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룡이 Mar 10. 2020

'미니멀리즘'을 사색합니다.


출처; 넷플릭스, 곤도마리에의 설레이지 않으면 버려라


미니멀리스트는 자발적으로 불필요한 일과 시간, 물건을 줄여 보다 개인적 만족도가 높은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하는 이들을 말합니다. 획기적인 정리법으로 넷플릭스에도 진출한 곤도 마리에와 같이 간단하게 사는 생활 방식을 보다 오랫동안 유지한 선진적인 미니멀리스트들은 많은 미니멀리즘 추구자들에게 창고에 수년채 처박혀 있는 잡동사니며 입지 않는 옷들을 버리는 행위부터 시작하길 추천합니다. 요점은 물건을 적게 소유하면 생활이 단순해지기 때문에 삶의 본질적 가치에 접근할 수 있다는 것이겠지요.


하지만 일반적인 규정만을 기준으로 미니멀리스트라고 이야기하는 이들의 삶을 살펴보면 개인적으로 조금은 당혹스럽습니다. 소유한 물건의 양과 삶의 주체성의 관계를 추론하는 일반적인 방법 때문입니다. 


우리는 생산수단과 재화를 얼마큼 소유했냐로 '삶의 가치'를 평가하는 자본주의 시대에 살고 있죠. 물론 역사 속 과거에도 농업혁명 이후부터 산업혁명에 이르기까지 수천 년 동안 계급과 지위로 재화와 생산 수단을 차별적으로 분배했으니 굳이 자본주의 시대에 국한된 논리는 아니에요.



먹고 살만하니까 찾아오는 물음표


재미난 건 안전, 위생, 식량과 같은 생의 기본적인 문제들이 해결되면서, 다시 말해 먹고살만해지니까 수천 년을 걸쳐 구축된 견고한 믿음이 흔들리기 시작했다는 데에 있어요. 우리는 소유한 물건의 양이 많으면 행복할 거라 생각했는데 '풍요로운 삶의 기준이 과연 무엇일까?'라는 문제 인식을 합니다. 소유한 물건의 양이 많은수록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행복할 거라 생각했는데 그렇지 못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생겨난 거예요. 


그렇다면 '소유한 물건의 양이 적을수록 행복할지 몰라'라고 가정합니다. 시대의 화두는 먹고사는 문제를 넘어 자아로까지 확대되었음을 말합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게 맞아떨어졌던 순간들이 많습니다.


먼저, 미니멀리즘으로 치환시켜 부를 수 있을 만큼 미니멀리즘 대국인 옆 나라 일본을 먼저 볼게요. 사실 일본은 수집의 나라이자 목적에 맞게 용품, 직업, 시간 등 모든 것을 세분화하는 나라입니다. 그럼에도 일본 사회에서 미니멀리즘이 인기를 끌 수 있던 이유는 사회의 특징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지진, 해일과 같은 자연재해에 건물이 붕괴되는 등의 타격을 입어 자랑처럼 여겼던 다양한 물건들이 소유자에게 직접적인 해를 입힐 수 있음을 경험했습니다. 거기에 높은 부동산 가격, 마이너스 금리, 낮은 취업률, 저성장, 고령화 같은 사회 둔화 요소들이 많으니 소비의 형태가 변화했습니다.


이 정도면는 미니멀리즘이건 뭐건 저장강박증이 의심되지 않아요? (출처: 넷플릭스)


미국도 마찬가지죠. 1960년대부터 자본주의에 노동자의 임금은 상승하지 않고 물가는 오르고 기업의 생산성만 오르는 시대를 살았으니까요. 전 세계 상위 0.9%가 부의 44% 차지하는 세상입니다. 노농자의 대부분은 일하는 시간 대비 효율성이 떨어집니다. 저임금 노동자는 아주 한정된 돈을 벌거나 고임금 노동자는 생의 아주 중요한 가치인 건강과 정신을 해치거나요. 월스트리트 같은 금융권에서 일하거나 대기업에서 잘 나가던 이들이 갑자기 일을 그만두기도 하잖아요. 저는 자본주의라는 사상이 가져온 재해라고 생각합니다.

미국의 비농업부분 시간당 노동생산성(빨간색)과 노동자의 실질보수(파란색)

이렇게만 살펴봐도 미니멀리즘을 추구하는 세상은 주로 산업화가 많이 진행된 곳에서 발견됩니다. 물건을 생산하고 판매하는 회사는 자본주의에 지친 많은 이들에게 마치 가치 지향점인 듯 포장하며 소비의 또 다른 형태로 미니멀리즘을 판매해요. 그래서 인간의 욕구 발달로 필연적인 자아의 확장이 사회의 산업 현황과 맞물리면서 생기는 다양한 트렌드 중에서 한 가지라고 생각합니다. 



미니멀리즘, 인간의 욕구 발달로 필연적인 자아의 확장이
사회의 산업 현황과 맞물리면서 생기는 다양한 트렌드 중 하나




수단으로서의 미니멀리즘


저는 미니멀리즘을 사회 현상으로 바라봤을 때 인간이란 주체의 자아 확장에 주목하고 싶습니다. 그렇다면 물건의 양으로 인간의 사고와 행동 패턴을 결정하는 자본주의적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인간 자체'에 주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먹고사는 문제가 해결된 인간에게는 필수적으로 고민점이 찾아옵니다. 마치 게임 캐릭터가 레벨업을 하면 또 다른 퀘스트가 주어지듯 우리에게는 어떠한 삶을 추구하며 살 것인지 묻습니다. 가치의 지향점을 고민하게 만듭니다. 어떠한 마음가짐으로 살 것인지, 어떤 철학을 품고 사는지 말이에요. 미니멀리즘은 그 가치를 실행하는 수단으로써 빛을 발휘해야 속된 말로 '찐'이 될 수 있어요.



어떤한 삶을 추구하며 살 것인가
가치의 지형점을 고민
어떤 철학을 품고 사는가




물건의 양이 삶의 질을 대표해서 나타날 수 없음을 말하고 싶어요. 물건이 많이, 혹은 최소한을 소유한 개인이라도 본인이 추구하는 가치 지향점이 명확하다면 건강한 삶, 단단한 자아, 충만한 행복을 누릴 수 있습니다. 단순히 쌓여있는 물건을 버리고 심플한 우드 소재의 용품을 채워 넣는다고 해서 아름답게 변하지 않습니다. 


단순히 쌓여있는 물건을 버리고
심플한 우드 소재의 용품을 채어 넣는다고 해서 
삶은 아름다워지지 않습니다.



오늘을 사는 당신에게 묻고 싶어요. 내일을 살 당신의 철학은 무엇인가요?

   



매거진의 이전글 소프넛이 가져올 변화를 기대하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