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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imloco Oct 05. 2018

2017-18 EPL 광고주 프로모션 스팟

프리미어리그 중계의 기억을 떠올리며





Work : 2017-18 EPL 광고주 프로모션 스팟

Producer : 김정우

Directing : 김정우

Camera : 최원석

Art : SBS PLUS 비주얼아트팀

Act : 이재형 아나운서

Sing : 이재형 아나운서



          아직, 프리미어리그를 중계할 때의 작업이다. 2017-18 시즌을 앞두고 스팟 하나를 만들라는 지침이 내려왔다. 그래, 내려왔다. 시즌 런칭 프로모션이랑 상관 없는 지침. 광고주 설명회에 보여줄 2분 내외의 영상을 만들라는 거였다. 아니, 제가 광고를 파는 부서가 아닌데. 마. 그런 건 상관 없고, 그렇게 만들어서 TV에도 온에어하면 되는 거 아니냐. 우리가 그동안 어떤 걸 했고, 앞으로 어떤 걸 할 거고, 프리미어리그가 어떤 가치가 있는 콘텐츠고, 손흥민이 거기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고, 그런 거 다 담아서 1분~2분 내외로 만들어. 네??


          고민의 시작. 시간은 없고, 듀레이션은 길었다. OAP에서 만드는 대부분의 스팟은 길어야 1분 남짓이다. 짧은 시간에 효율적으로 채널의, 콘텐츠의 브랜드 이미지를 보여주는 게 관건이기 때문이다. 근데 1분 30초 내외의 영상이라면, 생각보다 길다. 더욱이 그림 좋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프리미어리그 콘텐츠로 이정도의 듀레이션을 그저 ‘그림’으로만 채우려면 굉장히 많은 컷이 필요하다. 울트라 슬로우(초고속영상)을 사용하면 시간은 쉽게 잡아먹을 수 있지만 콘텐츠 특유의 박진감이 사라질 테니까. 어떻게 해야할까.


        “누군가가 설명을 해줬으면 좋겠다.” 무작정 그냥 그림 때려 넣으면서 이건 이런 가치가 있고 우린 이런 걸 합니다 라고 하면 너무 재미가 없으니까. 그럼 누가 설명하지? 프리미어리그 중계 캐스터가 하면 되겠다. 근데 이것도 슥 나와서 ‘그것이 알고싶다’처럼 하면 그것도 재미없지 않을까. ‘어떻게’ 설명을 하면 좋을까. 아. 리우 올림픽 때 조정식 아나운서가 랩을 한 적이 있었지. 그럼 나도 랩을 한 번 해볼까. 무슨 노래가 좋지. 아. 내가 좋아하는 곡으로 가사를 바꿔가지고 해야겠다. 뭐가 있을까. 예전에 한 번 작업을 했었던 노래지만 분위기가 잘 맞을 것 같으니까 이걸로 당첨. 프라이머리의 ‘독’.


          어렵지 않았다. 가사는 수월하게 바꿀 수 있었다. 변성기를 맞이한 남성은 다들 한 번쯤은 랩퍼가 꿈…..아닌가요? 사춘기 시절의 스웩을 살려 꼭 넣어야 하는, 필요한 내용을 가사에 담았다. 노래도 점점 고조되는 느낌이라 뭔가 약간 비장한 맛이 있어서 좋고. 근데 정말 막 웅장하고 비장한 느낌을 주고 싶었던 건 아닌데. 누가 뭐라해도 기본은 ‘재미’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이재형 아나운서와 작업을 해야겠다 생각했다. 재형 선배는 무엇을 하자 그래도 긍정적이며, 뭐든 열심히 하고, 그래서 그게 재미있는 선배라서. 뭔가 열심히 하는데, 뭔가 어색하고, 뭔가 안 비장해지는, 뭔가…. 뭔가 내가 좋아하는 그림이 나올 거 같았다.



          “정우야 이거 90년대 랩 스타일이랑 좀 다른데?” 촬영을 앞두고 재형 선배는 내내 랩을 붙잡고 살았다. 그만큼 최선의 노력을 했다. 최대한 원곡 가사의 글자수나 라임을 맞춰서 수정했지만, 그래도 이센스의 플로우는 워낙 쉽지 않아 아무래도 재형 선배가 소화하기엔 좀 벅차보였다. 열심히 해도 안 되는 건 있…는 겁니다. 그래서 방법은, 선녹음 후촬영! 녹음실에서 최대한 비슷하게 녹음을 진행하고 (박자를 앞뒤로 땡기는 건 저의 몫이죠!) 그리고 촬영에 돌입! 했는데 왜때문에 재형 선배 본인이 부른 노래를 본인이 못해요? 흐흐. 가사를 외우기도, 박자를 타기도 쉽지 않은 곡 때문에 고생한 선배님을 최대한 잘 살리려면, 주요 포인트만 인서트로, 엣지 있는 리액션으로 커버해야했다. 그렇게 촬영은, 2017년 모드의 주간야구의 셋팅을 빌려서 생각보다 어렵게? 혹은 간단하게? 끝났다.



          목적에 맞는 영상이냐고 묻는다면, 아닐 수도 있겠다. 이 영상의 메인 타겟인 ‘광고주’에게 이런 ‘랩’ 스팟이 잘 보이고, 잘 들리고, 잘 이해되진 않을 테니까. 하지만 작업을 시작할 때부터 사실 ‘광고주 20’에 ‘온에어 80’을 염두하고 만들어서, 실제 타겟은 늦은 밤에도 프리미어리그를 열심히 시청하고, 애정을 보이는 20-30대의 젊은 시청자니까. 물론, 온에어에서도 시청자가 이걸 바로 이해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진 않았다. 대신 전달하고 싶었던 건, 이러한 형태의 프로모션도 합니다라는 것. 이러한 느낌적인 느낌, 박진감 넘치고, 일반적인 시청자가 아니라 콘텐츠에 충성도 높은 시청자에게 보다 어필하는, 또 다른 문화와도 잘 어울리는, 그래서 이게 ‘간지’나는 콘텐츠입니다 라는 거였으니까.



        채널이나 콘텐츠의 브랜드 이미지는, 이걸 향유하는 그 자체로 자부심을 갖을 수 있다는 인식을 남기는 게 중요하다.  



2018. 10. 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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