받을 수 있다. 책이 든 상자는 너무 무거워서 옮기기도 힘들다. 이삿짐센터 아저씨들도 자꾸 째려봐서 뒷목이 서늘하다. 새로 이사 간 집에서는 책장 크기가 맞는지, 들고 온 책을 다 놔둘 수 있는지, 다 놔둘 수없다면 어떤 책을 책꽂이에 꽂아놓고 어떤 책을 상자에 담아 다락에 넣어놔야 하는지 정하는 것도 골칫거리다.
5. 책의 편집을 바꿀 수가 없다
한번 인쇄된 책은 내 마음대로 바꿀 수가 없다. 글자가 너무 작으면 안경을 쓰고 읽어야 하고, 줄 간격이 좁고 여백이 없어 보기에 답답하더라도, 삽화가 너무 작아 그림이 잘 안 보이더라도 안목 없는 편집자를 야속해하며, 참고 그냥 읽어야 한다.
6. 필기구가 없으면 그림의 떡
당장 내 손에 필기구가 없으면 밑줄을 긋거나 책에 내 생각을 메모로 적을 수 없다. 책을 읽으며 순간순간 천재적인 영감이 떠올라도 필기구가 없으면 그림의 떡이다.
7. 혹여 볼펜으로 책에 메모를 하게 되면 지울 수가 없다
그렇게 제 멋에 취해 적은 감상이라도 몇 년이 지나 읽어보면 너무 유치해서 쥐구멍에 숨고 싶을 수도 있다. 하지만, 볼펜으로 적은 건 지울 수도 없고, 내 몸이 들어갈 만한 쥐구멍도 없다.
8. 당장 읽고 싶은 책이 있어도 기다려야 한다
아무리 책이 읽고 싶어도, 지갑에 돈을 쌓아 놓고 있어도, 서점이 문을 닫은 시간이면 당장 책을 사서 읽을 수가 없다. 서점이 문을 열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인터넷 서점으로 사더라도 택배가 도착할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건 마찬가지다.
이번에는 전자책에 대해 알아보자. 나는 한국에서 전자책을 읽어본 적이 없다. 미국에 온 이후 ‘킨들(Kindle)’을 이용해서 원서들을 전자책으로 보고 있는데, 그나마 킨들 기기를 산 게 아니고 Kindle App을 무료로 다운로드 받아서 핸드폰으로 읽고 있다. 아래 내가 기술한 전자책의 장단점은 킨들을 이용하며 느낀 점을 적은 것이다. 한국에서 사용하는 전자책 단말기와는 다소 차이가 있을 수도 있다.
1. 언제 어디서든 열리는 나만의 서재
전자책 단말기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든 나만의 서재를 열어볼 수 있다. 종이책과 비교해보면 전자책 단말기가 더 가볍고 들고 다니기 쉽다. 더군다나 한두 권이 아니라 수십, 수백 권을 들고 다닐 수 있다. 단칸방에 사는 사람도, 집에 뭘 쌓아 두는 걸 싫어하는 사람도 수천 권의 책을 소장할 수 있다.
2. 어디까지 읽었더라, 찾아 헤맬 필요가 없다
전자책을 열면 자신이 그 전에 마지막으로 읽었던 곳을 자동으로 펼쳐준다. 책갈피가 없어도 된다.
3. 밑줄 긋기와 메모하기가 쉽다
필기구가 없어도 책에 밑줄을 긋거나, 내 생각을 메모로 적을 수 있다. 밑줄 색깔도 노랑, 파랑, 분홍, 주황 중에서 고를 수 있고, 메모도 몇 번이고 바꿔 쓰거나 지울 수 있다.
4. 공유하기가 쉽다
책을 읽다가 마음에 드는 구절은 읽는 도중 바로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으로 공유할 수 있다.
5. 그 책을 읽은 많은 사람들의 흔적을 느낄 수 있다
킨들은 그 책을 읽은 다른 사람들이 주로 어느 부분에 밑줄을 쳤는지 알려준다. 마치 중고서적에서 다른 이의 흔적을 느끼는 것처럼, 다른 사람들이 어느 부분에 공감을 했는지 알 수 있어서 좋다.
6. 도서 구입과 도서 대출이 편하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상관없다. 머리를 사흘 안 감았어도 괜찮다. 이불 밖에 안 나가고 책을 바로 살 수 있다.
도서관에서 빌릴 때도 마찬가지다. 굳이 책을 바리바리 싸들고 도서관에서 집까지 오갈 필요가 없다. 전자도서관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집에서도 인터넷으로 (심지어 휴일이나 밤에도) 쉽게 빌리고 반납할 수 있다. 대여기간이 다 됐을 때 다음 대기자가 없으면 역시 인터넷으로 대출기간을 연장할 수도 있다.
7. 구입한 순간, 대출받는 순간 바로 읽을 수 있다
서점이나 도서관이 문 열기를 기다릴 필요가 없다. 택배가 도착하기를 기다릴 필요도 없다. 터치 한 번이면 바로 읽을 수 있다. 오, 예~!!
8. 더 이상 도서관에 돈을 갖다 바치지 않아도 된다
도서관에서 빌린 전자책은 대출기간이 끝나면 자동으로 책이 반납된다. 그러니 연체료 같은 게 붙을 일이 없다. 빌린 도서를 잃어버려서 도서관에 책값을 물어줄 일도 없다.
9. 원서를 읽을 때 유용하다
모르는 단어를 바로 찾아볼 수 있는 사전 기능이 있다. 무료 영어사전을 다운로드해서 볼 수도 있고, 킨들에 내장되어 있는 Word Wise라는 기능을 이용할 수도 있다. Word Wise는 마치 한국에서 읽었던 영한 대역본처럼 본문의 단어 위에 짤막한 단어의 뜻과 힌트를 보여주는 건데, 이 기능을 사용할지 안 할지, 힌트를 조금만 보여줄지 많이 보여줄지 등을 내가 원하는 대로 정할 수 있다.
10. 책이 없어도 책을 읽을 수 있다
혹여 책을 안 들고 나갔어도, 전자책 단말기가 없어도 자투리 시간이 생기면 책을 읽을 수 있다. 킨들이 없어도 핸드폰에서 킨들 무료 앱을 이용하면 된다. 정신은 놓고 다녀도 핸드폰은 항상 챙기니까 (-_-;;) 핸드폰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든 책을 읽을 수 있다.
11. ‘호환 마마’는 무섭지만 ‘상호호환’은 좋다
전자책 한 권을 핸드폰으로 보다가, 전자책 단말기에서 보다가, 컴퓨터에서 보다가 할 수 있다. 서로 호환이 된다. (여기에 쓰인 ‘호환 마마’를 알아듣는다면 당신의 나이는 아니, 선생님의 연세는..)
12. 화면을 내 마음대로 조정할 수 있다
글자 크기, 글꼴 모양, 여백, 화면 색깔, 화면 밝기 등을 내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다. 가장 기본적인 기능이지만, 가장 마음에 드는 기능 중 하나다. 나도 이제 노안이 올 나이다. (흑흑) 글자가 잘 안 보일 때는 크기를 더 키워서 본다.
개인적으로 글꼴은 Bookerly를 좋아한다. 여러 가지를 시도해 봤는데, 가장 가독성이 좋은 것 같다. 화면 색깔은 Sepia로, 여백은 좁게, 줄 간격은 보통으로 놓고 읽고 있다.
13. 내가 무슨 책을 읽고 있는지 주변 사람들이 알 수가 없다
그들의 눈에는 그저 전자책 단말기의 뒷면만 보일 테니 말이다. 전철이나 버스, 카페 같은 공공장소에서 책을 읽을 경우 가끔은 자기가 어떤 책을 읽고 있는지 들키고 싶지 않을 때가 있다. 예를 들어 <뜨겁게 불타오르던 그 밤>이라는 무더운 열대야에 대한 책이라던가, <조카 십팔 색 크레파스> 같은 미술책을 볼 경우처럼 말이다. 회사 상사 앞에서도 태연히 <멍멍 또라이 상사에게 대처하는 법> 같은 책을 읽을 수 있다.
(여기 예시한 제목은 임의로 지어낸 거다. 혹시라도 같거나 비슷한 제목의 책이 있다면 오해 없으시길.)
14. 내 두 손에 자유를!
책은 바닥에 놓고 보면 책장이 스르르 넘어가니까 꼭 고정을 시켜야 한다. 하지만 전자책 단말기는 그냥 바닥에 놓고 볼 수 있다. 책장을 넘길 때는 손가락 하나로만 터치하면 된다.
1. 손 맛이 안 느껴진다
아무리 컴퓨터 ‘맞고’를 재미있게 친다고 해도, 담요 위에 화투패를 착! 내리치는 기분이 그리울 때가 있는 것처럼. 책장을 넘기는 그 맛은 도저히 전자책이 따라올 수 없다.
2. 책장에 가득히 꽂힌 책을 바라보며 흐뭇해하는 맛이 없다
책을 둘러보며 이건 거기에서 샀었지, 이건 그때 읽었었지 하며 추억에 잠기기도 하고, 어느 책을 윗칸에 꽂고 어느 책을 아래칸에 꽂을지 책 배치하는 것도 재미 중 하나인데, 전자책은 그걸 할 수 없다.
3. 나 밖에 못 본다
누구에게 물려줄 수도, 빌려줄 수도, 팔 수도 없다.
4. 책을 읽으려다가 딴짓하는 경우가 많다
인터넷 기능이 없는 전자책 단말기로 볼 때는 그런 일이 없겠지만, 핸드폰 킨들 앱으로 책을 읽거나 컴퓨터로 책을 읽을 경우 옆길로 새는 일이 잦다. 책 보려고 핸드폰 열었다가 인터넷도 하고, 브런치도 하고, 오늘 뭘 해야 하더라 일정도 확인하고. 요새 내 책 읽는 진도가 느린 것도 상당 부분 이런 이유다.
5. 나 책 읽는 여자야, 과시할 수가 없다(그렇다. 난 속물이다. -_-;;)
인터넷하고 싶은 충동을 겨우 억누르고 킨들 앱으로 전자책을 읽고 있더라도, 주변 사람들은 내가 책을 읽는 게 아니라 스마트폰으로 인터넷을 하거나 문자를 보내는 줄 알 거다. 사실은 내가 우아하게 책을 읽고 있는 중이라는 걸 남들에게 자랑할 수가 없다.
나는 종이책을 사랑하지만, 요즘엔 전자책도 꽤 좋아졌다. 희한하게도 몰입해서 책을 읽을 때는 전자책을 읽을 때도 마치 종이책을 읽을 때처럼 책장을 넘기는 손맛이 느껴진다. (<별난 책 리스트>에서 언급했던 ‘지하철 해리포터 사건’ 때도 그랬지만, 가끔은 내가 ‘정상이 아니구나’ 싶기도 하다.)
도서관에서 책을 빌릴 때는 간혹 종이책과 전자책을 둘 다 빌려서, 밖에서는 휴대가 간편한 전자책으로 읽고 집에서는 종이책으로 읽기도 한다. 사실 종이책이냐, 전자책이냐가 뭐 그리 중요하겠는가. 재미있는 책을 읽을 수 있고, 그 책을 통해 세상을 알아가고 다른 이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다면 ‘매체’가 무엇인지는 큰 상관이 없지 않을까. 요새 바쁘다는 핑계로 책을 통 읽지 못했다. 종이책이건 전자책이건 뭐라도 좀 읽어야겠다.
참고로 나는 지금 종이책은 앨리스 먼로의 <디어 라이프(Dear life)>를, 전자책은 말콤 글래드웰의 <티핑포인트(Tipping point)>를 왔다리 갔다리 쉬엄쉬엄 읽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