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 YOUR SMILE
와이키키의 칼라카우아 애비뉴를 걷고 있는데, 거리에서 모금활동을 하던 남자가 나를 불러 세웠다.
"알로하! 어디서 왔어요?"
"한국."
"뭐? 할리우드가 아니고?"
나도 모르게 소리내어 웃어버렸다. 그는 'I ♡ YOUR SMILE'이라 적힌 스티커를 건네며 말했다.
"하와이에 있으면서도 웃지 않는 사람에게 주는 거예요."
스티커를 받아들고 걷다가 새삼 쇼윈도에 얼굴을 비춰보았다. 딱히 찌푸린 표정을 하고 있던 건 아닌데. 알로하, 하고 읊조려본다. 알로하라는 말을 발음할 때마다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진다. 마법의 단어다.
코로나 시대에도 훌라 클래스는 계속되었다.
마스크를 코 밑으로 내렸다가 올렸다가 하면서 더운 숨을 몰아쉰다.
"훌라 출 때는 미소!"
선생님이 언제나 강조하는 말이었다.
"입꼬리 올리고! 마스크 쓰고 있어도 다 보여요."
가슴을 펴고 입꼬리를 올려본다.
억지로라도 입을 당겨 웃으니 눈도 반달눈이 된다.
하와이에 머무는 동안, 환경이 성격을 만든다는 말을 믿게 됐다.
바깥을 걷노라면 따뜻한 공기와 부드러운 바람에 포근히 안겨 둥둥 떠 있는 듯한 기분.
그리고 훌라에는 하와이의 풍광을 의미하는 동작들이 고스란히 있다.
잔잔한 파도,
향기로운 꽃,
빛나는 별,
두 뺨을 간질이는 무역풍...
그래서일까. 훌라 동작을 할 때면 어김없이 하와이가 떠오른다.
다시 자연스러운 미소가 지어진다.
나는 왜 그렇게 사사건건 화가 났고, 얼굴은 뚱했을까.
회사를 그만둔다고 했을 때 아무도 잡지 않았다.
한국으로 돌아와 강남역에서 회사 선배를 만난 날, 나를 보자마자 그녀는 표정이 너무 밝아졌다며 놀라워했다.
훌라를 출 때는 웃자. 지금 내가 춤을 추는 그곳이 바로 파라다이스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